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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숨어있던 나를 발견하게 한 8개의 단어와 8개의 삶

2024-01-06

 

 

[2023년 청소년 인문교실 수기공모전 수상작 중등부문 우수상]

 

 

 

영월청소년수련관에서 하는 방과후 아카데미에서 접한 인문학 문화프로그램. 한편으로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분야라 두렵기도 했다. 인문학이라는 분야는 학교 도덕 수업 때 관련된 내용을 일부 들어보거나 읽었던 시간을 빼고는 접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장마철이라 비가 내리는 수련관 교실 문을 열면서 나는 이미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교실 한구석에 앉아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 머릿속으로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지루함, 고리타분함 등이 점점 더 나를 압박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로 들어서는 선생님을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은 설렘에서 기대감 없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내용에 집중하는 순간 의외라는 반응이 일면서 서서히 선생님의 목소리에, 수업 내용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학교 수업보다 이 시간이 더 기다려졌다. 선생님의 설명도 설명이려니와 내용도 수업 시간마다 바뀌어서인지 생각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나 해결책들은 매시간 나를 흥분시켰다. 예를 들어 어떤 날에는 ‘원하다’ 이면 다음 주에는 ‘버리다’ 이런 식일 때도 있고 ‘걷다’, ‘먹다’, ‘사랑’ 등으로 주제가 바뀔 때도 있었다. 어떻게 늘 사용하던 단어들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들로 퍼져 나갈 수 있지? 나와 생각이 같거나 다를 땐 어떻게 생각하고 말을 해야지? 어떨 땐 ‘이런 방법 또는 저런 생각이 있었구나. 해봐야겠다.’ 라는 점 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일상속에서 수업 내용이 자주 떠오르기도 했고 머릿속에서 그 내용들이 떠나질 않았다.

 

수업 내용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설명하다’ 단어와 관련된 시간이었다. 주변의 사건들을 볼 때 우리는 “왜 설명 해야지?” 라는 물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때는 어떤 일이 나도 모르게 일어났거나, 그 상황에 내 잘못이 들어 있을 때 설명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 행동들이 반복되다 보니 내 주변의 친구들은 혼자 기분 나빠하거나, 자신들의 마음을 숨기거나, 자신들의 비밀을 감추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져 있었다. 그리고 매번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만 하면 ‘응, 너의 말도 맞아.’, ‘응, 그렇게 말하거나 생각해도 돼.’ 라고 이렇게 나 아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곤 했었다.

그런데 철학 선생님이 내 말을 어떻게 들으셨는지 바로 그 해답을 알려주셨다. 수업 듣는 내내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고 잠시 눈물이 비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좋았다. 그후 주변 사람들의 말들에 귀를 기울여 듣게 되었고 나 역시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내 주변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보여지는 사물에 대해 고민과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던 무수한 생각들이 넘쳐 흘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버리다’ 수업 시간이었다. “버릴 건 버리는 게 어때?” 라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멈칫멈칫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우리 또래들의 고민과 거친 행동, 고쳐야 할 언어 등 벗어던져야 할 점들을 말하기 시작하자 교실은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로 가득찼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동안 나는 나에게 이익이 되든 불이익이 되든 상관없이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했다. 아마 친구들을 잃는 것이 가장 무섭고 두려워서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버리려는 것들을 친구들 앞에서 내뱉는 순간 정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지고 있는 게 더 힘든데, 힘들 텐데 난 왜 더 힘든 걸 생각했을까’ 라는 물음. 그 물음에 대한 해답과 실천을 해나가고 있을 때 철학 수업이 끝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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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제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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