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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은 조화로운 사회의 필수조건, 서강대학교 정유성 교수

“남녀의 고유한 성 역할은 없습니다”

김지혜

2019-05-15


성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 기존의 윤리로 인해 갈등과 오해가 깊어지는 시대.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남녀의 역할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일찍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정유성 교수. 젠더 관련 연구로 다양한 실천을 이어온 그를 만나 성평등의 대안과 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았다.


정유성 교수



Q. 90년대부터 젠더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요. 일찍부터 문제 인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독일 유학 당시의 경험이 차별과 젠더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80년에 독일 유학을 떠나 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 귀한 막내아들로 자랐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차별받은 경험이 별로 없었습니다. 나름 엘리트라고 생각했는데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며 차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인 독일 간호사와 교류하면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회, 성평등, 페미니즘, 청년문화, 남성학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연구했고 모임과 단체를 만들어 활동해 왔습니다.



Q. 우리 사회 성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A. 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는 전근대적인 삶의 방식이죠. 뿌리가 너무 깊은 나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수평적인 사고를 하는데 사회에는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질서가 남아있어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는 거죠. 모든 사회의 불평등은 양극화의 바탕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남성적, 여성적 특징을 강조하며 살았습니다. 1차, 2차 산업혁명까지는 남성의 힘이 경제적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힘이 아니라 되뇌, 감정적 능력이 요구되는 사회입니다. 힘이 필요하지 않은데 힘의 논리로 남성과 여성을 규정한다는 건 누가 들어도 진취적이지 않지요.



Q. 성불평등이 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공교육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교육과정 전반에 인간화의 기본 과제로 성에 대한 태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을 흔히 시지프스의 신화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헛수고라는 뜻이지요. 지금까지 교육으로 완벽한 성공을 거둔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교육은 단 하루도 쉴 수가 없습니다. 교육은 해야만 하니까요. 한국은 현재 경쟁 위주의 교육 구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조화로운 것들 위주로 생각하지 않죠. 성평등 교육에 앞서 먼저, 아이들에게 자아정체성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자아정체성은 나와 나 사이의 관계를 말합니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성역할과 성 정보에 노출되면 결국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학교폭력부터 여성 혐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죠.


성평등은 여성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에게도 필요합니다. 남자답다는 것 자체가 제조된 것이며 거푸집 같은 것입니다. 남성으로 자라고 사는 과정은 인간 본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으로 가득합니다. 청소년들은 남자에 대한 사이비 본성을 알고 허구성을 성찰하며 성장해야 합니다. 공교육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양육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교육이라고 하면 오해를 많이 해요. 그러나 성교육은 성에 대한 태도 교육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 차이는 있지만 고유한 성역할은 없습니다. 이를 인지하는 것에 따라 성 태도가 결정됩니다. 진정한 성평등은 법과 제도로 실현될 수 없습니다. 문화와 생활 의식의 차원에서 실현되어야 합니다. 교육과정 전반에 인간화의 기본 과제로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유성 교수


Q. 다른 나라의 경우 성평등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A.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른 나이부터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복지국가에서 오랜 노력으로 평등한 사회를 이룩했습니다. 일단 아버지들이 육아 및 교육에 참여하며 교육현장에서 성차별 고정관념을 없앴습니다. 남녀 구별과 호칭조차 폐지했으니까요. 프랑스는 자연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줍니다. 독일은 통일 이후 다문화 사회와 더불어 평등과 조화를 강조하며 젠더를 교육의 기조로 삼고 있지요. 무엇보다 평등한 직업기회를 주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OECD국가들이 이른 나이부터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Q.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요?

A. 사회적 갈등의 근본 원인인 성불평등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유연한 평등사회를 구축해야 합니다.


성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의 근본 원인입니다. 조화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평등을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성평등을 넘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다문화, 통일까지 공존과 상생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불균형한 부분이 있었지만 계속된 여성해방운동과 페미니즘 담론으로 법과 제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아직 진행 중이고 잘 해결하리라 기대합니다. 이제는 산술적이고 계량화 된 평등이 아니라 능동적인 대처로 유연한 평등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실천이겠지요. 이해와 배려, 보살핌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자리 잡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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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지혜
김지혜

사람이라는 텍스트를 좋아하는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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