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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림책 콘서트

그녀들을 위한, 울어도 되는 콘서트

2019-09-25

2019 골목콘서트 두 번째 이야기, 일상을 바꾸는 소소한 놀이. 그림책 콘서트,서울. 서울 카페또봄 7.13(토) 11:00



그녀들을 위한, 울어도 되는 콘서트


그림책 콘서트 현장 외부와 내부


여자가 엄마가 되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늘어난다. 좋아했던 일, 날씬한 옷과 화장, 친구와 차 한잔하며 수다 떨 수 있는 사소한 즐거움까지도. 아이가 어리다면 클래식 공연 같은 문화생활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런 엄마들을 위한 골목콘서트가 열렸다.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울고 보채더라도 눈치보지 않고 여유롭게 공연을 보며 힐링 할 수 있다. 울어도 되는 콘서트로 유명한 ‘그림책 콘서트’다. 여기에는 반전이 하나 더 숨어 있다. 울어도 되는 주체가 아이가 아닌 ‘엄마’ 라는 사실이다. 지난 7월 13일 명일동 골목에 위치한 ‘카페또봄’에서 골목콘서트 ‘그림책 콘서트’가 열렸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그림책 콘서트 관객들 모습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다.”


몇 해 전, 국민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에게 무뚝뚝했던 아빠가 건넸던 이 대사는 당시 TV 앞에 앉은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다.

이번 공연의 기획자인 류수진 단장은 엄마가 되고나서 공연단체 쁘띠꼬숑을 만들었다.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시립교향악단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했던 그녀는 결혼 후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며 어쩔 수 없이 일을 접어야 했다.


쁘띠꼬숑 앙상블의 모습


그 기간 동안 내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이 오롯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처음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지쳐 힘들어 할 때,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일까?’ 끊임없이 반문하고는 했어요. 누군가가 ‘너는 충분히 좋은 엄마야.’ 라고 말해주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어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엄마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클래식과 그림책이 함께 있는 ‘그림책 콘서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쁘띠꼬숑 류수진 단장

 

그녀가 연주한 ‘거위의 꿈’은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영상이 더해져 깊은 감동을 전했다. 빛 바랜 어린시절 사진부터 꿈 많던 청소년 시절을 지나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결혼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관객들도 그 곡의 노래 가사처럼 저마다 잊고 살았던 과거 자기의 꿈들을 추억하며 생각에 젖어갔다.


공연 도중 눈물흘리는 아이 엄마들


클래식 연주에 맞추어 엄마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듯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이어졌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세상을 누비며 훨훨 날아다니렴.

그러다 힘들면 언제든 엄마에게 찾아오렴.

다시 날아오를 힘이 생길 때까지 엄마가 꼭 안아줄게.’


엄마의 사랑을 가득 느낄 수 있는 동화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는 한 쌍의 연인에서 엄마와 아빠가 되어 이 자리에 온 관객들에게 진하고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공연 관람중인 엄마와 아빠,아이들




공감하고 포옹하고


인상 깊은 풍경도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 중 50일 된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엄마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인생의 제 2막을 준비하고 있던 그녀는 갑작스런 셋째의 임신 소식에 기쁘면서도 큰 상심을 느꼈단다.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마음을 다잡기까지 한참이 걸릴 정도로 힘들었다는 그녀는 이 날 공연에 참석했던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50일 된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의 눈물


세상으로 뛰어갈 준비를 하던 그녀에게 아이의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이다. 마냥 축하하거나 위로할 수도 없는 복잡한 마음이 뒤섞였다.

 그녀는 이 공연을 통해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 위로 받고 새롭게 육아에 매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심전심, 엄마들이 손수건을 건네 함께 울어주며 말 없는 위로를 건네는 광경이 펼쳐졌다.




당신은 좋은 엄마입니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동안 눈물을 닦아내던 엄마들이 남편과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카페를 나섰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지도’가 되고 기꺼이 함께 ‘동행’하는 것이 인문이라생각한다는 류수진 단장의 말이 와닿았다. 그렇게 보면 이번 ‘그림책 콘서트’도 먼저 엄마 된 이들이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는 따뜻한 인문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많은 부모가 내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 행복을 누리길 원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매순간 ‘평범하지 않은 노력’이 요구된다. 때로는 부모로 살아가며 내 존재가 희석되고 투명해지기도 한다. 오늘 골목콘서트는 그 순간을 견디고 기꺼이 부모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은 가족 관객


나에게 인문이란 누군가의 지도가 되는 것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이용호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쁘띠꼬숑, 카페또봄

장소 정보

  • 골목콘서트
  • 두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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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어도되는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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