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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새겨진 매거진, 어반 스페이스 오디세이

매거진 콘텐츠를 도시 공간에 녹여내다

인문쟁이 전용언

2020-02-25


중림창고 전경

▲ 40년이 넘은, 불법으로 세운 중림창고. 세월의 멋이 건물 곳곳에 묻어 있어 ‘꽃중년’을 연상시킨다. ⓒ전용언


매거진은 종이라는 매질을 벗어날 수 있을까. 다소 엉뚱한 질문에 ‘어반 스페이스 오디세이(URBAN SPACE ODYSSEY, 이하 USO)는 차원을 넘어선 해답을 내놓았다. 매거진 콘텐츠를 도시라는 캔버스에 녹여낸 USO는 매거진 에디터와 도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이들이 합심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충정로와 서울역 사이에 위치한 중림창고에 터를 잡은 USO는 3차원 공간에 매거진을 새겼다.


중림동 골목길

▲ USO가 위치한 중림동 골목.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어 옛 서울의 모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전용언

 

매거진의 목차같은 건물 안내도

▲ 매거진의 목차를 보는 듯 했던 건물 안내도 ⓒ전용언


USO가 위치한 중림동 골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온 건 바람을 타고 온 고소한 참기름 냄새였다. 낡은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중림창고는 중후한 멋을 풍기며 사람들을 맞이했다. 다소 복잡한 구조의 건물인 만큼 공간을 안내하는 표지가 마치 매거진의 목차처럼 건물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었다. USO의 첫 공간, 혹은 첫 호의 주제는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Sleepless Seoul)’. 심야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에 걸맞은 이름이었다. 책장을 넘기듯 계단을 올라 첫 번째 공간에 다다랐다.


SPACE A에는 덩그러니 놓인 화면에 일러스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 SPACE A에는 덩그러니 놓인 화면에 일러스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사진은 촬영을 위해 전등을 켠 SPACE A의 모습 ⓒ전용언


커튼으로 빛이 차단된 SPACE A는 ‘외로움의 방’이라는 주제로 일러스트레이터 기마늘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작은 극장처럼 꾸민 공간에는 세로형의 일러스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작가는 중림동 일대의 밤 풍경을 주제로 이 일러스트 영상을 구성했다고 한다. 고즈넉한 느낌의 일러스트 외에 어떠한 빛도, 소리도 없는 이 공간은 ‘외로움의 방’이라는 주제와 곧잘 어울렸다.


‘러거시 오브 탐라’를 테마로 한 SPACE B

▲ ‘러거시 오브 탐라’를 테마로 한 SPACE B) ⓒ전용언


매거진의 광고 지면을 떠올리게 했던 SPACE B

▲ 매거진의 광고 지면을 떠올리게 했던 SPACE B) ⓒ전용언


SPACE B의 모습은 다른 공간에 비해 한국적인 모습이었다. 제주의 토속 문화를 소재로 한 ‘레거시 오브 탐라’는 한국의 ‘웜 스튜디오’와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프라마’의 합작품이었다. 현대적인 공간에 슬며시 녹아들어간 전통 소품들이 이색적이었다. 온몸으로 조명을 받아내고 있는 전시품들이 마치 매거진 속 광고 소품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인 가구의 공간을 테마로 최고요 작가가 꾸민 고요의 집

▲ 1인 가구의 공간을 테마로 최고요 작가가 꾸민 고요의 집) ⓒ전용언

 

고요의 방이라는 테마에 딱 맞았던 차분한 느낌의 소품들

▲ 고요의 방이라는 테마에 딱 맞았던 차분한 느낌의 소품들) ⓒ전용언


이어 발걸음을 옮긴 SPACE C는 공간 디렉터 최고요 작가의 ‘고요의 집’이었다. 1인 가구의 집을 테마로 꾸민 고요의 집은 여러 가지 소품들이 어우러져 공간을 채웠다. 실용적이면서도 정갈한 느낌의 독립된 공간을 통해 작가의 스타일은 물론 1인 가구가 가득한 서울의 방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박지호 편집장이 호스트로 활동하는 심야살롱이 열리는 공간.

▲ 박지호 편집장이 호스트로 활동하는 심야살롱이 열리는 공간

심야살롱에는 시인과 작가, 편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찾아와 각자의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전용언


어반북스의 도시서점 2호점. 책뿐만 아니라 ‘Sleepless Seoul’을 소재로 한 MD가 진열되어 있다

▲ 어반북스의 도시서점 2호점. 책뿐만 아니라 ‘Sleepless Seoul’을 소재로 한 MD가 진열되어 있다. ⓒ전용언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서점 맞은편에 자리한 심야살롱 라운지. 심야살롱은 책, 영화, 디자인, 브랜드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USO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시인과 작가, 편집자와 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던 지난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온갖 종류의 글을 볼 수 있는 매거진의 칼럼 지면이 떠올랐다. 


“매거진의 감도 높은 콘텐츠를 공간으로 확장해 다양한 체험과 영감을 얻게 한다.” 

_ USO의 카피


매거진은 종이라는 매질에 갇힐 필요가 없다. 도시 자체도 매거진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얄팍한 편견을 깨고 나니 다소 허황된 말처럼 느껴졌던 USO의 카피가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 그중에서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이곳 중림동에 세상에서 가장 큰 매거진이 생겼다.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중림동 수선집. 이곳 때문에 주민들도 중림창고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중림동 수선집. 이곳 때문에 주민들도 중림창고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전용언


마치 매거진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던 중림창고

 

마치 매거진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던 중림창고

▲ 마치 매거진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던 중림창고 ⓒ전용언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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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멋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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