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렸다. 그중에서도 생활력 강하고 성실한 제주여성의 부지런함은 예나 지금이나 제주의 으뜸 자랑거리로 꼽힌다. 제주여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거상 김만덕이다.
▲ 김만덕 표준영정 ⓒ양혜영
ㅣ200년을 거슬러 재현된 김만덕객주
김만덕은 1739년 양인의 딸로 태어났지만 열두 살 때 양친이 모두 사망하면서 퇴기의 수양딸로 보내져 기생이 되었다가 친가의 도움으로 양인의 신분을 회복하고 객주가 됐다. ‘객주’는 상인들의 물품을 위탁받아 팔아주는 중간 상인을 말하는데, 김만덕은 장사 수완이 매우 뛰어나 막대한 부를 쌓았다.
▲ 김만덕객주 내부- 제주 전통 고가를 관람할 수 있다 ⓒ양혜영
김만덕이 상인을 맞이하던 객주 터는 제주항 맞은편에 고가(古家) 넉 채와 객관(여관) 두 동, 창고와 주막으로 재현되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곳에서 통시와 우물, 마구간의 정겨운 모습을 만나고, 주막에서 빙떡과 막걸리를 마시며 200년을 거슬러 객주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ㅣ제주도민을 구휼한 김만덕을 기리다
▲ 김만덕기념관 입구 ⓒ 양혜영
김만덕이 칭송받는 이유는 뛰어난 장사수완 때문만이 아니다. 김만덕은 조선 정조 18년 (1794년)에 발생한 태풍과 5년째 이어지는 가뭄으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굶어 죽어갈 때, 전 재산을 내놓아 전국의 상인에게서 곡식을 사들여 관덕정과 삼성혈에 큰 솥을 걸어 죽을 쑤고, 보리와 감자를 나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다.
객주 서쪽에 이런 김만덕의 업적을 기리고자 세워진 ‘김만덕기념관’이 있다. 3층으로 건축된 김만덕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낸 쌀가마니가 보인다. 제주에는 매일 밥을 하기 전, 쌀 한 공기를 덜어 모으는 ‘조냥’의 풍습이 있다. 높이 쌓아 올린 쌀가마니에서 어려운 시기에만 반짝하고 마는 일회성 나눔이 아닌, 일상에서 절약하고 나누는 ‘조냥’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다.
▲ 김만덕기념관 1층 로비 ⓒ양혜영
3층 상설전시실에서는 김만덕의 생애와 눈부신 업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생과 양인의 신분을 오가며 가난을 이겨내고 거상이 된 김만덕의 파란만장한 삶과 “풍년에는 흉년을 생각해 절약하고, 편하게 사는 사람은 고생하는 사람을 생각해 하늘의 은덕에 감사하며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활철학을 몸소 실천한 거상의 불꽃같은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김만덕기념관 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제주항풍경-유리창에 적힌 문구가 감동적이다 ⓒ양혜영
기념관 2층 나눔실천관은 나눔의 의미와 필요성을 깨닫고 나눔의 실천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에 평화와 나눔을 실천한 의인들의 삶을 엿보고, 진정한 나눔의 정의와 실천 방법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색할 수 있다.
▲ 김만덕기념관 2층 나눔체험관 ⓒ 양혜영
1층 나눔문화관은 여러 커뮤니티 활동과 기획전시가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9월 30일까지 특별기획전시 ‘빛, 여행 그리고 상상전’이 열렸다. 전시 중인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김은영 작가의 ‘쉐도우 볼’과 사람들에게 즐거운 기부문화를 알리고자 만든 김일동 작가의 ‘코인맨과 시공상상’은 김만덕의 나눔 정신과 예술적 상상력이 훌륭히 결합한 작품이었다.
▲ 김은영 작가의 쉐도우볼 ⓒ양혜영
▲ 김일동 작가의 코인맨과 시공상상 ⓒ양혜영
ㅣ세상을 밝히는 은혜의 빛
김만덕객주와 김만덕기념관을 돌아본 뒤 마지막으로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 있는 김만덕 묘지를 찾았다. 김만덕의 고향은 원래 구좌읍 동복이지만, 고향에 머문 기간보다 제주항 앞에 있는 객주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고, 묘 또한 제주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라봉에 자리했다. 아마 죽어서도 제주항을 지켜보고 싶은 김만덕의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온 세상을 밝힌다는 비문처럼 그 애틋한 마음이 빛으로 남아 오늘날 우리의 마음을 환히 비춰준다.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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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히는 은혜의 빛
제주 거상 김만덕
인문쟁이 양혜영
2018-10-09
예부터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렸다. 그중에서도 생활력 강하고 성실한 제주여성의 부지런함은 예나 지금이나 제주의 으뜸 자랑거리로 꼽힌다. 제주여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거상 김만덕이다.
▲ 김만덕 표준영정 ⓒ양혜영
ㅣ200년을 거슬러 재현된 김만덕객주
김만덕은 1739년 양인의 딸로 태어났지만 열두 살 때 양친이 모두 사망하면서 퇴기의 수양딸로 보내져 기생이 되었다가 친가의 도움으로 양인의 신분을 회복하고 객주가 됐다. ‘객주’는 상인들의 물품을 위탁받아 팔아주는 중간 상인을 말하는데, 김만덕은 장사 수완이 매우 뛰어나 막대한 부를 쌓았다.
▲ 김만덕객주 내부- 제주 전통 고가를 관람할 수 있다 ⓒ양혜영
김만덕이 상인을 맞이하던 객주 터는 제주항 맞은편에 고가(古家) 넉 채와 객관(여관) 두 동, 창고와 주막으로 재현되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곳에서 통시와 우물, 마구간의 정겨운 모습을 만나고, 주막에서 빙떡과 막걸리를 마시며 200년을 거슬러 객주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ㅣ제주도민을 구휼한 김만덕을 기리다
▲ 김만덕기념관 입구 ⓒ 양혜영
김만덕이 칭송받는 이유는 뛰어난 장사수완 때문만이 아니다. 김만덕은 조선 정조 18년 (1794년)에 발생한 태풍과 5년째 이어지는 가뭄으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굶어 죽어갈 때, 전 재산을 내놓아 전국의 상인에게서 곡식을 사들여 관덕정과 삼성혈에 큰 솥을 걸어 죽을 쑤고, 보리와 감자를 나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다.
객주 서쪽에 이런 김만덕의 업적을 기리고자 세워진 ‘김만덕기념관’이 있다. 3층으로 건축된 김만덕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낸 쌀가마니가 보인다. 제주에는 매일 밥을 하기 전, 쌀 한 공기를 덜어 모으는 ‘조냥’의 풍습이 있다. 높이 쌓아 올린 쌀가마니에서 어려운 시기에만 반짝하고 마는 일회성 나눔이 아닌, 일상에서 절약하고 나누는 ‘조냥’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다.
▲ 김만덕기념관 1층 로비 ⓒ양혜영
3층 상설전시실에서는 김만덕의 생애와 눈부신 업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생과 양인의 신분을 오가며 가난을 이겨내고 거상이 된 김만덕의 파란만장한 삶과 “풍년에는 흉년을 생각해 절약하고, 편하게 사는 사람은 고생하는 사람을 생각해 하늘의 은덕에 감사하며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활철학을 몸소 실천한 거상의 불꽃같은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김만덕기념관 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제주항풍경-유리창에 적힌 문구가 감동적이다 ⓒ양혜영
기념관 2층 나눔실천관은 나눔의 의미와 필요성을 깨닫고 나눔의 실천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에 평화와 나눔을 실천한 의인들의 삶을 엿보고, 진정한 나눔의 정의와 실천 방법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색할 수 있다.
▲ 김만덕기념관 2층 나눔체험관 ⓒ 양혜영
1층 나눔문화관은 여러 커뮤니티 활동과 기획전시가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9월 30일까지 특별기획전시 ‘빛, 여행 그리고 상상전’이 열렸다. 전시 중인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김은영 작가의 ‘쉐도우 볼’과 사람들에게 즐거운 기부문화를 알리고자 만든 김일동 작가의 ‘코인맨과 시공상상’은 김만덕의 나눔 정신과 예술적 상상력이 훌륭히 결합한 작품이었다.
▲ 김은영 작가의 쉐도우볼 ⓒ양혜영
▲ 김일동 작가의 코인맨과 시공상상 ⓒ양혜영
ㅣ세상을 밝히는 은혜의 빛
김만덕객주와 김만덕기념관을 돌아본 뒤 마지막으로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 있는 김만덕 묘지를 찾았다. 김만덕의 고향은 원래 구좌읍 동복이지만, 고향에 머문 기간보다 제주항 앞에 있는 객주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고, 묘 또한 제주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라봉에 자리했다. 아마 죽어서도 제주항을 지켜보고 싶은 김만덕의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온 세상을 밝힌다는 비문처럼 그 애틋한 마음이 빛으로 남아 오늘날 우리의 마음을 환히 비춰준다.
▲ 사라봉 공원 모충사 내에 있는 김만덕 묘지 ⓒ 양혜영
* 김만덕기념관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09:00~18:00 (매주 월요일, 신정, 설날, 추석 휴관)
관람료: 무료
주 소: 제주특별자치도 산지로 7
문 의: (064) 759-6090
* 김만덕객주
위 치: 제주시 임항로68
시 간: 매일 11:00~22:00(매달 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문 의: (064) 727-8800
* 모충사
위 치: 제주시 사라봉길 75
문 의: (064) 722-0614
장소 정보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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