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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당신은 무슨 띠인가요?

갤러리 생각상자 ‘12지신에게 말을 걸다’
은암미술관 ‘서생원鼠生員 납시오!’

2020.02.25


우리 선조들은 세상의 모든 일은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합쳐져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십간과 십이지라는 주기를 정하여 좋고 나쁜 일을 가렸다. 양의 기운을 나타내는 십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표현되었고 음의 기운을 상징하는 십이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표현되었다. 십간과 십이지를 차례대로 연결하여 한 바퀴를 돌면 60년이 되어 1갑자라 하며 61세가 되는 해가 회갑이 된다. 십이지는 각각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를 뜻한다.


육교에서 바라본 ‘갤러리 생각상자’

▲ 육교에서 바라본 ‘갤러리 생각상자’ ⓒ김지원



우리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열두 동물에 대한 관심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는 하늘을 12등분하여 계산하였다. 적도를 따라 하늘을 30도로 구분한 12구역을 12차라고 하였는데 목성의 위치를 천구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쓰인 것이다. 십이지에 대한 개념은 이집트, 그리스,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나, 중국 한나라 중기에 시간과 방위의 개념에 연결되었고, 동물로 형상화하여 동물 형상의 머리와 사람의 몸으로 의인화한 것은 당나라 때라고 한다.열두 동물은 우리 삶과 밀접한 동물로서 그들의 이미지와 상징은 생활과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고, 그에 대한 해석은 옛사람들의 사고와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신화, 종교, 민속 등 우리 문화 속에 다양한 형태로 녹아 있는 십이지 띠 동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여 연초에 그와 관련한 전시회가 열리곤 한다. 1월부터 2월 사이 광주에서는 갤러리 생각상자, 은암미술관, 신세계 갤러리에서 십이지 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다. 그중 두 곳을 찾아가 보았다.


‘12지신에게 말을 걸다’ 展  전시관 내부

▲ ‘12지신에게 말을 걸다’ 展 ⓒ김지원


‘갤러리 생각상자’는 광주의 외곽에 속하는 소태동에 있다. ‘12지신에게 말을 걸다’ 展은 고대 동아시아의 과학과 신화적 상징을 담고 있으며, 무수한 상상력과 지혜의 원천인 12지신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고근호, 주홍, 백준선, 이동환, 홍성담 작가가 참여하여 각기 다른 개성으로 12지신을 해석한 작품을 전시했다.



여러분, 경자년 ‘복 받쥐’


 

<새아침>, 이동환 作

▲<새아침>, 이동환 作 ⓒ김지원 

 

<중섭이 소>, 이동환 作

▲ <좋은 꿈>, 이동환 作’ ⓒ김지원

 

<중섭의 소>, 이동환 作

▲ <중섭의 소>, 이동환 作 ⓒ김지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동환 作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동환 作 ⓒ김지원


입구에서 2019년에 ‘장준하 서거 44주기 추모 판화전-가슴에 품은 돌베개’ 展을 열었던 이동환 작가의 판화가 관람객을 맞았다. 열두 동물이 복받쥐, 좋은 꿈, We are the CHAMPION 등 희망적인 메시지를 선물했다. 십이지의 첫 번째 동물인 쥐는 약삭빠르고 경망스러운 사람에 대한 비유로 쓰이곤 한다. 얄미운 이를 일컬어 ‘쥐새끼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반면 잽싸고 민첩하며 영리한 동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토끼는 여러 이야기에서 꾀쟁이로 나온다. 귀여운 표정으로 사랑을 받고 힘없고 약한 사람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굵직한 선이 시원하고, 친근한 캐릭터로 변신한 동물들이 재미있다. 



‘풍요의 나날’이 ‘질주’하기를



<별을 품은 소>, 고근호 作

▲ <별을 품은 소>, 고근호 作 ⓒ김지원

 

▲<질주>, 고근호 作

▲ <질주>, 고근호 作 ⓒ김지원

 

<꿈꾸는 목마>, 고근호 作

▲ <꿈꾸는 목마>, 고근호 作 ⓒ김지원

 

<풍요의 나날>, 고근호 作

▲ <풍요의 나날>, 고근호 作 ⓒ김지원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팝아트 조각을 하는 고근호 작가의 작품들도 눈길을 붙든다. 고흐의 ‘별’을 품은 소는 노동에서 벗어나 예술을 품었다. 소는 우직함과 성실함의 아이콘이다. 소의 커다란 눈망울은 유순하고 온순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성정은 아마도 오래전부터 농경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했던 소의 노동력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운송과 노동의 수단이었고, 고가의 재산이기도 했으니 소중하게 여길만하다. 호랑이는 용맹하고 날쌘 몸놀림으로 예부터 산중영웅, 산신령으로 불렸다. ‘질주’하는 호랑이 역시 용맹하다. 별을 품은 소, 풍요의 나날, 질주, 꿈꾸는 목마, 작가는 기본적인 성정을 유지하며 색깔을 주었다. 평면에 구현해 놓은 원색의 화려한 팝아트 작품들이 유쾌하고 즐겁다. 


<12지, 도깨비상>, 홍성담 作

▲<12지, 도깨비상>, 홍성담 作 ⓒ김지원


동양화가 홍성담 작가는 커다란 화폭에 12지신의 성격을 도깨비로 형상화해서 그려놓았다. 외형의 특징을 보고 쥐, 용, 뱀, 말, 염소, 돼지, 원숭이는 어림짐작으로 찾았지만 나머지 동물은 찾지 못했다. 뱀은 털 대신 매끈한 비늘을 갖고, 가늘고 기다란 외형 때문에 간사하고 사악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때론 영험한 존재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림의 뱀도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조금 간사한 얼굴이다. 말은 생동감 있고 박력 있는 이미지를 가진 띠다. 여기서는 길쭉한 얼굴의 특징을 살려서 한눈에 알아보겠다.



‘꺼지지 않는’ 열정을 갖고 ‘길을’ 걸어요



<꺼지지 않는 촛불-길을 걷다>, 주홍 作

<꺼지지 않는 촛불-길을 걷다>, 주홍 作

<꺼지지 않는 촛불-길을 걷다>, 주홍 作

▲<꺼지지 않는 촛불-길을 걷다>, 주홍 作 ⓒ김지원


주홍 작가는 ‘꺼지지 않는 촛불-길을 걷다’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열두 동물이 릴레이 하듯 촛불을 들고 가는 그림이다. 어둠을 뚫고 아침을 여는 닭, 충직한 개, 풍요와 복을 상징하는 돼지를 포함해 열두 동물은 모두 나름대로 어떤 뜻을 가지고 촛불을 옮기고 있다. 누구나의 마음에 품은 희망일 수도 있고, 바람일 수도 있고, 작은 씨앗과 같은 열정일 수도 있겠다. 나는 열정이라고 해석했다. 작가는 그림 안에 연필로 깨알 같은 글씨를 적었다. 쥐는 생명을 생각하자는 바람을, 개는 마음의 눈을 뜨자는 바람을, 호랑이는 잠깐 멈춰서서 생각을 확장하자는 바람을 적었다.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요


 

<용>, 백준선 作

▲<용>, 백준선 作 ⓒ김지원 

 

<원숭이>, 백준선 作

▲ <원숭이>, 백준선 作 ⓒ김지원

 

<뱀>, 백준선 作

▲ <뱀>, 백준선 作 ⓒ김지원

 

<말>, 백준선 作

▲ <말>, 백준선 作 ⓒ김지원


입구로 돌아 나오는 길에 백준선 작가의 십이지가 있다. 물과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하고, 몇 번 손이 가지 않은 듯한 최소한의 붓터치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산뜻하다. 쥐도 둥글, 소도 둥글, 용도 둥글둥글하다. 용은 열두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 큰 권위를 지닌 존재로 왕을 상징하여 우리 생활 전반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붉은 여의주를 문 용은 다정다감해 보인다. 원숭이는 손오공의 캐릭터에서 보듯이 영리한 재주꾼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동물이라 한편으로 기피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원숭이는 넓은 면을 몇 번의 붓질로 쓰윽 그려놓아 화선지에 부드럽게 퍼진 먹물이 따뜻하다. 완만한 선들을 보면 너그러워져서 올 한 해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



‘수준 높고 다채로운 문화 향유와 가치의 경험’

은암미술관



은암미술관

▲ 궁동弓洞 예술의 거리에 있는 은암미술관 ⓒ김지원


은암미술관의 ‘서생원鼠生員 납시오!!’ 展은 2020년 경자년 쥐해를 맞이하여 여러 작가들이 십이지지 중 첫 번째인 ‘쥐’를 재해석하여 민화의 형식으로 제작·전시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쥐가 십이지의 맨 처음에 오게 되었을까. 옛이야기에 따르면 천제가 새해 첫날 세배를 하러 오는 동물에게 상을 주겠다고 했다. 동물들은 나름 기대를 하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런데 소는 걸음이 느려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궁리 끝에 꼭두새벽에 미리 출발하기로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쥐는 몰래 소의 머리 위에 올라탔고, 소가 궁전 문을 지나는 순간 머리에서 폴짝 뛰어내려 1등으로 들어가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로 들어온 것이 호랑이, 토끼, 용 등 다른 동물들이다.


은암미술관 내부 전시장

▲ 은암미술관 ‘서생원鼠生員 납시오!!’ 展 ⓒ김지원


영리한 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미술관 1층과 2층에서 전시했다. 1층에는 집마다 한 점씩은 걸어놨음 직한 편안하고 친숙한 민화가 전시됐고, 2층은 미디어아트로 표현된 <낭만고양이를 찾아간 화이트 마우스>가 전시되고 있었다.

 

<사랑으로>, 김애자 作

▲ <사랑으로>, 김애자 作 ⓒ김지원 

 

<비밀의 정원에 서생원>, 오석심 作

▲ <비밀의 정원에 서생원>, 오석심 作 ⓒ김지원

 

▲<희망사항>, 김용기 作

▲ <희망사항>, 김용기 作 ⓒ김지원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 세상으로>

▲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 세상으로>, 이지향 作 ⓒ김지원


은암미술관은 동구 궁동弓洞 ‘예술의 거리’에 있다. 옛 관아 근처에 위치한 까닭에 문무관들이 활터로 활용했으며 예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화랑과 갤러리가 밀집하고, 1986년부터 ‘예술의 거리’로 불리며 광주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예술의 거리 곳곳을 걸어보고 인근에 있는 ACC도 들러보면 좋겠다.



○ 공간 정보

갤러리 생각상자

주소: 광주 동구 남문로 628


은암미술관

주소: 광주 동구 서석로85번길 8-12 


○ 관련 링크

은암미술관 홈페이지 : www.eunam.org

 

장소정보
광주광역시 동구 남문로 628 갤러리 생각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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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김지원
인문쟁이 김지원
2019 [인문쟁이 5기]


쓰는 사람이다. 소설의 언어로 세상에 말을 건네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살고 싶은 마음과 길가 돌멩이처럼 살고픈 바람 사이에서 매일을 기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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