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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아름답고 감성 넘치게 꽃과 식물을 그려낸 보태니컬 아트 그림들.
그 가운데 인삼, 사과, 약용식물 등 지역 자생식물을 그려낸 보태니컬 아트 그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경북 풍기문화원에서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 (人蔘과 apple)’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나래 협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관찰을 통해 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최나래 협업자는 대학에서 조소와 섬유미술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남편의 사업 때문에 영주에 내려와 살게 된 지 만 4년 차다.
현재는 입시미술과 취미미술 수업을 비롯, 다양한 외부 강의를 나가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 협업자가 보태니컬 아트에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풍기문화의집’에서 보태니컬 아트 수업을 제안한 덕분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 들어보셨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너도 그렇다’고.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런 것 같아요.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식물인데
그걸 그려봄으로써 더 깊이 관찰하고 그 이면의 아름다움까지 발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최 협업자는 보태니컬 아트가 추구하는 가치,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식물을 그릴 때 식물이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피거나 지기도 하고, 색깔도 바뀌는 생명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마음의 평화도 얻게 되죠.
요즘 보태니컬 아트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아트 테라피적 요소가 ‘힐링’ 코드와 잘 맞아들어갔기 때문이에요.”
보태니컬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24시간 식물을 그린다는 최나래 협업자.
덕분에 자연스레 자신이 사는 고장 영주와 풍기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고 한다.
“처음 영주에 내려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안 답답해?’ 였어요.
서울에 있다가 영주에 오니까 아무래도 문화생활을 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좋은 건, 공기도 좋고 차도 안 막힐뿐더러, 나가면 다 나무고, 다 숲이고, 식물이 정말 많은 거예요.
보태니컬 아트 하기에는 서울보다 여기가 최적의 조건인 것 같아요.”
보태니컬 아트, 인문학의 옷을 입다
최나래 협업자는 올해 ‘풍기문화의집’과 함께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 지원사업에 도전하면서 단순 미술 수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보태니컬 아트에 인문학의 옷을 입혀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 기획의 결과가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이하 꽃 그림)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풍기 인삼, 영주 사과 등 지역 자생식물을 그리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운다.
이 지역의 생태를 담은 기록이자 지역성을 띤 예술로서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인 것이다.
최 협업자는 지역과의 연결, 주민들과의 교류에서 발견한 인문적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야외 수업을 여러 번 했어요. 참여자분께서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집 정원의 꽃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지역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기차 소리, 바람 소리 들으면서, 햇빛 느끼면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고요.
또 영주에 산양산삼·산약초 홍보교육관에 가서 약용식물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이렇게 지역과 연결되고 주민분들끼리 교류하고 친밀해지는 것도 인문학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긴밀한 서로 간의 유대로 풍성해지다
‘꽃 그림’ 프로그램은 크게 세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기초를 배우는 시간, 야외수업을 하며 직접 관찰하고 그리는 시간, 마지막으로 전시회와 작품집 제작을 위해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마지막 달에는 젠텐글(zentangle) 아트, 아크릴 푸어링(Acrylic pouring) 아트 등 다양한 미술 장르를 경험해보는 시간도 준비했다.
“11월 한 달은 참여자분들께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 작품 만드느라 바쁘게 달려오고, 코로나 때문에 하고 싶은 활동도 많이 못 했거든요.
다양한 미술 분야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미술을 평생 취미로 삼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프로그램 참여자는 9명 정도로, 많은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간은 물론, 협업자와 참여자 간 유대가 깊다.
프로그램 내내 자유롭게 자리를 오가며 서로의 그림을 봐주고 수다도 떨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줌(ZOOM)으로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을 때는 핸드폰을 잘 못 다루는 참여자들을 위해
최 협업자가 1 대 1로 참여자들을 만나 일일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고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참여자분들 모두 마음이 너그러우시고 이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해 주세요. 제가 힘들어할 때는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시고요.
한창 코로나가 심각해서 풍기문화의집이 휴관했을 때였어요. 카페에서 주로 모이다가 줌 수업을 결정하고
‘그전에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으로 모이겠습니다’ 했는데 참여자분이 본인 집으로 초대를 해주신 거예요.
집 앞의 예쁜 정원 공간을 내어주셔서 다 함께 꽃 그림도 그리고 과일 파티도 하고.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식물과의 서프라이즈 만남을 상상하다
최나래 협업자는 ‘식물과의 만남’이란 키워드로 다음 인문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무슨 씨인지 모르고 씨를 심어요.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겠죠? 자라면서 무슨 식물인지 알게 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물을 많이 주거나 너무 안 줘서 죽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걸 관찰해서 그림을 그려보는 거죠.
뭔지 모르고 키우는 반려 식물! 임신했는데 16주 될 때까지 딸일지 아들일지 모르는 것처럼요.”
눈을 반짝이며 반려 식물과의 서프라이즈 한 만남을 상상하던 최나래 협업자는
인터뷰를 맺으며 보태니컬 아트의 원래 취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림 그리는 것만 하고 싶은데 식물도 키우고 관찰도 해야 되나 참여자가 귀찮아할 수도 있어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죠.
근데 원래 보태니컬 아트의 취지가 그런 거예요. 자연과의 공생. 자세히 오래 관찰해서 세밀하게 그리기.
보태니컬 아트가 학술 저서의 삽화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원론적인 부분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참여자 인터뷰
이경희 참여자님은 풍기에서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우드버닝’ 공방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해요.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 프로그램의 총무도 맡고 계신다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에서 어떤 걸 느끼고 배우셨는지, 함께 들어볼까요?
Q.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전에 일일 특강으로 잠깐 최나래 선생님 보태니컬 아트 수업을 들었었는데요.
이번에 풍기문화의집에서 프로그램을 하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수업 분위기가 참 화기애애한 것 같아요.
가족과 같은 분위기라고 보시면 돼요.
동네분들이다 보니까 길 가다가도 만날 수 있는 분들이고 이 수업이 아니더라도 여러 수업에서 마주칠 수 있는 분들이거든요.
서로 좋은 점 본받아 가면서 웃으면서 같이 갔던 것 같아요. 작년에 처음 보태니컬 수업했을 때는 작품들이 되게 어설펐거든요.
근데 올해는 다들 너무 잘하시고 회원들끼리도 단합해서 잘 갔던 것 같아요.
Q. 줌 수업으로 미술 수업 진행한 건 어떠셨나요?
매해 그렇지만 프로그램을 하면 친목적인 부분이 많거든요. 동네 주민분들이 모이다 보니까.
여름에 수박 잘라먹기도 하고 간식도 많이 먹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런 걸 전혀 못했어요.
거기다 수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면서 수업하는 게 다들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줌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줌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저희가 이때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에서 끌어주시는 분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서 참여자분들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영주, 풍기 지역의 자생식물을 그려보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흔히 볼 수 있는 사과고 풍기에서 많이 재배하는 인삼인데, 그려볼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려보니 남다르고 대하는 마음이 새로워지더라고요.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기 어렵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 시설담당자
인터뷰 풍기문화의집은 1996년 전국 문화의집(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중 세 번째로 조성된 문화의집이다.
올해 두 명의 인문협업자와 함께 본 지원사업에 참여한 풍기문화의집 최용덕 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람 냄새나는 동네의 큰 집
풍기문화의집은 올해 두 개의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을 지원·운영하고 있다.
지역 자생식물을 그려보는 최나래 협업자의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 프로그램,
시를 감상하고 창작해보는 권화빈 협업자의 ‘풍문으로 들었소’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풍기문화의집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며 지역 주민과 쌓아온 유대감으로 두 협업자와 주민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용덕 차장은 풍기문화의집이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일상을 나누는 ‘동네의 집’이 되길 바란다.
그는 지난해 치렀던 행사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난해 6개월간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에 풍기문화의집을 이용하는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보이는 라디오 형식으로 동아리 공연, 특강 등을 진행하고, 로비에서 작품 전시도 했다.
“그 6개월이 지나서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풍기문화의집은 정말 사람 사는 곳 같다. 사람이 사는 집’ 같다.
그 말씀이 정말 와닿았어요. 집이란 공간은 북적북적거려야 사람 사는 것 같고 활기가 넘치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몇 번 휴관했을 때도 회원분들이 언제 문 여냐 계속 문의하시고, 문 여니까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주셨어요.
사람 사는 냄새나는 곳. 저는 앞으로도 풍기문화의집이 그렇게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숨은 활동가를 발굴,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
풍기문화의집은 숨은 재능을 가진 이들, 인문활동가를 찾고 발굴하는 것을 중요히 여긴다.
엄격하고 높은 자격 조건의 틀 안에서 찾기보다는 현장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고 참여자와 소통하는지를 더 크게 생각한다.
참신한 기획을 시도하는 밑바탕에는 협업자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시설과 협업자의 유대감, 소통을 통해 합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있다.
“시설과 협업자가 의견을 조율할 때, 또는 새로운 아이템과 기획을 제시할 때,
‘저는 못 합니다’, ‘힘들 것 같아요’ 이야기했으면 지금까지 사업을 못 이끌어왔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저희 선생님들 모두 ‘한번 해봅시다’, ‘같이 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여주셨죠.
제 입장에서 굉장히 감사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그런 숨은 재능을 발굴하고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한글, 한자, 영어를 섞어놓은 프로그램 제목이 참 흥미로웠는데요!
‘인삼’, ‘사과’ 하면 떠오르는 진부한 것들 대신 '뭔가 새롭고 다양한 걸 해볼 수 있겠다' 는 느낌을 주고자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해요.
앞으로도 풍기문화의집, 최나래 협업자, 참여자분들, 찰떡궁합으로
재미난 지역밀착형, 생활밀착형 인문프로그램이 탄생하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2180774792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터뷰] 풍기문화의집 최나래 협업자 :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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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업 아카이브
[인터뷰] 풍기문화의집 최나래 협업자 :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
2021-03-25
아름답고 감성 넘치게 꽃과 식물을 그려낸 보태니컬 아트 그림들.
그 가운데 인삼, 사과, 약용식물 등 지역 자생식물을 그려낸 보태니컬 아트 그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경북 풍기문화원에서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 (人蔘과 apple)’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나래 협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관찰을 통해 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최나래 협업자는 대학에서 조소와 섬유미술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남편의 사업 때문에 영주에 내려와 살게 된 지 만 4년 차다.
현재는 입시미술과 취미미술 수업을 비롯, 다양한 외부 강의를 나가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 협업자가 보태니컬 아트에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풍기문화의집’에서 보태니컬 아트 수업을 제안한 덕분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 들어보셨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너도 그렇다’고.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런 것 같아요.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식물인데
그걸 그려봄으로써 더 깊이 관찰하고 그 이면의 아름다움까지 발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최 협업자는 보태니컬 아트가 추구하는 가치,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식물을 그릴 때 식물이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피거나 지기도 하고, 색깔도 바뀌는 생명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마음의 평화도 얻게 되죠.
요즘 보태니컬 아트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아트 테라피적 요소가 ‘힐링’ 코드와 잘 맞아들어갔기 때문이에요.”
보태니컬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24시간 식물을 그린다는 최나래 협업자.
덕분에 자연스레 자신이 사는 고장 영주와 풍기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고 한다.
“처음 영주에 내려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안 답답해?’ 였어요.
서울에 있다가 영주에 오니까 아무래도 문화생활을 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좋은 건, 공기도 좋고 차도 안 막힐뿐더러, 나가면 다 나무고, 다 숲이고, 식물이 정말 많은 거예요.
보태니컬 아트 하기에는 서울보다 여기가 최적의 조건인 것 같아요.”
보태니컬 아트, 인문학의 옷을 입다
최나래 협업자는 올해 ‘풍기문화의집’과 함께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 지원사업에 도전하면서 단순 미술 수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보태니컬 아트에 인문학의 옷을 입혀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 기획의 결과가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이하 꽃 그림)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풍기 인삼, 영주 사과 등 지역 자생식물을 그리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운다.
이 지역의 생태를 담은 기록이자 지역성을 띤 예술로서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인 것이다.
최 협업자는 지역과의 연결, 주민들과의 교류에서 발견한 인문적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야외 수업을 여러 번 했어요. 참여자분께서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집 정원의 꽃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지역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기차 소리, 바람 소리 들으면서, 햇빛 느끼면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고요.
또 영주에 산양산삼·산약초 홍보교육관에 가서 약용식물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이렇게 지역과 연결되고 주민분들끼리 교류하고 친밀해지는 것도 인문학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긴밀한 서로 간의 유대로 풍성해지다
‘꽃 그림’ 프로그램은 크게 세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기초를 배우는 시간, 야외수업을 하며 직접 관찰하고 그리는 시간, 마지막으로 전시회와 작품집 제작을 위해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마지막 달에는 젠텐글(zentangle) 아트, 아크릴 푸어링(Acrylic pouring) 아트 등 다양한 미술 장르를 경험해보는 시간도 준비했다.
“11월 한 달은 참여자분들께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 작품 만드느라 바쁘게 달려오고, 코로나 때문에 하고 싶은 활동도 많이 못 했거든요.
다양한 미술 분야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미술을 평생 취미로 삼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프로그램 참여자는 9명 정도로, 많은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간은 물론, 협업자와 참여자 간 유대가 깊다.
프로그램 내내 자유롭게 자리를 오가며 서로의 그림을 봐주고 수다도 떨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줌(ZOOM)으로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을 때는 핸드폰을 잘 못 다루는 참여자들을 위해
최 협업자가 1 대 1로 참여자들을 만나 일일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고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참여자분들 모두 마음이 너그러우시고 이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해 주세요. 제가 힘들어할 때는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시고요.
한창 코로나가 심각해서 풍기문화의집이 휴관했을 때였어요. 카페에서 주로 모이다가 줌 수업을 결정하고
‘그전에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으로 모이겠습니다’ 했는데 참여자분이 본인 집으로 초대를 해주신 거예요.
집 앞의 예쁜 정원 공간을 내어주셔서 다 함께 꽃 그림도 그리고 과일 파티도 하고.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식물과의 서프라이즈 만남을 상상하다
최나래 협업자는 ‘식물과의 만남’이란 키워드로 다음 인문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무슨 씨인지 모르고 씨를 심어요.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겠죠? 자라면서 무슨 식물인지 알게 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물을 많이 주거나 너무 안 줘서 죽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걸 관찰해서 그림을 그려보는 거죠.
뭔지 모르고 키우는 반려 식물! 임신했는데 16주 될 때까지 딸일지 아들일지 모르는 것처럼요.”
눈을 반짝이며 반려 식물과의 서프라이즈 한 만남을 상상하던 최나래 협업자는
인터뷰를 맺으며 보태니컬 아트의 원래 취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림 그리는 것만 하고 싶은데 식물도 키우고 관찰도 해야 되나 참여자가 귀찮아할 수도 있어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죠.
근데 원래 보태니컬 아트의 취지가 그런 거예요. 자연과의 공생. 자세히 오래 관찰해서 세밀하게 그리기.
보태니컬 아트가 학술 저서의 삽화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원론적인 부분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참여자 인터뷰
이경희 참여자님은 풍기에서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우드버닝’ 공방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해요.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 프로그램의 총무도 맡고 계신다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에서 어떤 걸 느끼고 배우셨는지, 함께 들어볼까요?
Q.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전에 일일 특강으로 잠깐 최나래 선생님 보태니컬 아트 수업을 들었었는데요.
이번에 풍기문화의집에서 프로그램을 하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수업 분위기가 참 화기애애한 것 같아요.
가족과 같은 분위기라고 보시면 돼요.
동네분들이다 보니까 길 가다가도 만날 수 있는 분들이고 이 수업이 아니더라도 여러 수업에서 마주칠 수 있는 분들이거든요.
서로 좋은 점 본받아 가면서 웃으면서 같이 갔던 것 같아요. 작년에 처음 보태니컬 수업했을 때는 작품들이 되게 어설펐거든요.
근데 올해는 다들 너무 잘하시고 회원들끼리도 단합해서 잘 갔던 것 같아요.
Q. 줌 수업으로 미술 수업 진행한 건 어떠셨나요?
매해 그렇지만 프로그램을 하면 친목적인 부분이 많거든요. 동네 주민분들이 모이다 보니까.
여름에 수박 잘라먹기도 하고 간식도 많이 먹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런 걸 전혀 못했어요.
거기다 수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면서 수업하는 게 다들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줌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줌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저희가 이때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에서 끌어주시는 분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서 참여자분들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영주, 풍기 지역의 자생식물을 그려보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흔히 볼 수 있는 사과고 풍기에서 많이 재배하는 인삼인데, 그려볼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려보니 남다르고 대하는 마음이 새로워지더라고요.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기 어렵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 시설담당자
인터뷰 풍기문화의집은 1996년 전국 문화의집(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중 세 번째로 조성된 문화의집이다.
올해 두 명의 인문협업자와 함께 본 지원사업에 참여한 풍기문화의집 최용덕 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람 냄새나는 동네의 큰 집
풍기문화의집은 올해 두 개의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을 지원·운영하고 있다.
지역 자생식물을 그려보는 최나래 협업자의 ‘꽃보다 향기로운 꽃 그림(人蔘과 apple)’ 프로그램,
시를 감상하고 창작해보는 권화빈 협업자의 ‘풍문으로 들었소’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풍기문화의집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며 지역 주민과 쌓아온 유대감으로 두 협업자와 주민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용덕 차장은 풍기문화의집이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일상을 나누는 ‘동네의 집’이 되길 바란다.
그는 지난해 치렀던 행사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난해 6개월간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에 풍기문화의집을 이용하는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보이는 라디오 형식으로 동아리 공연, 특강 등을 진행하고, 로비에서 작품 전시도 했다.
“그 6개월이 지나서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풍기문화의집은 정말 사람 사는 곳 같다. 사람이 사는 집’ 같다.
그 말씀이 정말 와닿았어요. 집이란 공간은 북적북적거려야 사람 사는 것 같고 활기가 넘치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몇 번 휴관했을 때도 회원분들이 언제 문 여냐 계속 문의하시고, 문 여니까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주셨어요.
사람 사는 냄새나는 곳. 저는 앞으로도 풍기문화의집이 그렇게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숨은 활동가를 발굴,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
풍기문화의집은 숨은 재능을 가진 이들, 인문활동가를 찾고 발굴하는 것을 중요히 여긴다.
엄격하고 높은 자격 조건의 틀 안에서 찾기보다는 현장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고 참여자와 소통하는지를 더 크게 생각한다.
참신한 기획을 시도하는 밑바탕에는 협업자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시설과 협업자의 유대감, 소통을 통해 합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있다.
“시설과 협업자가 의견을 조율할 때, 또는 새로운 아이템과 기획을 제시할 때,
‘저는 못 합니다’, ‘힘들 것 같아요’ 이야기했으면 지금까지 사업을 못 이끌어왔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저희 선생님들 모두 ‘한번 해봅시다’, ‘같이 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여주셨죠.
제 입장에서 굉장히 감사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그런 숨은 재능을 발굴하고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한글, 한자, 영어를 섞어놓은 프로그램 제목이 참 흥미로웠는데요!
‘인삼’, ‘사과’ 하면 떠오르는 진부한 것들 대신 '뭔가 새롭고 다양한 걸 해볼 수 있겠다' 는 느낌을 주고자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해요.
앞으로도 풍기문화의집, 최나래 협업자, 참여자분들, 찰떡궁합으로
재미난 지역밀착형, 생활밀착형 인문프로그램이 탄생하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218077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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