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일까. 작가 김민섭을 알면 알수록 그를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과 경험, 생각을 덤덤히 풀어내는 그를 보며, ‘저기 지금 누가 내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디딜 곳 없는 허방 위의 삶. 잔인할 만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현실의 파도. 작가 김민섭도 삶의 그 모든 엄혹한 과정 앞에서 때때로 깊게 고민했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지금껏 견뎌왔다. 짐작컨대 여전히 그는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허락한다면 나는 그를 ‘동지’라고 부르고 싶다 생각했다. ‘동지’라는 먼지 묻은 낱말을 그가 반길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눈발이 날리는 2월 17일 오후, 작가 김민섭을 만나기 위해 나선 길. 나는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나의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와 ‘우리는 정말 이어져 있을까’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작가 김민섭은 그가 모 대학 시간강사로 근무하면서 겪은 열악한 현실에 대해 엮은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대중에 알려져 있다. 그는 2017년 11월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한 유명세를 탄다. 당시까지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했던 작가는 특가로 올라온 후쿠오카 왕복항공권을 7만3천원에 구매하며 첫 해외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여행을 열흘 앞두고 아이가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데, 의사는 ‘하루 입원하고 수술해야 한다’고 전하며 수술 날짜를 여행 하루 전날로 잡는다.
“그러면 표를 환불받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항공사에선 환불이 되긴 되는데 1만8천원만 환불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고민 끝에 ‘이 돈을 돌려받느니 누군가에게 양도한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항공사는 양도가 가능하긴 하지만, 양도 받을 사람이 대한민국 남자여야 하고, 그 사람의 이름이 ‘김민섭’이어야 하며, 여권의 영문 철자가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이렇게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페이스북에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항공권을 드립니다’ 이렇게 올리게 됩니다. 3일 째 되는 날 정말 ‘김민섭’씨가 나타납니다. 메시지가 왔어요. 페이스북으로. ‘저는 스물다섯 살 청년이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데 졸업 전시비용이 부족해서 지금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다’면서...”
▲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의 시작이 된 페이스북 게시물
(출처: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김민섭’을 찾았다. 작가 김민섭은 그것으로 된 것이고, 동명이인 김민섭에게 자신의 항공권을 규정에 맞게 양도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고, 훗날 이 에피소드는 그에게 남다른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근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차라리 시작이라고 해야 맞다. 메시지 한 통이 더 온다. 작가는 순간 또 다른 ‘김민섭’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 내용은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너무 잘 보고 있다.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김민섭 씨의 숙박비를 2박3일 동안 부담하고 싶은데 30만원 정도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가 김민섭은 당시 메시지의 어조가 대단히 정중하고 다정했다고 전하며 그 선생님의 호의를 단순히 ‘훌륭하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고 말했다. 후에 작가는 그런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바로 공감능력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타인의 어떤 처지를 보고 거기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거잖아요? ‘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아마 무언가 부족해서 이걸 못 할 수도 있겠지? 근데 내가 이걸 도와줬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닮았을 이 사람도 충분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항공사의 부당한 환불규정에 대한 항의성 프로젝트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작가 김민섭이 찾은 ‘김민섭 씨’는 여행 당일 공항에서 그를 만나 이렇게 질문한다. ‘작가님은 저를 왜 도와주셨어요?’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던 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쓴 후 대학을 떠났을 때 주변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들려줬다고 한다.
‘그냥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을 도와준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예요.’
▲ 공항에서 드디어 마주한 두 명의 민섭 씨
(출처: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연결된 사람들’의 연이은 관심
프로젝트는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숙박비 지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쿠오카에서 시내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1일 패스권’ 2장을 기꺼이 양도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급기야 여행을 떠나기 5일 전에는 한 대기업에서 연락이 온다. 내용인 즉, ‘이 청년이 졸업 전시비용이 부족해서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여행을 잘 다녀와야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졸업 전시비용까지 마련되어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많은 평범한 청년들이 여기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해당 기업은 김민섭 작가가 써주는 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펀딩 프로젝트 개설을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였지만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보자는 것.
▲ 93년생 김민섭 씨의 게시글
(출처: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여행을 3일 앞두고 펀딩 프로젝트는 개설되었고 2박3일 동안 270여명의 사람들이 270만원 정도를 모아 여행을 떠나는 ‘김민섭 씨’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김민섭 씨는 ‘저 정말 잘 다녀오겠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서 잘 살다가 언젠가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 씨를 나도 찾겠다, 작가님이 83년생이고, 내가 93년생인데,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 씨를 찾아서 아무 조건 없이 꼭 여행을 보내주고 싶다’며 후쿠오카로 떠난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 인터뷰 중인 김민섭 작가 ⓒ이중일
작가 김민섭은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비로소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단어는 그가 대학을 입학했던 2000년 초반에는 그 자체로 ‘마법의 단어’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대학을 떠난 2015년 즈음에는 사람들이 연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았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렇다면 연대라는 단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인가. 문득 그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올랐어요. ‘연결’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보이는 튼튼한 ‘밧줄’로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연대하고 있다는 감각을 실감했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미 연결되어 있구나, 대신 아주 얇고 느슨하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끈’으로 누군가 그것을 잡아당기면서 ‘저 여기에 있어요.’하면 ‘아, 당신이 거기에 있었구나, 나와 닮은 당신이 거기에 있구나, 당신이 잘 되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잘 되고, 우리 모두 잘 될 수 있겠지.’ 누군가가 잘 된다는 게 내가 잘 될 수 있다는, 우리 공동체가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로서 기능하고 있지 않나, 결국 그 평범한 감각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작가 김민섭이 말하는 연결의 의미
작가 김민섭이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은 ‘연결’에 대한 감각이었다. 그것은 과거 대학 시절 그가 겪었던 ‘연대’의 속성처럼 특정 가치에 동의하지 않았을 때 구성원의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주거나 사실상 강제하는 형태의 방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변질된 연대였다. 그러면서 그는 ‘느슨한 연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느슨한 연결이라는 게 사회적인 화두가 되었어요. 저는 이 ‘느슨함’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힘들지 않나 생각해요. 느슨함이라는 것은 지금의 연결이 그만큼 이전보다 더욱 섬세해졌다는 의미도 되는 것 같아요. 너무 팽팽하지도 않지만 완전히 버려둔 것도 아니고, 대신 누군가가 ‘나 여기에 있어’라고 신호를 보낼 때 충분히 팽팽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근데 너무 당겼는데도 팽팽해지지 않는다면 그 연결은 이미 죽어있다고 할 수 있어요. 느슨한 연결이라는 게 쉬워 보이고 뭔가 무책임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힘든 연결도 없지 않나 생각하기도 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김민섭 작가가 이야기하는 우리, 지금, 연결의 의미' 저작물은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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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작가가 이야기하는 우리, 지금, 연결의 의미
인문360 인터뷰 - 작가 김민섭
2020-02-26
▲ 함박눈이 내리는 날, 김민섭 작가를 만났다. ⓒ이중일
어째서일까. 작가 김민섭을 알면 알수록 그를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과 경험, 생각을 덤덤히 풀어내는 그를 보며, ‘저기 지금 누가 내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디딜 곳 없는 허방 위의 삶. 잔인할 만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현실의 파도. 작가 김민섭도 삶의 그 모든 엄혹한 과정 앞에서 때때로 깊게 고민했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지금껏 견뎌왔다. 짐작컨대 여전히 그는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허락한다면 나는 그를 ‘동지’라고 부르고 싶다 생각했다. ‘동지’라는 먼지 묻은 낱말을 그가 반길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눈발이 날리는 2월 17일 오후, 작가 김민섭을 만나기 위해 나선 길. 나는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나의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와 ‘우리는 정말 이어져 있을까’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작가 김민섭은 그가 모 대학 시간강사로 근무하면서 겪은 열악한 현실에 대해 엮은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대중에 알려져 있다. 그는 2017년 11월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한 유명세를 탄다. 당시까지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했던 작가는 특가로 올라온 후쿠오카 왕복항공권을 7만3천원에 구매하며 첫 해외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여행을 열흘 앞두고 아이가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데, 의사는 ‘하루 입원하고 수술해야 한다’고 전하며 수술 날짜를 여행 하루 전날로 잡는다.
“그러면 표를 환불받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항공사에선 환불이 되긴 되는데 1만8천원만 환불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고민 끝에 ‘이 돈을 돌려받느니 누군가에게 양도한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항공사는 양도가 가능하긴 하지만, 양도 받을 사람이 대한민국 남자여야 하고, 그 사람의 이름이 ‘김민섭’이어야 하며, 여권의 영문 철자가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이렇게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페이스북에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항공권을 드립니다’ 이렇게 올리게 됩니다. 3일 째 되는 날 정말 ‘김민섭’씨가 나타납니다. 메시지가 왔어요. 페이스북으로. ‘저는 스물다섯 살 청년이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데 졸업 전시비용이 부족해서 지금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다’면서...”
▲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의 시작이 된 페이스북 게시물
(출처: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김민섭’을 찾았다. 작가 김민섭은 그것으로 된 것이고, 동명이인 김민섭에게 자신의 항공권을 규정에 맞게 양도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고, 훗날 이 에피소드는 그에게 남다른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근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차라리 시작이라고 해야 맞다. 메시지 한 통이 더 온다. 작가는 순간 또 다른 ‘김민섭’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 내용은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너무 잘 보고 있다.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김민섭 씨의 숙박비를 2박3일 동안 부담하고 싶은데 30만원 정도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가 김민섭은 당시 메시지의 어조가 대단히 정중하고 다정했다고 전하며 그 선생님의 호의를 단순히 ‘훌륭하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고 말했다. 후에 작가는 그런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바로 공감능력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타인의 어떤 처지를 보고 거기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거잖아요? ‘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아마 무언가 부족해서 이걸 못 할 수도 있겠지? 근데 내가 이걸 도와줬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닮았을 이 사람도 충분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항공사의 부당한 환불규정에 대한 항의성 프로젝트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작가 김민섭이 찾은 ‘김민섭 씨’는 여행 당일 공항에서 그를 만나 이렇게 질문한다. ‘작가님은 저를 왜 도와주셨어요?’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던 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쓴 후 대학을 떠났을 때 주변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들려줬다고 한다.
‘그냥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을 도와준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예요.’
▲ 공항에서 드디어 마주한 두 명의 민섭 씨
(출처: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연결된 사람들’의 연이은 관심
프로젝트는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숙박비 지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쿠오카에서 시내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1일 패스권’ 2장을 기꺼이 양도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급기야 여행을 떠나기 5일 전에는 한 대기업에서 연락이 온다. 내용인 즉, ‘이 청년이 졸업 전시비용이 부족해서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여행을 잘 다녀와야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졸업 전시비용까지 마련되어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많은 평범한 청년들이 여기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해당 기업은 김민섭 작가가 써주는 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펀딩 프로젝트 개설을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였지만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보자는 것.
▲ 93년생 김민섭 씨의 게시글
(출처: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여행을 3일 앞두고 펀딩 프로젝트는 개설되었고 2박3일 동안 270여명의 사람들이 270만원 정도를 모아 여행을 떠나는 ‘김민섭 씨’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김민섭 씨는 ‘저 정말 잘 다녀오겠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서 잘 살다가 언젠가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 씨를 나도 찾겠다, 작가님이 83년생이고, 내가 93년생인데,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 씨를 찾아서 아무 조건 없이 꼭 여행을 보내주고 싶다’며 후쿠오카로 떠난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 인터뷰 중인 김민섭 작가 ⓒ이중일
작가 김민섭은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비로소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단어는 그가 대학을 입학했던 2000년 초반에는 그 자체로 ‘마법의 단어’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대학을 떠난 2015년 즈음에는 사람들이 연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았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렇다면 연대라는 단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인가. 문득 그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올랐어요. ‘연결’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보이는 튼튼한 ‘밧줄’로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연대하고 있다는 감각을 실감했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미 연결되어 있구나, 대신 아주 얇고 느슨하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끈’으로 누군가 그것을 잡아당기면서 ‘저 여기에 있어요.’하면 ‘아, 당신이 거기에 있었구나, 나와 닮은 당신이 거기에 있구나, 당신이 잘 되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잘 되고, 우리 모두 잘 될 수 있겠지.’ 누군가가 잘 된다는 게 내가 잘 될 수 있다는, 우리 공동체가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로서 기능하고 있지 않나, 결국 그 평범한 감각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작가 김민섭이 말하는 연결의 의미
작가 김민섭이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은 ‘연결’에 대한 감각이었다. 그것은 과거 대학 시절 그가 겪었던 ‘연대’의 속성처럼 특정 가치에 동의하지 않았을 때 구성원의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주거나 사실상 강제하는 형태의 방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변질된 연대였다. 그러면서 그는 ‘느슨한 연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느슨한 연결이라는 게 사회적인 화두가 되었어요. 저는 이 ‘느슨함’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힘들지 않나 생각해요. 느슨함이라는 것은 지금의 연결이 그만큼 이전보다 더욱 섬세해졌다는 의미도 되는 것 같아요. 너무 팽팽하지도 않지만 완전히 버려둔 것도 아니고, 대신 누군가가 ‘나 여기에 있어’라고 신호를 보낼 때 충분히 팽팽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근데 너무 당겼는데도 팽팽해지지 않는다면 그 연결은 이미 죽어있다고 할 수 있어요. 느슨한 연결이라는 게 쉬워 보이고 뭔가 무책임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힘든 연결도 없지 않나 생각하기도 해요.
○ 인터뷰이 - 김민섭 작가
○ 인터뷰어 - 이중일
○ 영상, 스틸 촬영 - 이중일, 백승화
○ 영상 편집 - 민소연, 이중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김민섭 작가가 이야기하는 우리, 지금, 연결의 의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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