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고, 지난 9년간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그중 지난해 출간한 <불편한 편의점>이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데뷔 이후 꾸준히 장편소설에 매진한 저를 독자 여러분이 알아봐 주신 것만 같아 기뻤고, 이렇게 인문 360을 통해서도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 ‘인문, 깜짝 퀴즈’는 제 소설 <불편한 편의점>으로 진행할까 합니다. 편의점이지만 불편하다는, 그래서 의문과 궁금증이 가득한 저의 편의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가 편의점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편의점을 차리거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관찰하다 보니 편의점은 도시의 구멍가게이기도 하고 한밤의 방범 초소이기도 하더군요. 편의점에서 일하던 지인의 말에 따르면 생각보다 편의점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터놓는 손님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동네 편의점 사장님은 손님인 저에게 편하게 말을 걸고 이런저런 잡담을 늘어놓기도 하셨고 저도 종종 편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장님이 폐기를 앞둔 샌드위치도 주곤 하셨죠).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제목이 먼저 나온 뒤 집필을 시작한 작품입니다. 저의 선배 중에 한 분이 어느 날 편의점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평생 접객을 해본 적이 없는, 매우 거친 삶을 살아오신 분이었고, 인상과 말투 역시 서비스업 종사자보다는 진상 손님에 가까운 스타일이셨지요. 그런 선배가 편의점을 차렸다고 하기에 저는 한마디 했습니다.
“선배가 접객하는 편의점은 왠지 불편할 거 같은데…….”
농담을 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편의점이 불편해?’라는 문장을 입안에서 곱씹게 되었고, 그것이 좋은 제목의 요소인 ‘아이러니’와 ‘궁금증’을 갖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불편한 편의점’이란 제목을 걸고 이야기를 쓰면 삶의 아이러니와 미스터리를 조금은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확신했습니다. 편의점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요. 또한 저는 생각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분명 궁금증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상품처럼 오갈 것이라고요. 실제로 요즘 동네에는 편의점만큼 많은 곳도 없고, 편의점만큼 생활에 밀접한 상품을 많이 가져다 놓은 곳도 없더군요. 사람과 상품과 사연이 끊임없이 오갈 수 있는 동네 정거장 같은 곳이 편의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바로 취재와 집필을 병행해 나갔습니다. 취재를 통해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상상을 통해 작품 속 미스터리를 스스로 떠올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이 안 풀릴 때마다 구상한답시고 편의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맛있는 것들을 사 먹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대신 살을 얻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불편한 편의점>을 완성하였고 제 나름대로 편의점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 속에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편의점에 대해 최종적으로 작품 속에서 표현한 문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아주 사적인 퇴사 사유를 그녀는 묵묵히 들어주었고, 궁금증이 풀린 것만으로도 나를 이해해주었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 )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 )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1. 객관식 퀴즈
자 여기서 객관식 문제 나옵니다. 제가 정의한 편의점은 ‘인간들의 ( )’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① 놀이터
② 기름집
③ 정비소
④ 휴게소
⑤ 주유소
2. 주관식 퀴즈
이번엔 주관식 문제를 드릴까 합니다. 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매 챕터마다 한 명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요, 이 중 경만이라는 40대 샐러리맨은 매일 늦은 밤 퇴근을 하며 편의점에 들러 ‘참참참’이라는 야식을 먹곤 합니다 (참참참이 무엇일까요?라고 객관식 문제를 드리려다가 너무 쉬운 것 같아 참았습니다).
‘참참참’은 ‘참이슬 · 참깨라면 · 참치김밥’의 준말입니다. 물론 철저히 저의 취향을 반영한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밤늦은 시각 퇴근을 하며 집 앞 편의점에서 싸게 혼술을 하며 허기도 채워야 하는 소시민 경만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구성이라는 점입니다.
'언제부터 그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그의 단골 혼술처가 됐는지는 그 역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 날씨가 추워질 즈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고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야식이 늘 그렇듯 컵라면에 삼각김밥이 추가되고, 거기에 볶음김치도 추가되고, 마침내 소주 빨간 딱지 한 병까지 더해져서 푸짐한 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경만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 매일 자정 전후 5천 원어치 술과 안주로 속을 덥히게 되었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듯 차가운 소주는 따뜻했고, 편의점에 세팅된 수많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매일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지겹지 않았다.’
‘오늘 밤은 ‘참참참’이다. 지난 몇 개월간 선택해온 경만의 최적의 조합이 바로 이것이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경만의 1선발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하루의 마감이고 빈자의 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참참참’은 소시민 경만을 상징하는 메뉴이자 독자들에게는 기억하기 좋은 메뉴 구성의 재미를 드리고자 제가 고안한 구성이었는데, 책이 나오고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떤 독자님은 ‘참참참’이 PPL이 아닌지를 물으셨습니다 (절대 PPL 아닙니다. 저는 PPL을 받을 수준의 작가가 아니거든요). 어떤 독자님은 책을 읽고 바로 편의점에 가 이 ‘참참참’ 조합을 사서 드시고 인증샷을 독후감과 함께 남기기도 하셨습니다. 이런 작은 설정이 독자님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또 생산해주어 ‘참참참’은 제게도 참 기쁜 결과였습니다.
한편으로 독자의 리뷰 내용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편의점 상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특정 상표 아이스크림을, 어떤 분은 네 캔 만원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안주 구성을, 어떤 분은 반짝 히트를 한 편의점 상품을 예로 들으시며 추억을 곱씹으셨는데요, 그 사연들을 보며 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읽었고, 편의점에 가서 언급된 상품을 사 먹어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또 궁금합니다. 인문360° 독자들이 편의점에 가면 찾는 상품은 무엇일지가요. 여기서 주관식 문제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편의점 최애 상품은 무엇인가요? 최애 상품 조합도 가능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편의점에서 여러분이 구매하시는 상품에 관련된 사연이고요, 그 사연에 여러분의 삶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시작한 편의점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 역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길 희망해 봅니다.
그럼 <불편한 편의점>에서 여러분의 멋진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답에 나오는 상품을 편의점에서 구매해 먹을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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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및 해설
1. 객관식퀴즈
정답: ⑤ 주유소
2. 주관식퀴즈
◆ 당첨인: 문선주, bananajamlife, runningthroughtherain_
퀴즈에 응모한 여러분의 다채로운, 구매욕을 자극하는 목록 잘 보았습니다. 응모해주시고 사연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편의점에 많은 것이 있지만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그 상품을 잊지 말고 구매하고 복용하시며, 고단한 삶의 즐거운 루틴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문선주 님.
감동란과 블랙보리라... 저는 각각은 먹어봤는데 두 개를 같이 먹어보지는 못했네요. 무엇보다 힘든 병상에서의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음식 조합이라 마음에 깊이 남아 있으실 듯하네요. 건강에 좋은 조합이기도 하니 지금처럼 자주 드시며 기운을 내시길 응원드립니다.
bananajamlife님.
아 연*메론빵 알 거 같습니다. 편의점마다 다양한 메론 빵이 있는데 이거 잠깐 히트쳤어요. 편의점 빵 괜찮죠. 제과점 굳이 갈 거 없이 편의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빵을 고를 수 있어 저도 애용합니다. 앞으로도 애용하시길!
runningthroughtherain_님.
작품 속 참참참에도 나오지만 저도 참치김밥 좋아합니다. 고추참치 김밥, 참치마요 김밥, 참치가 들어가는 모든 김밥 종류를 애호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삼각김밥과 편의점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요. 새로운 종류의 삼각김밥을 기다리던 시절이 그립네요. 계속 신상이 나와주길 바랄 따름입니다.
소설가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불편한 편의점』(2021)과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펴냈다.
댓글(1)
문**
2022-08-01
1. 주유소
2. 감동란+블랙보리: 지난 해 항암치료 하느라 입맛이 이상해져서 음식의 맛을 잘 못 느꼈는데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야한다는 영양사샘의 말을 듣고 입원 중 편의점 가서 감동란에 보리차를 사 먹었는데 의외로 입맛에 잘 맞아서 그걸로 힘든 항암기간 잘 버텼어요. 이젠 치료가 다 끝났지만 종종 사 먹는 최애 메뉴가 되었네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퀴즈] 소설가 김호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문, 깜짝퀴즈] 소설가 김호연
-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중에서 -
김호연
2022-07-15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공간인가요? 편의점 최애 상품은 무엇인가요?
-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중에서 -
ㅇ 출 제 자 : 소설가 김호연
ㅇ 응모기간 : 2022년 7월 15일(금)~2022년 8월 11일(목)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및 인문360 SNS 댓글 참여
ㅇ 당첨자 선물: 김호연 장편소설『불편한 편의점』및 소정의 사례품
ㅇ 당첨자 발표 : 2022년 8월 17일(수) 예정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안녕하세요. 소설가 김호연입니다.
저는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고, 지난 9년간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그중 지난해 출간한 <불편한 편의점>이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데뷔 이후 꾸준히 장편소설에 매진한 저를 독자 여러분이 알아봐 주신 것만 같아 기뻤고, 이렇게 인문 360을 통해서도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 ‘인문, 깜짝 퀴즈’는 제 소설 <불편한 편의점>으로 진행할까 합니다. 편의점이지만 불편하다는, 그래서 의문과 궁금증이 가득한 저의 편의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가 편의점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편의점을 차리거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관찰하다 보니 편의점은 도시의 구멍가게이기도 하고 한밤의 방범 초소이기도 하더군요. 편의점에서 일하던 지인의 말에 따르면 생각보다 편의점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터놓는 손님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동네 편의점 사장님은 손님인 저에게 편하게 말을 걸고 이런저런 잡담을 늘어놓기도 하셨고 저도 종종 편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장님이 폐기를 앞둔 샌드위치도 주곤 하셨죠).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제목이 먼저 나온 뒤 집필을 시작한 작품입니다. 저의 선배 중에 한 분이 어느 날 편의점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평생 접객을 해본 적이 없는, 매우 거친 삶을 살아오신 분이었고, 인상과 말투 역시 서비스업 종사자보다는 진상 손님에 가까운 스타일이셨지요. 그런 선배가 편의점을 차렸다고 하기에 저는 한마디 했습니다.
“선배가 접객하는 편의점은 왠지 불편할 거 같은데…….”
농담을 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편의점이 불편해?’라는 문장을 입안에서 곱씹게 되었고, 그것이 좋은 제목의 요소인 ‘아이러니’와 ‘궁금증’을 갖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불편한 편의점’이란 제목을 걸고 이야기를 쓰면 삶의 아이러니와 미스터리를 조금은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확신했습니다. 편의점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요. 또한 저는 생각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분명 궁금증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상품처럼 오갈 것이라고요. 실제로 요즘 동네에는 편의점만큼 많은 곳도 없고, 편의점만큼 생활에 밀접한 상품을 많이 가져다 놓은 곳도 없더군요. 사람과 상품과 사연이 끊임없이 오갈 수 있는 동네 정거장 같은 곳이 편의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바로 취재와 집필을 병행해 나갔습니다. 취재를 통해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상상을 통해 작품 속 미스터리를 스스로 떠올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이 안 풀릴 때마다 구상한답시고 편의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맛있는 것들을 사 먹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대신 살을 얻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불편한 편의점>을 완성하였고 제 나름대로 편의점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 속에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편의점에 대해 최종적으로 작품 속에서 표현한 문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아주 사적인 퇴사 사유를 그녀는 묵묵히 들어주었고, 궁금증이 풀린 것만으로도 나를 이해해주었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 )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 )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1. 객관식 퀴즈
자 여기서 객관식 문제 나옵니다. 제가 정의한 편의점은 ‘인간들의 ( )’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① 놀이터
② 기름집
③ 정비소
④ 휴게소
⑤ 주유소
2. 주관식 퀴즈
이번엔 주관식 문제를 드릴까 합니다. 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매 챕터마다 한 명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요, 이 중 경만이라는 40대 샐러리맨은 매일 늦은 밤 퇴근을 하며 편의점에 들러 ‘참참참’이라는 야식을 먹곤 합니다 (참참참이 무엇일까요?라고 객관식 문제를 드리려다가 너무 쉬운 것 같아 참았습니다).
‘참참참’은 ‘참이슬 · 참깨라면 · 참치김밥’의 준말입니다. 물론 철저히 저의 취향을 반영한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밤늦은 시각 퇴근을 하며 집 앞 편의점에서 싸게 혼술을 하며 허기도 채워야 하는 소시민 경만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구성이라는 점입니다.
'언제부터 그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그의 단골 혼술처가 됐는지는 그 역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 날씨가 추워질 즈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고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야식이 늘 그렇듯 컵라면에 삼각김밥이 추가되고, 거기에 볶음김치도 추가되고, 마침내 소주 빨간 딱지 한 병까지 더해져서 푸짐한 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경만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 매일 자정 전후 5천 원어치 술과 안주로 속을 덥히게 되었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듯 차가운 소주는 따뜻했고, 편의점에 세팅된 수많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매일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지겹지 않았다.’
‘오늘 밤은 ‘참참참’이다. 지난 몇 개월간 선택해온 경만의 최적의 조합이 바로 이것이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경만의 1선발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하루의 마감이고 빈자의 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참참참’은 소시민 경만을 상징하는 메뉴이자 독자들에게는 기억하기 좋은 메뉴 구성의 재미를 드리고자 제가 고안한 구성이었는데, 책이 나오고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떤 독자님은 ‘참참참’이 PPL이 아닌지를 물으셨습니다 (절대 PPL 아닙니다. 저는 PPL을 받을 수준의 작가가 아니거든요). 어떤 독자님은 책을 읽고 바로 편의점에 가 이 ‘참참참’ 조합을 사서 드시고 인증샷을 독후감과 함께 남기기도 하셨습니다. 이런 작은 설정이 독자님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또 생산해주어 ‘참참참’은 제게도 참 기쁜 결과였습니다.
한편으로 독자의 리뷰 내용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편의점 상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특정 상표 아이스크림을, 어떤 분은 네 캔 만원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안주 구성을, 어떤 분은 반짝 히트를 한 편의점 상품을 예로 들으시며 추억을 곱씹으셨는데요, 그 사연들을 보며 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게 읽었고, 편의점에 가서 언급된 상품을 사 먹어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또 궁금합니다. 인문360° 독자들이 편의점에 가면 찾는 상품은 무엇일지가요. 여기서 주관식 문제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편의점 최애 상품은 무엇인가요? 최애 상품 조합도 가능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편의점에서 여러분이 구매하시는 상품에 관련된 사연이고요, 그 사연에 여러분의 삶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시작한 편의점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 역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길 희망해 봅니다.
그럼 <불편한 편의점>에서 여러분의 멋진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답에 나오는 상품을 편의점에서 구매해 먹을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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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및 해설
1. 객관식퀴즈
정답: ⑤ 주유소
2. 주관식퀴즈
◆ 당첨인: 문선주, bananajamlife, runningthroughtherain_
퀴즈에 응모한 여러분의 다채로운, 구매욕을 자극하는 목록 잘 보았습니다. 응모해주시고 사연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편의점에 많은 것이 있지만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그 상품을 잊지 말고 구매하고 복용하시며, 고단한 삶의 즐거운 루틴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문선주 님.
감동란과 블랙보리라... 저는 각각은 먹어봤는데 두 개를 같이 먹어보지는 못했네요. 무엇보다 힘든 병상에서의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음식 조합이라 마음에 깊이 남아 있으실 듯하네요. 건강에 좋은 조합이기도 하니 지금처럼 자주 드시며 기운을 내시길 응원드립니다.
bananajamlife님.
아 연*메론빵 알 거 같습니다. 편의점마다 다양한 메론 빵이 있는데 이거 잠깐 히트쳤어요. 편의점 빵 괜찮죠. 제과점 굳이 갈 거 없이 편의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빵을 고를 수 있어 저도 애용합니다. 앞으로도 애용하시길!
runningthroughtherain_님.
작품 속 참참참에도 나오지만 저도 참치김밥 좋아합니다. 고추참치 김밥, 참치마요 김밥, 참치가 들어가는 모든 김밥 종류를 애호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삼각김밥과 편의점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요. 새로운 종류의 삼각김밥을 기다리던 시절이 그립네요. 계속 신상이 나와주길 바랄 따름입니다.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호연 ㉑
- 지난 글: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동석 ⑳
소설가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불편한 편의점』(2021)과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펴냈다.
댓글(1)
문**
2022-08-011. 주유소
2. 감동란+블랙보리: 지난 해 항암치료 하느라 입맛이 이상해져서 음식의 맛을 잘 못 느꼈는데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야한다는 영양사샘의 말을 듣고 입원 중 편의점 가서 감동란에 보리차를 사 먹었는데 의외로 입맛에 잘 맞아서 그걸로 힘든 항암기간 잘 버텼어요. 이젠 치료가 다 끝났지만 종종 사 먹는 최애 메뉴가 되었네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퀴즈] 소설가 김호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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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퀴즈] 시인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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