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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2022-07-25

트로츠키와 야생란 이미지

이장욱 지음/창비/2022년/15,000원


 

"참으로 이상한데 결국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 사람의 삶"

빼어난 문학성과 정교한 서사로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이자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작가 이장욱이 네번째 소설집 『트로츠키와 야생란』을 펴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이곳을 떠나 ‘영원’의 세계로 간 이들과 ‘여기’에 남아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하며 떠나간 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언제나 불가해하지만 단 한번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삶’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끝내 등진 이들과 여전히 “가늘고 긴 줄기에 매달린 잎의 느낌”(「잠수종과 독」)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흩어진다. 뚜렷하게 부재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히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슬프고도 찬연하고,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의 모습은 쓸쓸하지만은 않아 따스하고 뭉클한 위로를 전한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생의 근본에 대해 꾸준한 물음을 던져온 이장욱의 소설세계에 사랑과 농담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한층 더해진 수작이다.


「잠수종과 독」은 떠난 연인인 현우를 그리워하는 의사 ‘공’의 이야기이다. 주목받는 사진작가인 현우는, 인터뷰 장소로 향하던 중 불타는 건물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손에 쥔다. 하필 현우는 운전 중이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 다급히 핸들을 돌리다 사고를 당한다. 불이 난 곳은 진보 언론사 건물이었는데, 방화범의 소행으로 변을 당한 것이었다. 방화범 역시 분신을 시도했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와 공의 환자가 된다. 언론과 경찰은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방화의 원인을 찾고자 방화범이 의식을 차리기만 기다린다. 의사로서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과 현우의 죽음에 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는 분노 사이에서 공은 주사기를 든다.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약물이 담긴 그것을.


 『트로츠키와 야생란』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단편소설은 특히 서사가 정교해야 하며 어느 정도의 문학성과 문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나 울림, 혹은 아름다움까지 있다면 단편으로의 역할은 다하고도 남는 게 아닐까. 때때로 지적 유희와 소설의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까지. 그런 소설을 등단 후 거의 이십여 년 가깝게 쓰고 있는 작가가 바로 이장욱이다. 


 『트로츠키와 야생란』은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쓰고 발표한 그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어떤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돼 아마도 독자에게 가장 잘 알려진 듯한 <잠수종과 독>을 비롯해 ‘너’와의 추억이 담긴 러시아에 도착해 얼음과 어둠뿐인 상황 속에서 다시 ‘너’에게 돌아가기 위해 얼어붙은 밤의 호수를 걸어서 건너가는 <트로츠키와 야생란>까지 총 아홉 편의 단편을 묶은. “정희 중에서 제일 유명한 정희는?”이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편 <유명한 정희>의 서두에는 우리가 알거나 들어본 다양한 ‘정희’들이 등장한다. 


유신 시대의 박정희, 추사체의 김정희, 배우 윤정희, 소설가 오정희, 시인 문정희와 고정희, 아이돌 그룹의 멤버 정희, 그리고 소설의 시점인물인 내 친구 곽정희까지. 삶은 불가해하게 흘러가며 진실은 아주 찰나 속에서 지나갈 뿐이다. 바로 그 섬광의 순간을 그리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면, 이장욱 작가는 그 일을 잘해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믿음을 이 단편을 읽고 더 확고히 갖게 되었다.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는 최근에 이런 말을 했다. “충돌, 균열, 어긋남 같은 것이 발생하는 순간을 느낄 때” 소설을 쓰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들이 ‘얼음을 뚫고 피어오르는 식물들처럼’ 이 책에 심겨 있다.


 

▶ 추천사: 조경란,소설가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7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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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욱 작가사진
이장욱

시인, 소설가
1994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캐럴』,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평론집 『혁명과 모더니즘』 『나의 우울한 모던보이』 등을 펴냈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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