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낭독자들] 1회

[한밤의 낭독자들] 1회 - 정지우 작가

누구나 겪는 깊은 고독과 마주하는 법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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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저는 한밤의 낭독자들 1회 낭독을 맡은 작가 정지우입니다. 2024년 1월 3일 새해가 된 지도 벌써 사흘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여러분과 함께 소통을 하게 돼서 굉장히 반갑습니다.
저희가 기획한 이 프로그램이 정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부 주체를 좀 소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한밤의 낭독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고 운영하는 인문 360°에서 만든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지금 한밤의 낭독자들 프로그램이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이어질 건데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정말 엄청납니다. 저도 참여하시는 분들의 출연진들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다음 주에는 박준 시인 님이 출연하시고 그다음 주에는 이제 시와 싱어송 라이터님, 그리고 무려 장항준 영화 감독님도 오십니다. 1월 24일에는. 그리고 배우 이설님, 최갑수 여행 작가님, 그리고 한때 정말 팟캐스트로 많은 분의 사랑을 받으셨던 김중혁 소설가, 김중혁 소설가님, 그리고 2월 28일 마지막에는 저도 잘 아는 김겨울 작가님이 또 여기 빛내게 되게 되셨습니다.

뭔가 딱딱한 분위기라든지 이런 것보다는 편안하게 정말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요. 저 같은 경우에도 이렇게 촬영이나 영상 녹화나 이런 것들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다소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곳도 종종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요. 오늘은 정말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이 책 이 책에 대해서 정말 제가 사랑하는 문장들을 뽑아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읽어드리고 또 여러분들의 그 문장에 대한 생각도 좀 들어보고 같이 소통을 하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다들 이 늦은 밤에 뭐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제 야밤에 이렇게 화장을 하고 일을 하러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제가 아이랑 놀이동산에 갔다가 하루 종일 놀이동산에서 있다가 이제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서 떠나면서 ‘아빠 이제 일하러 가’ 하니까 이제 아이가 깜짝 놀라서 ‘아빠 지금 일하러 가?’ 그렇게 하고 이제 했었는데 여러분들은 9시 늦은 밤에 다들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을 것 같은데, 저는 일하러 와 있지만 일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진심으로 읽는 약간 저에게는 글 쓰는 시간에 가까운 혹은 또 제가 좋아하는 분들과 모임을 하는 그런 시간에 가까운 느낌으로 진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게 좀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굉장히 요즘 많이 힘들고 지치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들도 많은데 또 겨울이고 진심어린 위로를 전해주고 위안을 전해주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기획 의도가 있어서 여러분들께서도 좀 댓글로 채팅창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시면 제가 지금 다 보고 있습니다. 지금 매의 눈으로 전부 다 보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독서 모임 같은 걸 하게 되면 이렇게 맥주 한잔 와인 한잔 놓고 같이 하자 이렇게 많이 말씀드리는데요. 편안하게 보시면서 편안하게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용 있으면 편안하게 얘기해 주시고 그렇게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들고 온 책은 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제 이 책을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신 적은 있으실 거예요. 근데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냐라고 하면 내가 굳이 왜 이런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도 되게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가 다 읽어드릴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부분 정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들 위주로 읽어드리고 이 책을 한번 이 책에 입문하실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 릴케는 다들 들어보셨겠지만 굉장히 유명한 시인이죠. 시인이지만 우리가 또 그 시를 생각보다 잘 아는 경우는 많지 않고 오히려 소설가 ‘말테의 수기’ 같은 소설은 아마 읽어보시는 분들은 계실 것 같아요. 출판사마다 그 전집들이 나와 있기도 한데 그중에서 문학 전집에 ‘말테의 수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근데 오늘 제가 읽고자 하는 것은 릴케의 그 유명한 시집도 아니고 릴케의 그 유명한 소설도 아닌 릴케가 쓴 편지 집입니다. 심지어 릴케가 출간한 것도 아니에요. 릴케에게 편지를 받은 이 시인 습작생이었던 카프스 씨라고 소개되는 이분이 자신이 릴케에게 받은 편지를 한 8편 정도 9편, 9편에서 10편 정도를 묶어서 출간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이제 20대 때 너무 좋아했던 그런 책이고 이 책을 한 지금까지 읽은 게 한 10번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한 책도 썼어요. ‘고전에 기대는 시간’이라고 이 책에 대한 책도 쓰고. 이 책은 특히 무엇보다도 이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중점에 두고 하는 그런 책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이 겨울이 깊어가는 그런 시간에 많은 분들이 조금 고독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하는 그런 측면이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코로나 시대도 지나면서 요즘에는 코로나도 많이 해제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여전히 고독하거나 외로운 느낌을 다 떨쳐내지 못한 채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을 것 같고, 특히 여러 가지 지표들이 우리나라 사회가 점점 더 외로워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전 세계가 외로워지고 있다 이런 말들도 많은데 어떻게 보면 이제 그런 외로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릴케는 그 고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고독에서부터 우리가 뭔가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것을 길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우리가 고독해질 필요가 있다 고독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고, 제가 읽었던 그 많은 책들 중에서 고독에 관해서는 굉장히 짧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런 책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몇 가지 문장을 들어보시고 또 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 한번 고독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시면 되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낭독하는 문장들은 크게 세 가지 챕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새해와 운명’에 관한 챕터를 읽을 거고요. 그리고 ‘고독’에 대한 챕터를 읽을 거고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챕터를 읽을 겁니다. 한번 릴케가 생각하는 운명에 대해서 저희가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미리 문장들을 수집을 해와서. 

“우리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깥으로부터 우리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문장인데요. 이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의 바깥으로부터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 안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런 문장이죠. 조금만 더 읽어보겠습니다. 
“그토록 많은 인간들이 그들의 운명이 그들의 가슴 속에서 살고 있는 동안 그들의 운명을 흡수하고 그들 내면에서 변화시키지 못한 바로 그 까닭에 그들의 가슴에서 나간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운명이라는 말을 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명이라는 것은 외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래서 운명이라는 것은 뭔가 우리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깥에서 우리의 삶을 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2023년에는 대운이 들어오고 무슨 운이 있어서 별자리는 어떻고 그런 운명이 정해져 있어서 우리는 마치 그 운명이라는 방들을 통과한다. 그 운명이라는 도로를 걸어간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우리는 여기 있고 운명은 우리 바깥이라는 저 도로인 거죠. 릴케가 말하는 운명은 그렇게 우리 바깥에 정해져 있는 운명이 절대 아니고요. 우리 안으로부터 태어나는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운명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보면 이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이 잠재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항상 품고 있는 겁니다. 릴케에 의하면. 마치 우리가 태어났을 때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듯이 현대과학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갖고 태어나는 거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그 수많은 잠재성들이 하나의 좁은 길로 모이기 시작하는 것이 우리 삶의 운명이 되어가는 것이죠. 어렸을 때 내가 예술가로서의 어떤 운명 학자로서의 운명 여러 가지 운명들이 내 안에 있었다면 살아가면서 그 운명들이 점점 좁아지면서 내 안으로부터 나와 가장 일치하게 되는 그런 운명의 길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 안에서 찾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조금만 더 그 문장을 읽어보고 제가 또 제가 생각한 운명에 대해서도 같이 한번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더 조용해지고 더 인내심을 갖고 더 마음을 열수록 새로운 것은 그만큼 더 깊고 더 확실하게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만큼 더 훌륭하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그만큼 더 많이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됩니다.”

우리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가 고독할 때 혹은 우리가 한층 가라앉아 있을 때 우리는 세상에 열려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빈 공간으로 새로운 것들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사실 저는 이 살아오면서 이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들이 나의 운명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서 아이랑 함께 아내랑 셋이서 살고 있는데 저희 아이는 우연히 생겼어요. 저희가 계획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우연히 생겼는데 이 우연히 찾아온 이 아이가 처음에 우리에게 왔을 때는 우리의 반응은 굉장히 당혹스러움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이가 생기다니 어떡하지 우리 저는 그때 직업도 없었고 어떻게 보면 작가였지만 일정한 벌이가 전혀 없는 그런 상황이었고 이제 아이가 생기면서 이제 저는 이제 수험생활을 할 때 또 아이가 태어났단 말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제 가장 육아하기에는 최악이라고 하는 환경에서 이제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와 함께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데. 릴케의 책에도 나오는데요. 이 당혹스러움이 점점 나에게 익숙한 무엇이 되더니 이것이 운명이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까지 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아내랑 그런 얘기 정말 많이 합니다. 그때 이 아이가 우리에게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라는 말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그만큼 우리가 우리에게 온 것을 사랑하고 그것에 집중하고 거기에 깊이 몰두하면 몰두할수록 어느 순간 그것을 우리가 운명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을 이제 ‘인간은 운명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었는데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이것을 운명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은 그래서 뭔가 정말 사주팔자처럼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우리의 삶에 들어온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여기기 시작할 때, 그리고 그것과 함께 시간이 늘어날 때 시간이 깊어질 때 저는 시간이 삶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때 그것이 운명이 되는구나. 마치 릴케가 말하는 것처럼 그만큼 더 훌륭하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그만큼 더 많이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됩니다라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운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랄라 님께서 ‘운명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운명을 내 안에서 찾아간다 는 거라고 하니 낯서네요. 그렇지만 내 안의 운명을 찾아나간다고 하니 더 희망적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구경이님께서 ‘운명이 외부에서 정해진다면 뭔가 억울해요.’ 그렇죠 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때로는 너무 위험하고 무서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 주변에도 보면 이 저랑 같이 이제 아이를 키우는 나이대의 부모가 부모들이 많은데 아이가 굉장히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안타깝게도. 그거는 정해진 운명이다라고 하면 너무 잔인하죠. 사실 어떻게 보면 이제 우리가 어떤 삶에서 여러 가지 우연들이 오는데 그 우연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 우연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 자기 자신이 되어가고 우리 삶을 만들어가고 우리의 고유성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우리는 항상 우리 삶에 도래할 그 수많은 우연과 기회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죠.
우리 마음의 어떤 릴케식으로 말하면 어떤 고독을 쌓으면서


네또 한번 그다음에는 한번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희 운명에 대한 얘기를 했고 많은 분들이 이제 어쨌든 운명이라는 게 외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공감들 해 주신 것 같아요. 되게 희망적으로도 느껴지고 되게 좋은 관점인 것 같다. 한번 이 릴케이 책을 읽어보시면 되게 좋으실 거예요. 그런 제가 지금 이렇게 가볍게 말씀드리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일단 고독에 대해서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당신을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멀리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것이 당신의 주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영역이 이미 별들 바로 밑에까지 다다를 만큼 커졌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구절을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부분을 읽고 너무 감동적이어서 책을 덮어놓고 잠깐 밤 하늘의 별을 보러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고독을 되게 무서워하죠. 고독이라는 것이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방 안에 혼자 외롭게 있는 모습이 생각이 나실 겁니다. 혼자 외롭게 이렇게 유튜브 보고 있거나 아니면 혼자 외롭게 삼각김밥 먹으면서 혼자 맥주 마시고 있거나 뭔가 되게 고독하고 외롭고 소외되어 있고 배제되어 있고 약간 처량한 그런 마음이 드실 수 있는데 릴케는 정반대로 이야기하죠. 우리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우리 주위는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송년회 때 신년회 때 다들 뭐 바글바글 모여서 술 마시러 가고 뭐 ‘힙지로’다 아니면 뭐 어디 유명한 핫플레이스다. 한 10명씩 20명씩 모여서 막 술 마시고 놀고 있을 때 집에 혼자 있으면 되게 고독하고 뭔가 외롭죠. 그리고 그것이 뭔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근데 오히려 릴케는 그렇게 주변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거리가 생길수록 그만큼 나의 영역이 넓어진 거라고 말하는 거죠. 그만큼 나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영역이 얼마나 넓어진 거냐 하면 저 별에 닿을 만큼 넓어진 것이다. 나의 영역이 그래서 그 밤에 나와 별과 이렇게 나와 별만 있다면 나의 영역 우주만큼 다다랐다는 뜻인 거죠.

제가 20대를 떠올리면 거의 기억나는 장면은 제 혼자 살던 원룸 자취방에서 쪽 창문 같은 게 하나가 있었는데 그 창문으로 보이던 달과 별과 이런 것들이 되게 기억이 나요. 그 새벽에 새벽을 되게 좋아했었는데. 그럴 때 이 책이 굉장히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보면 이제 우주에 다다라 있구나 그리고 그 이 고독 속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구나 그리고 뭔가 내 안에서 길러내고 있고 뭔가 내 안에서 숙성시키고 있구나 이런 생각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보면 주위에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집착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진정성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되는 그런 구절입니다.
고독을 너무 사랑한다고 하시는 그런 분도 계시고, 또 뭐 이렇게 고독은 예술가의 친구라더니 예술은 별에 닿는 직업인가 봅니다. 이런 말씀도 해주시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게 물론 예술로 다양한 종류가 있겠지만 제가 느낄 때 예술하시는 분들이 너무 복잡한 것만 사랑 하는 분도 계세요. 예술가들도 시끄럽고 복잡한 걸 사랑하는 예술가도 있지만 또 많은 예술가들이 정말 혼자 있는 고요한 새벽에 별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별이 보이지도 않지만 별 한 개라도 더 보겠다고 뒷산에도 올라가고 저도 예전에 예술하던 친구랑 그랬었거든요.

팥아트 님 되게 닉네임이 되게 재밌는 게 많으시네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사람이라도 고독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건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자세가 중요하겠네요.’
오니오 님 ‘이번 연말에 독감 걸려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요.’ 또 요즘에 이 약속이 취소되면 좋아하는 게 유행이지 않습니까? 그 전국의 ‘I’ 성향 분들이 다들 약속이 취소되면 그렇게 행복하다고. 밖으로 나가야 된다는 그 강박이 없어져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고독을 깨고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소망이 당신의 가슴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로 인해 당혹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바로 이와 같은 소망이 당신이 이 소망을 조용하고도 신중하게 그리고 마치 하나의 도구처럼 사용한다면 당신의 고독을 드넓은 땅 위로 펼치는 일을 도와줄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인습에 도움을 빌려 모든 것을 쉬운 쪽으로만 해결해 왔습니다. 쉬운 것 중에서도 가장 쉬운 쪽으로만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운 것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을 향합니다.” 
제가 이 부분도 이 책에서 너무나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제가 얼마 전에도 북토크를 했었는데 북토크를 하면 이렇게 책에 사인을 해드리잖아요. 모든 분들에게 똑같이 로버트처럼 기계적인 문구를 써드리지 않는 게 저의 약간의 윤리의식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사인을 몇천 번 했겠지만 항상 그때 생각나는 문장을 새로 떠올려서 사인을 하려고 했었어요. 항상 웬만하면. 그때 제가 굉장히 많이 쓰는 문장 중에 하나가 이 어려움에 대한 문장을 되게 많이 씁니다. 삶이 어렵다면 우리는 그만큼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삶이 가치 있다면 그만큼 어려운 게 당연한 것 같다 삶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말들을 되게 많이 쓰는데. 이 어려움에 대해서 제가 감명을 받았던 게 릴케였거든요. 제가 뭐 여기저기 어려움이라는 걸 되게 많이 쓴다는 거 아시는 분은 아실 텐데 그 어려움에 대한 대해서 제가 처음으로 영광을 받았던 게 이 릴케의 서안집이었습니다. 삶은 어려운 쪽으로 가야 된다. 어려운 것은 우리 삶이 무가치하다는 뜻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은 마치 증거라는 거죠. 어려움은 삶의 가치 있다면 그 가치 있음의 증거가 바로 어려움이라는 거죠.

저 같은 경우도 한 지금 20대 때부터 또 30대를 거치면서 이제 곧 마흔이 다 돼 가지만 여러 가지 선택들을 했어야 되고 특히 30대는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너무 많이 하는 시점이잖아요. 직장도 선택해야 되고 직업도 선택해야 되고 결혼 상대도 선택해야 되고 뭐 아이를 낳을지 여부도 선택을 해야 되고 사실 우리는 인생을 알 수 없잖아요. 운명이 외부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면 정말 무당이 아니라면 우리의 운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옳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강연이나 이런 데서도 20대 분들을 만나서 제일 많이 듣는 제일 많은 고민을 들으면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이런 남자친구 계속 만나도 되나요? 아니면 지금 직장에서 이직해도 되나요? 이런 선택에 대한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어려운 길인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쪽이 더 어려운 길인데 내가 이쪽으로 가는 게 두려워서 이 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면 이건 내가 뭔가 회피하고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바로 그쪽으로 가야 된다라고 많이 믿었던 것 같아요. 릴케가 말하는 바로 우리가 어려운 것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라는 이 문장을 따라서. 


네 저희 뭐 거의 지금 마칠 시간이 되어서 너무 짧죠.
제 생각에도 사실 너무 짧았는데 30~40분은 아무튼 30~40분으로 기획됐었기 때문에 다음에 오시는 분들은 더 길게 하실 수도 있어요. 일단 제가 조금 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세계가 공포를 지녔다면 그것은 우리의 경악이오 이 세계가 심연들을 갖고 있다면 그 심연들은 마땅히 우리의 것이며 이 세계 속의 위험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늘 어려운 쪽을 향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이룩해 나간다면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낯설어만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하고 소중한 것이 될 겁니다. 마음속에 늘 충분한 인내심을 지니십시오. 또한 소박한 마음으로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그 말고는 삶이 당신에게 벌어지는 대로 놔두십시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옳습니다.”
이 문장인데요. 사실 이 세계는 원래 공포로 가득하고 어려움과 무서운 위험들로 가득하죠. 특히 저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보는 이 세상이란 얼마나 무서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삶은 그런 수많은 위험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된다고 하죠. 그리고 늘 어려운 쪽을 향해야 한다는 그런 기본 원칙을 지킨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 마지막 문장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데요.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옳습니다.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삶은 옳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죠.

밤샘 방송 부탁해요라고 하시는데 제가 집에 가서 인스타 라이브를 한번 틀어볼까요? 제가 인스타 라이브 하면 밤새서 하는 건 아시는 분들 아실 겁니다. 와인 한 잔 놓고 남은 사람 한 명도 없을 때까지 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나 오늘은 그런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또 그래도 충분히 많이들 좋은 것들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이 책에 대해서 충분히 많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고독과 어려움에 대해서 우리가 충분히 많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셨을 것 같고 그리고 또 이제 사전에 미리 문장을 보내주신 분도 계신다고 해요. 그래서 미리 보내주신 문장도 마지막으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문장은 아니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문장입니다. 그래서 이미예 작가님이 쓰신 책이죠. 이 부분도 한번 제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꿈을 꾸고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는 천사를 보낼 때 어린 저는 자유의 불안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꿈에서는 걷고 뛰고 날 수도 있는 저는 꿈에서 깨어나면 그러지 못합니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어떻게 보면 릴케의 문장과 굉장히 닿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우리에게 어떤 결핍이나 어려움이 오든지 거기에 집중하지 말고 삶에서 오는 것은 그냥 옳다고 믿으라는 거죠. 그리고 이것을 내가 어떻게 대해야 될지를 한번 고독 속에서 찾아보시고 잘 대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또 사람이 약간 아쉬운 게 좋아요. 너무 볼장 다 보면 약간 또 허무합니다. 약간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다음주에 여기 또 들어와서 또 들어보고 싶고 그렇죠. 아무튼 이런 평일 늦은 밤에 많은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볼장 다 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언젠가 볼장 다 보는 날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방송 중에 나오는 이런 어떤 답변 실시간 채팅창들 중에서 또 여러분들의 그런 채팅창 채팅 몇 개를 선별하셔가지고 아마 20분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시나 봐요. 어떻게 드리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여러분들께 연락하시는 방법이 있으신 거겠죠 공지사항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인문360°에 인문360° 인스타그램이나 이런 저기 유튜브 게시판 같은 곳을 한번 잘 보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밤의 낭독자들 첫 시간이었는데요. 제가 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방을 만들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아까 처음 제가 소개해 드려서 못 들은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다시 한 번 소개해 드리면 다음 주에는 박준 시인 님이 오십니다. 박준 시인 님 다들 아시죠? 저도 박준 시인 님 보고 싶네요. 다음주에 몰래 촬영하는 데 가볼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와 싱어송 라이터님 그다음 주에는 1월 24일에는 장항준 감독님, 2월 7일에 이설 배우님, 2월 14일에는 최갑수 여행 작가님 또 다들 잘 알고 계시죠? 2월 21일에는 김중혁 소설가님, 2월 28일에는 또 김겨울 작가님. 김겨울 작가님 오시면 제 안부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좋은 분들이 아름다운 밤들을 준비하고 계시니까요. 다음주에도 계속 이 겨울이 끝날 때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의 내면을 어루만져줄 아름다운 글들은 언제나 인문360.kr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인문360.kr 저도 여기에 예전에 글도 기고하고 했었는데요. 좋은 글들이 되게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힘든 하루 인문360.kr에서 여러분만의 위로를 찾아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음주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고요. 저는 오늘 여기서 인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인문360° 한밤의 낭독자들 작가 정지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밤의 낭독자들'은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실시간 OTT 라이브 방송으로 문화 예술계의 다양한 명사가 낭독자로 출연해, 직접 선정한 문장을 낭독하고 국민의 사연을 통해 진솔한 소통을 나눕니다.
한밤의 낭독자들 1회차
주제 : 누구나 겪는 깊은 고독과 마주하는 방법
낭독자 : 정지우 작가(변호사)
낭독책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주요 낭독 문구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당신의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멀리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것이 당신의 주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영역이 이미 별들 바로 밑에까지 다다를 만큼 커졌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45쪽)
"당신은 당신의 고독을 깨고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소망이 당신의 가슴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로 인해 당혹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바로 이와 같은 소망이-당신이 이 소망을 조용하고도 신중하게 그리고 마치 하나의 도구처럼 사용한다면-당신의 고독을 드넓은 땅 위로 펼치는 일을 도와줄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인습의 도움을 빌려) 모든 것을 쉬운 쪽으로만 해결해 왔습니다. 쉬운 것 중에서도 가장 쉬운 쪽으로만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운 것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을 향합니다." (67쪽)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서는 언뜻 보기에 아무런 사건도 없는 경직된 순간이, 미래가 마치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작용하듯이 일어나는 시끌벅적하고 우연한 시점보다 훨씬 더 삶에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더 조용해지고, 더 인내심을 갖고, 더 마음을 열수록, 새로운 것은 그만큼 더 깊고 더 확실하게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 옵니다. 그만큼 더 훌륭하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그만큼 더 많이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됩니다." (82-83쪽)
"우리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깥으로부터 우리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