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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쓰는 엄마, 서울명신초등학교 이유남 교장

‘인간’은 자랑거리로 자랄 수 없다

김지혜

2019-02-13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은 숱한 화제를 남기며 대한민국 교육계를 돌아보게 했다.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자녀를 대한민국 최고의 S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부모의 욕망을 그린 드라마로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부모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자 관심사인 ‘교육’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유남 교장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모들과 다를 게 없는 교육에 ‘욕심’ 많은 엄마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다. 전교 최상위권 우수한 성적의 남매가 고교를 자퇴한 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들 자퇴 후 10년 만에 쓴 책이 <엄마 반성문>이다. 현재 교장선생님이자 부모 코칭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삶은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명신초등학교 이유남 교장


Q.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연일 화제입니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 그리고 한국 교육의 현실과 무게가 모두에게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

A. 내 아이를 나의 ‘자랑거리’로 만들려 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드라마를 챙겨본 건 아니고요. 주변에서 많은 화젯거리로 삼길래 인터넷에서 주요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한서진(염정아)이 전직 교사 출신, 전업주부 역할인데 과거의 저와 같더라고요. 오직 자녀의 대학을 위해 몰입하고, 입시전쟁을 치르죠. 저 또한 남매를 키우면서 직장에 다니며 오후 시간을 돌보아 주지 못하니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교육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나의 자랑거리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으니까요. 나의 강박감이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행사되었던 거죠. 저를 비롯해 많은 부모님들이 성취 중심적인 시대를 지나오면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부모의 자랑거리로, 부모의 꿈을 이루는 아이들로 키우는 중장년 세대 모두의 자화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학교에서는 최고의 선생님이었지만, 자녀에게는 원수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A. 초등학교 교사이자 엄마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엄청나게 시키면서 끝없는 감시와 간섭이 삶의 일상이었던 때가 있었죠. 그땐 무자비한 엄마였던 것 같아요.


엄마의 계획대로 이어진 공부와 학원 스케줄로 인해 아이들이 놀 시간이 거의 없었죠. 책도 읽어야 하고, 과외도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학원도 가고, 문제집도 풀어야 했어요. 아이들에게 묻지도 않고 제가 어린시절 하고 싶었던 한 맺힌 것들 피아노, 스케이트, 수영, 클라리넷, 플룻, 사물놀이 등을 억지로 시켰었죠. 1년이 지나면 학년을 올려보내는 우리 반 아이들은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많은 시간 동안 항상 옆에 있어야 했기에 빠져나갈 수 있는 길조차 없었습니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부모를 거역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게 저의 지난 날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과목 내신 1등급을 유지하던 고3 아들이 4월 말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자퇴를 했어요. 얼마 뒤 둘째 딸도 자퇴 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죠. 당시 남편의 사업 부도로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빚을 내서 학원을 보냈거든요. 투자한 만큼 아이들이 성공할 거라 생각했는데 반대였어요. 극단적으로 들리겠지만, 학교와 학원만 다닌 두 아이는 결국 무기력한 괴물이 되었고, 그들에게 엄마인 저는 목소리도 듣기 싫은 존재가 되었어요. 두 아이는 방 안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고 제가 해주는 밥도 먹지 않았죠. 제 자녀에게 전 감시자, 관리자, 감독자의 역할만을 충실히 한 제가 생각해도 무자비한 엄마였습니다.



Q. 그래서 반성문을 쓰게 되신 건가요? 보통 반성문은 학생들이 많이 쓰는데, 현직 교장 선생님께서 쓰셨어요. (웃음)

A. 똑같은 잘못을 하는 부모님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육자로서 늘 자신만만했었는데 아이들 문제를 겪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우리 반 아이들도 잘 가르쳤으니 당연히 내 자식도 잘 키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우리 반 학생들은 골목에서 나를 보면 숨거나 도망쳤고 우리 집 아이들은 나와 손잡는 것도 싫어했어요.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에게 칭찬 한번 한 적 없는 엄마였더라고요. 늘 숙제는 했는지, 몇 점 맞았는지, 성적과 관련한 질문만 늘어놓았죠. 아들이 자퇴할 즈음 학교 가면 머리 아프고, 배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도 무조건 다그치기 바빴죠.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알았어요. 아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것을. 아들이 나약해서 견디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저에게 있었어요. 저는 엄마가 아니라 감시자에 불과했어요. 괴로웠죠. 이런 지옥 같은 시절을 겪고 나서 부모들이 저와 같은 가슴 아픈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우리 아이들과 같이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의 치부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명신초등학교 이유남 교장 (엄마반성문 이유남 지음 대박)


A.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부모로서 나를 바꾸고,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죠.


우선 소통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것이 중요할 거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리더십센터, 한국코칭센터, HD행복연구소 등 여러 기관에서 리더십과 코칭, 상담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할 때 만 해도 ‘방법론’을 배우면 금방 아이들과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어설프게 교육을 받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아이들에게서 얻어 내려고 하는 걸 아이들이 알더라고요. 당연히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걸렸습니다. 문제가 나에게 있었다는 걸 깨닫고 저부터 변해야 했으니까요. 부모가 변해야 해요. 코칭스킬 만을 배워서 자녀를 바꾸어 보겠다는 마음으로는 아이들이 절대 바뀌지 않아요. 머리로 깨달은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꾸준히 반복해서 배우고 또 배웠어요. 그랬더니 조금씩 실천할 수 있었고 욕심도 내려놓게 되었죠. 아이 존재 자체를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살아 있어 주고, 얼굴 보여 주고, 내가 해주는 밥을 먹어 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깨닫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더니 성적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을 믿고 응원하는 엄마로 살고 있고, 아이들도 더 이상 저에게 도끼눈을 뜨지 않죠. (웃음)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엄마 반성문 이유남 지음

▲ 《엄마 반성문》, 이유남, 덴스토리(Denstory)


Q. “문제아는 없습니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입니다.”라는 문구가 책의 뒷면을 강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문제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아이들의 탈선은 형태만 다를 뿐 부모에 대한 복수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드라마 〈SKY캐슬에서 엄마의 입시전쟁으로 키워진 아이 ‘영재’라는 인물이 엄마에게 서울 의대 합격증을 주면서, 입학을 포기하는 복수를 하잖아요. 부모가 원수인 셈이죠. 우리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원수가 되지 않으려면 억압과 강요가 아닌 인정과 존중, 지지, 칭찬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탈선은 형태만 다를 뿐 부모에 대한 복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아무리 바빠도 대화하길 권합니다. 아이와 30분 이상 얼굴을 마주 보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기를 바랍니다. 반항기 아이들이 그런 말을 잘하잖아요.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고요. 아무리 많은 물질을 제공해주어도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해주는 모든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사실, 부모님들은 바쁘게 세상을 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시간에 늘 쫓기며 살기 때문에 대화가 ‘사치’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공감해주는 대화의 시간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좋은 경치를 구경시켜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A. 자녀가 못하는 걸 잘하게 하려 애쓰지 마세요. 그저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함’과 ‘내려놓음’이 필요합니다.


자녀들과 대화를 할 때 자신의 말투가 어떤지, 소통방식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인지해 보세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전에 자신의 자녀를 ‘칭찬’하는 데 집중해 보세요.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려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저는 부모의 역할이 아이가 못하는 것을 찾아 잘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위해 애썼습니다. 그래서 늘 야단을 치고 지적을 했던 것이지요.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거 해. 저거 해”가 아니라 자녀에게 “무엇을 하고 싶니?” 식의 질문을 자주 해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지시적인 ‘티칭형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그 선택에 대해 ‘지지적 피드백’을 해주어,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코치형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Q. 이제는, 실수 없이 자녀분들과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는지요?

A. 자녀가 행복하길 바라다가 결국 제가 행복해졌어요. 길을 찾은 느낌이랄까?


벌써 10년이 흘렀어요. 아이들은 10년 전 제가 목표했던 스카이(SKY)대나 아이비리그엔 가지 못했죠. (웃음) 그렇지만 저와 아이들과의 관계는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을 얻게 된 것이지요. 이제는 행복이 무엇인지 찾았다고 할까요? 이제는 두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늘 선택권을 주고 지지적 피드백을 해주고 있습니다. 아들은 어려서 배우고 싶었던 드럼을 배우기도 하고, 딸은 제과제빵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겨 아들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딸은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남편 사업 부도의 영향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아이들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했어요. 그래도 불평 없이 본인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바꾸려고 공부를 시작 했는데 제가 행복해졌습니다. 《엄마반성문》에 우리 아들이 추천사를 써줬어요. “실제로 우리 어머니는 많이 달라지셨고 그 덕분에 제 삶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라고요. 이 인터뷰를 보는 모든 부모님들도 진정한 행복의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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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지혜
김지혜

사람이라는 텍스트를 좋아하는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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