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인문 사업 아카이브

[수기공모전] 인문학으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

2024-01-05

 

 

[2023년 청소년 인문교실 수기공모전 특별상]

 

 

 

7월. 잠시만 걸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그런 날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와 청소년들의 불쾌지수도 한껏 올랐고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섞여 날이 선 말투들이 서로를 괴롭히기 딱 좋은 시기였다.

인문교실을 시작하기 전 수업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나를 바라보는 물음표가 그득한 눈동자를 보고 18도를 가리키고 있는 에어컨마저 내 이마에 땀을 미처 식혀주지 못하고 있었다. 강사님이 등장과 동시에 속으로 쾌재를 지르고 자리를 비켜드렸다. 내가 본 강사님의 첫인상은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 나오는 ‘레미’였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공허한 눈을 마주치고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동질감이 들기도 하여 뒤를 돌아 눈에 맺힌 땀을 훔쳤다. 진행되는 수업에 아이들이 이해는 고사하고 그저 잘 들어주기를 빌었다. 작년까지 ‘이무진의 신호등’에 심취했던 이들이 과연 랩은 물론이요, 인문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은 강사님의 화려한 언변으로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보고 걱정을 조금 덜었다.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강사님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포스트잇에 적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본인들의 숨겨왔던 취향을 적는 것이 영 부끄러웠던지 머뭇거리던 펜대가‘어떤 노래여도 괜찮아, 내가 다 들어볼 거야~’라는 강사님의 독려에 툴툴거리며 조금씩 움직였다. 인문학이란 알고 보면 인내심을 기르는 학문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상상적 청중과 함께 살며 길 위에서도 몸을 흔들어 젖히고 나를 관객으로 만들더니 무대 위로 올라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소개하는 데에는 몸을 배배 꼬면서 난리가 났다. ‘나는 MBTI가 내향형’이라 소리치는 첫 타자 청소년을 보고 있자니 저 친구들을 인터뷰 하겠다고 웃으며 진행하는 강사님에게 또 한 번 젖어 들어 눈에서 땀을 훔쳤다. 무더위에 에어컨이 고장난 것이 틀림없다. 참여형 인문 수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모든 청소년이 올라와서 자신과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할 수 있도록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처음엔 부끄러워하더니 한 명, 두 명이 지나가자 아침마당의 한 장면의 연예인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날 수업이 끝나자 자신은 인터뷰를 못 했다며 한탄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나 참, 진짜 알 수가 없다.

이 인문학 수업은 참여형이다. 처음에는 포스트잇, 두 번째는 인터뷰, 지금은 댄스. 현대와 과거의 댄스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댄스동아리 청소년이 친구들에게 최신 유행하는 댄스를 알려 주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꿈틀거리는 몸짓을 보며 슬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웃으면 또 수치스럽다고 나를 힘들게 할 게 뻔했다. 이어 강사님이 알려주는 마이클잭슨의 문워크, 이마세의 나이트 댄스 등을 배우며 지난 시간엔 말만 걸어도 부끄럽다고 난리던 청소년들이 그새 자신의 몸짓에 만족하며 서로를 칭찬하고 있었다. 우리가 신청한 프로그램의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이여 낭랑하라.』자신만 알던 청소년들이 수업을 통해 자신을 다양하고 낭랑하게 표현하는 것을 배워감으로써 즐거워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기에 청소년들이 쓴 랩을 발표하는 것을 보며 진짜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가장 크게 웃은 순으로 상점을 찍어주었다. 안 미안해, 얘들아.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어떤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는 배우고자 하는 학문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사랑해야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청소년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여러 사회 문제 때문에 혐오감도 들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나온 8회기 수업이 그리하였다. 첫 회기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참여를 통해서 점차 인문학의 과정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년을 다시 바라보았을 땐 인문학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공허한 눈동자는 이제 서로와 문화를 이해하는 따뜻함으로 가득 차 흘러넘치고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수기공모전] 인문학으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 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제공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문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인문진흥팀 063-219-2856

 

  • 청소년인문교실
  • 청소년
  • 공모전
  • 수상작
  • 문화체육관광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아르코
  • 인문정신문화
  •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 일상이풍요로워지는보편적문화복지실현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수기공모전] 인문학으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댓글(0)

0 / 500 Byte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