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라온 시간

'근대골목 나무투어'

2017.03.13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한 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무는 이야기에 보탬이 없고 거짓이 없다”

-박상진 저 『나무탐독』 중에서


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450x338

▲ 회화나무


2900만 그루, 대구가 20년 동안 심어온 나무다. 도로 가에 심긴 히말라야시다 나무, 가로수와 공원을 채운 나무는 일상을 초록빛으로 만들었고, 무더웠던 여름 날 대구의 밤을 식혀주었다. 대구시는 올해 도시 숲을 조성하고, 대구 수목원을 3배 확장할 계획으로 ‘숲의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던 나무는 대구 풍경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풍경뿐만 아니라, 역사를 함께한 나무들도 있다. 대구 투어 중 근대골목 나무투어를 통해, 오랜 시간을 지나온 나무들과 그 나무의 이야기를 찾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450x338

▲ 근대골목 나무 투어 팜플렛


----------------------------------------------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냄의 의미

-근대 골목 나무투어 담당자 이정웅


Q. 나무와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되셨나요?

A. 시의 녹지 과장을 역임했고 수목원 실무 책임자로 지냈습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에 ‘푸른 대구 가꾸기’를 하면서 ‘천 만 그루나무심기’ 실무자로도 지냈지요. 대구에 나무를 많이 심다 보니, 골목마다 마을 어귀마다 큰 오래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나무가 어떤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팽창하지만 인간이 여유를 느낄 공간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쉬이 여유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시에서 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젠 생활에서는 뗄 수 없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500x362

▲ 나무투어 운영코스


Q. 24그루의 노거수에 각기 관련된 인물의 이름을 붙였던데 계기가 있었나요?

A. 오래된 나무는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어떻게 보존 할까 고심을 하던 중에 신문에서 태국의 사례를 접했습니다. 태국의 무분별한 벌채로 열대 숲이 파괴되어 정부가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무마다 스님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불교가 국교인 태국에서 스님들은 존경받는 존재였고, 도벌꾼도 나무를 베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대구에도 역사적 의의가 있는 인물 이름을 명명하고 보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lf_350x467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rg_350x467

▲ 종로초등학교와 최제우 나무


Q. 이름은 어떤 식으로 붙이셨나요?

A. 실제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나무나 문화재인 나무도 있고, 평범한 나무에 이야기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지요. 최제우는 일찍이 동학교를 창시하고, 사회평등을 주장한 인물입니다. 당시에는 나라를 어지럽힌 죄로 경상감영에 불려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경상감영에 있던 나무가 최제우의 그 울분을 지켜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종로초등학교에 최제우 나무를 명명하였습니다. 이인성 화가 같은 경우에는 이중섭과 같이 천재 화가로 불리는 데도 대구 출신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계산성당 감나무를 보고 나무에 이인성 나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고 안내판을 세웠더니 지역민들도 좋아하더군요. 이름을 붙이고 나니 집을 개량하거나 건물을 세울 때 나무를 피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지역도 이해하게 되고, 나무도 사랑하게 되고, 두 가지 목적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lf_350x467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rg_350x467

▲ 계산성당과 '계산동 성당'작품에 등장했던 감나무


❝대구 동구 평광동의 일명 ‘광복소나무’는 단양 우씨 집성촌인 마을의 한가운데 서 있다. 광복 당시 마을 청년 다섯 명이 심었다고 한다. ‘단기 4278년 8월 15일 해방기념’이라 쓴 표석이 있다. 이씨는 “젊은이들이 광복 기념으로 식수를 한 것 자체가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 중앙일보 기사, 고목에 숨은 ‘문화코드’를 관광자원으로 …’ 중에서


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lf_350x467view_con_우리가모르는사이자라온시간_rg_350x467

▲ 청라언덕의 사과나무


Q.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A. 청라언덕의 존슨 나무를 추천하고 싶네요. 존슨 목사가 최초로 사과나무를 사택 뜰에 심고 보급한 것이 대구 사과나무의 시초이고, 이 나무들이 퍼져나가 대구는 사과의 대표적인 산지가 됩니다. 존슨 나무를 만나고 나서, 청라언덕을 둘러보길 추천합니다. 가곡 ‘동무생각’에도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라며 등장하는 언덕이지요. 대구의 몽마르트 언덕이라 불리는 이 언덕을 시작으로 계산성당이나 이상화, 서상돈 고택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그 시대를 거니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Q. 앞으로도 나무 투어를 d 진행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많은 사람들이 대구의 자긍심을 가지게 될 투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대구에 일자리가 없고 경제가 침체되었다는 이야기들만 많이 들립니다. 그 와중에 대구가 이렇게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나무 투어를 접하는 분들이 대구는 뿌리가 탄탄한 자원을 가졌고 훌륭한 분들을 배출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며, 지역을 자랑스럽게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일상의 장면 속에 자리했던 것 같다. 한 여름을 떠올리면 햇볕을 등진 이파리 아래 들어서서 벗어나기 싫었던 순간이 있고, 가을날엔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걸어가면서 그 빛깔에 카메라를 들이 댄 적도 많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나무가 바꿔놓은 풍경에 그렇게 반응을 하며 살아왔고, 나무는 그런 우리를 보며 여태 시간과 자리를 지켜냈는가 보다.

 

사진= 양다은

----------------------------

※이정웅_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

저서 : 『대구경북 명목을 찾아서』, 『나무와 함께 떠나는 대구인물기행』


*관련링크

나무박사 이정웅 http://artko.kr/~ljw

대구근대골목투어 사이트 http://www.jung.daegu.kr

중앙일보 기사 발췌 http://news.joins.com/article/3893279

 

장소정보
대구광역시 남구 현충로 64 2층 대구생명의 숲
양다은
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공공누리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라온 시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