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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처음으로 인문을 만나다

2024-01-06

 

 

[2023년 청소년 인문교실 수기공모전 수상작 초등부문 대상]

 

 

 

내가 사는 00동은 그동안 주욱 살아온 추억의 공간이다. 여러 좋은 점이 있지만 우선 물가가 다른 동네에 비해 저렴하다. 언뜻 보면 아파트촌인 것 같지만 사이 사이로 낡은 주택과 빌라도 많고 상가도 오래된 편이다. 그만큼 한 동네에 오래 산 어른들도 많으셔서 서로 이웃의 사정을 잘 아는 편이다. 나는 어쩐지 우리 동네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동네 청소년 문화의 집이 좋다. 이곳에 와서 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보드게임을 하고, 그림도 그리며 논다.

올가을부터는 인문 교실이 생겨서 매주 금요일마다 문학 수업을 듣고 있다. ‘나는 작가다’ 시간에 주로 글을 쓰는데 그림이나 음악, 놀이를 곁들여 글을 쓰고 있어서 매번 흥미롭다. 맨 처음에는 글 쓰는 일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주 수월하고 재미있다. 지금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매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어졌다. 무엇보다 지혜롭고 슬기로운 옛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행복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업이 두 번 있다. 끝말잇기 놀이를 하는 줄 알고 모두 엉뚱한 낱말을 잔뜩 골랐는데 그렇게 우연히 나온 단어들이 모두 그날 글의 소재가 되었다. 선생님은 글은 우리 자신이 쓰는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 순간이 쓰는 것이라고 하셨다. 알 듯 말 듯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 글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매번 열심히 썼다.

그리고 또 한 번은 동물의 입장에서 글쓰기였는데 인간이 아닌 시선에서 우리를 관찰하는 일이 낯설고 신기했다. 다들 선택한 동물이 다르다는 사실도 재미있었고 어쩐지 그 동물과 아이들이 닮고 어울려서 웃기기도 했다. 우리가 잠든 밤이면 동물들이 우리 이야기를 하며 글쓰기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는 글감이 주어지면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한다. 생각의 눈이든 마음의 눈이든, 눈을 뜬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인문이라는 게 어려운 단어인 줄 알았는데 눈을 감았어도 다시 뜨게 해주는 것 같다.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서 책으로 내면 사람들이 보고 좋아할지 궁금하다. 만약에 정말로 작가가 된다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읽는 즐거움과 감동의 즐거움, 함께 문학을 누리는 즐거움 말이다. 독자들이 좋아해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팬 사인회 같은 것도 하는 상상을 해본다.

아무튼 신기한 가을이다. 어른들이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라고 해서 나도 조금 걱정했는데 초등학교 생활이 생각보다 바빠서 쓸쓸한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조금 기쁘기도 하다. 겨울에는 내가 좋아하는 붕어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슈크림 붕어빵이 나오지만 역시 붕어빵은 팥 붕어빵이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붕어빵 리어카가 있어서 참 좋다. 이렇게 소소한 행복이면서, 맘 편히 웃게 해주고 가슴 따뜻한 것이 바로 인문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글을 쓸 것이다. 어쩌다 슬프고 힘들 때도 나는 글을 쓸 것이다. 다음 구절이 생각나면 눈을 반짝이듯이, 나의 존재를 반짝이게 해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눈을 뜬 것처럼 다들 이렇게 차츰 문학의 눈을 떠가는 것이 아닐지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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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제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문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인문진흥팀 063-219-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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