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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2
ㅣ몸과 맛으로 퍼머컬쳐를 경험하다.
모든 것을 품고 살려내는 흙의 생명력과 원리를 인문프로그램에 담아낸 이들이 있다.
순천에서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를 진행하는 황진선, 박세영, 김웅 인문협업자를 만나보자.
ㅣ퍼머컬쳐, 우리 안의 생태 자아를 일깨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다 오랜만에 모두 함께 텃밭을 가꾸기로 한 날.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이하 흙이랑)’는 퍼머컬처(Permaculture, 영속농업)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연과의 연결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꿈꾸는 인문 프로그램이다.
퍼머컬처란 자연의 패턴과 관계를 모방한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이자 디자인 툴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텃밭을 일구며 흙을 만지고, 수확한 작물로 요리를 해 음식을 나누는 등 몸과 맛으로 퍼머컬처를 경험한다.
“인문이란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유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지금 세대의 과제를 담고 있는 질문이죠.
우리 안에는 이미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생태 자아’(생태감수성)가 있어요.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분리되었던 이 감각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 저희가 해보고자 하는 작업이에요.”
- 김웅 협업자 -
프로그램의 초반부가 환경과 참여자를 관찰하고 알아가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공동체성을 키워드로
지역 농부의 농장 탐방과 숲 명상, 텃밭 가꾸기, 포틀럭 등의 활동으로 구성했다.
농사의 갈무리가 수확이듯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얻고 느꼈는지 이야기하고,
수확한 작물로 요리한 음식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ㅣ다음 세대를 위해 뜻을 같이 하다
한 달에 두 번, 6시간씩 밀도 높게 진행되는 ‘흙이랑’ 프로그램은 세 명의 인문활동가가 협업하여 꾸려나간다.
‘농사와 몸 공부’ 전문가 황진선, ‘먹을거리’ 전문가 박세영, ‘커뮤니티’ 전문가 김웅이 그들이다.
세 사람은 넥스트젠 코리아(NextGEN Korea, 청년생태마을 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사이다.
대안교육과 커뮤니티 빌딩에 관심이 많은 김웅 협업자(이하 '웅')는 청년자립공동체 ‘별에별꼴’에서 공동체 생활을 경험했다.
이후 금산간디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넥스트젠을 접했고, 청소년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얻은 노하우를 ‘흙이랑’ 프로그램에 풀어냈다.
황진선 협업자(이하 '진')은 공정여행을 기획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면서 더 나은 여행에 대해 고민하다가 퍼머컬처를 접했다.
농부의 마음을 닮아가는 삶을 선택한 지금은 넥스트젠의 청년활동가로 활동 중이며, 요가 안내자이자 몸 움직임에도 관심이 많아 ‘흙이랑’에서 텃밭 가꾸기와 춤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대학에서 먹거리와 대안교육을 전공한 박세영 협업자(이하 '세영')은 슬로푸드 활동가이자 평화교육 프로젝트 모모의 활동가로 일했다.
현재는 넥스트젠의 청년활동가이자 목포에서 소울푸드 커뮤니티 키친 ‘집ㅅ씨’를 운영하고 있다.
‘흙이랑’에서는 함께 음식을 먹고 소통하는 ‘푸드서클’시간의 진행을 맡고 있다.
결이 비슷한 세 사람은 이렇듯 각자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연결해 ‘흙이랑’을 기획했다.
“단순히 우리의 만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과물이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다음 세대가 좀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일들을 저희는 해왔고, ‘흙이랑’ 프로그램도 그 결의 하나예요.”
- 박세영 협업자 -
ㅣ재미난협동조합, 청년활동가를 품다
순천 지역민이 아닌 이들 세 사람이 순천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재미난협동조합’이 있다.
한 지역에서 함께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고자 공간을 찾던 세 협업자는 순천을 오갈 때마다
재미난협동조합이 내어준 공유 공간 ‘너머’(이하 공간 너머)에서 머물렀다.
공간 너머는 누구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모두가 주인이 되는 집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세 사람은 자연스레 순천에 호기심이 생겼고, 지역과 지역민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순천에서 프로그램을 꾸리게 되었다고 했다.
재미난협동조합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각종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흙이랑’과 ‘불멍숲멍’, 두 개의 인문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인문활동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너희가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너무 예쁘고 반갑다. 너희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라’,
그렇게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돼요. 기관과 활동가의 만남이라기보단 동네 주민과 이주민 청년들의 만남이에요.”
“공간너머에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참여자들이 굉장히 편안함을 느껴요.
특히 아이들에게 이 공간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부모님과 함께 모였던 추억의 장소예요.
이렇게 재미난협동조합이 미리 쌓아놓은 결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ㅣ흙처럼 품고 살리며 함께
세 사람은 생태주의와 공동체성이 직결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가 있는 가족, 부부, 홀로족, 주거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참여 대상으로 모집한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는 다름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지구 자체도 그렇죠. 다양한 종의 동물, 자연물, 언어가 있어요.
이렇게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개개인성을 추구하면서 살아가요.
나의 존재에 대해 탐구하는 것만 배웠지 공동체성과 더 큰 차원의 연대 - 지역 간, 세대 간, 지구와 인간의 연대 등 -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거나 배워본 경험은 거의 없죠.
지금 내가 여기서 하는 활동이 지구 반대편에 어떤 영향을 끼칠 텐데 그런 연결감이 떨어진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고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성을 깊게 느끼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진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며 노동할 때와 함께 밥을 지어먹을 때 공동체성을 가장 밀접하게 느낀다.
“온라인 모임 때 한 참여자분이 쑥떡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한 분이 이 말을 세심히 기억했다가
쑥떡을 손수 쪄서 가져오셔서 나누어 먹은 적이 있어요.
와! 저는 진행자이기도 하지만 이런 순간이 살아있는 프로그램에 함께 한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함께 하는 작은 순간에서 서로의 기쁨을 찾고 알아가는,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 황진선 협업자 -
말없이 자기와 자연만을 느끼며 걸어가는 산 길이었지만, 두 친구는 먼저 출발한 협업자가 갈림길에 묶어둔 주황색 표시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프로그램은 해와 달,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며 팀 당 12명의 인원이 함께 한다. 미취학 어린이 참여자들도 함께이다.
세 협업자는 커뮤니티 약속을 통해 아이와 어른의 경계가 없고, 아이와 엄마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시간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갔다.
타지역에 사는 엄마와 아이 가족도 ‘흙이랑’ 참여를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올만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연과의 재연결을 주제로 함께 산에 오르는 활동을 했을 때의 일인데요.
각자의 속도대로 어느 목표지점까지 말없이 올라가서 만나는 거였어요.
어린이 참여자들이 앞장을 서며 나아갔는데, 뒤에 있는 20-60대 참여자들을 이끌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어요.
어른들은 그들을 신뢰하며 몇 발자국 떨어져 따라가고요.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더 두드러져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ㅣ기후 위기와 코로나19 시대에 메시지를 던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세 협업자는 온라인에서 연대감을 이어나갈 수 있는 소모임 활동을 진행했다.
세영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부정적 감정을 알아차리는 명상 활동을, 진은 즐거운 에너지를 돋우는 춤과 요가를,
웅은 플라스틱을 깨끗이 씻어 벽돌로 만들어보는 에코 브릭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진은 그 안에서 기쁨도 발견했다.
“온라인으로 첫 비대면할 때 해팀과 달팀이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인 적이 있었거든요? 생각보다 엄청나게 좋은 시간이었어요.
낯설어하기보단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구나 반가워했죠. 또 온라인을 통해 자주 모임을 가지면서 더 친숙해졌어요.
그렇게 한 달 정도 비대면 모임을 가진 후 대면으로 만났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서로 원래 알던 사이처럼 반갑게 이야기를 주고받더라고요.
변화한 상황을 수용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었죠.”
세 협업자는 코로나19와 산불, 긴 장마 등 기후 위기가 찾아온 오늘날, ‘흙이랑’처럼 생태감수성을 일깨우는 활동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연은 아주 거대하고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한 자연을 인지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개인의 삶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
떻게 좋은 영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상상해보는 힘이 너무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중에 한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슬프다, 화가 난다’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아이가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처럼 이 위기를 ‘감각’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흙이랑’ 프로그램처럼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함께 애도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우리는 지구를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거예요.
기후가 바뀌면 동식물은 자연스레 태세를 전환합니다.
인간이 지금의 고통을 외면하면 다음 세대는 더 큰 고통을 짊어지게 될 거예요.”
ㅣ자연은 마당, 텃밭, 하늘에서
끝으로 세 협업자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보았다.
세영은 지구를 위해 통합적으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고 실험해보는 프로그램과,
다양성이 진심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웅은 다양한 세대와 존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아직 ‘흙이랑’ 생각에 푹 빠져있는 진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흙이랑’을 통해 자연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 마당, 텃밭, 그리고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에서도 찾아볼 수 있구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이렇게 좋구나, 이것만은 느끼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도 협업자도 모두 알찬 것들을 얻어 가실 수 있어보여 부럽네요.
특히 세 협업자의 케미가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게 합니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협업자님들의 태도에 많은 것을 배워가며, 늘 응원하도록 할게요
화이팅 화이팅!!!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터뷰] 재미난협동조합 황진선, 박세영, 김웅 협업자 :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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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미난협동조합 황진선, 박세영, 김웅 협업자 :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
2020-12-22
ㅣ몸과 맛으로 퍼머컬쳐를 경험하다.
모든 것을 품고 살려내는 흙의 생명력과 원리를 인문프로그램에 담아낸 이들이 있다.
순천에서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를 진행하는 황진선, 박세영, 김웅 인문협업자를 만나보자.
ㅣ퍼머컬쳐, 우리 안의 생태 자아를 일깨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다 오랜만에 모두 함께 텃밭을 가꾸기로 한 날.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이하 흙이랑)’는 퍼머컬처(Permaculture, 영속농업)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연과의 연결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꿈꾸는 인문 프로그램이다.
퍼머컬처란 자연의 패턴과 관계를 모방한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이자 디자인 툴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텃밭을 일구며 흙을 만지고, 수확한 작물로 요리를 해 음식을 나누는 등 몸과 맛으로 퍼머컬처를 경험한다.
“인문이란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유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지금 세대의 과제를 담고 있는 질문이죠.
우리 안에는 이미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생태 자아’(생태감수성)가 있어요.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분리되었던 이 감각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 저희가 해보고자 하는 작업이에요.”
- 김웅 협업자 -
프로그램의 초반부가 환경과 참여자를 관찰하고 알아가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공동체성을 키워드로
지역 농부의 농장 탐방과 숲 명상, 텃밭 가꾸기, 포틀럭 등의 활동으로 구성했다.
농사의 갈무리가 수확이듯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얻고 느꼈는지 이야기하고,
수확한 작물로 요리한 음식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ㅣ다음 세대를 위해 뜻을 같이 하다
한 달에 두 번, 6시간씩 밀도 높게 진행되는 ‘흙이랑’ 프로그램은 세 명의 인문활동가가 협업하여 꾸려나간다.
‘농사와 몸 공부’ 전문가 황진선, ‘먹을거리’ 전문가 박세영, ‘커뮤니티’ 전문가 김웅이 그들이다.
세 사람은 넥스트젠 코리아(NextGEN Korea, 청년생태마을 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사이다.
대안교육과 커뮤니티 빌딩에 관심이 많은 김웅 협업자(이하 '웅')는 청년자립공동체 ‘별에별꼴’에서 공동체 생활을 경험했다.
이후 금산간디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넥스트젠을 접했고, 청소년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얻은 노하우를 ‘흙이랑’ 프로그램에 풀어냈다.
황진선 협업자(이하 '진')은 공정여행을 기획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면서 더 나은 여행에 대해 고민하다가 퍼머컬처를 접했다.
농부의 마음을 닮아가는 삶을 선택한 지금은 넥스트젠의 청년활동가로 활동 중이며, 요가 안내자이자 몸 움직임에도 관심이 많아 ‘흙이랑’에서 텃밭 가꾸기와 춤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대학에서 먹거리와 대안교육을 전공한 박세영 협업자(이하 '세영')은 슬로푸드 활동가이자 평화교육 프로젝트 모모의 활동가로 일했다.
현재는 넥스트젠의 청년활동가이자 목포에서 소울푸드 커뮤니티 키친 ‘집ㅅ씨’를 운영하고 있다.
‘흙이랑’에서는 함께 음식을 먹고 소통하는 ‘푸드서클’시간의 진행을 맡고 있다.
결이 비슷한 세 사람은 이렇듯 각자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연결해 ‘흙이랑’을 기획했다.
“단순히 우리의 만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과물이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다음 세대가 좀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일들을 저희는 해왔고, ‘흙이랑’ 프로그램도 그 결의 하나예요.”
- 박세영 협업자 -
ㅣ재미난협동조합, 청년활동가를 품다
순천 지역민이 아닌 이들 세 사람이 순천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재미난협동조합’이 있다.
한 지역에서 함께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고자 공간을 찾던 세 협업자는 순천을 오갈 때마다
재미난협동조합이 내어준 공유 공간 ‘너머’(이하 공간 너머)에서 머물렀다.
공간 너머는 누구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모두가 주인이 되는 집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세 사람은 자연스레 순천에 호기심이 생겼고, 지역과 지역민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순천에서 프로그램을 꾸리게 되었다고 했다.
재미난협동조합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각종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흙이랑’과 ‘불멍숲멍’, 두 개의 인문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인문활동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너희가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너무 예쁘고 반갑다. 너희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라’,
그렇게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돼요. 기관과 활동가의 만남이라기보단 동네 주민과 이주민 청년들의 만남이에요.”
- 박세영 협업자 -
“공간너머에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참여자들이 굉장히 편안함을 느껴요.
특히 아이들에게 이 공간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부모님과 함께 모였던 추억의 장소예요.
이렇게 재미난협동조합이 미리 쌓아놓은 결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 김웅 협업자 -
ㅣ흙처럼 품고 살리며 함께
세 사람은 생태주의와 공동체성이 직결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가 있는 가족, 부부, 홀로족, 주거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참여 대상으로 모집한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는 다름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지구 자체도 그렇죠. 다양한 종의 동물, 자연물, 언어가 있어요.
이렇게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개개인성을 추구하면서 살아가요.
나의 존재에 대해 탐구하는 것만 배웠지 공동체성과 더 큰 차원의 연대 - 지역 간, 세대 간, 지구와 인간의 연대 등 -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거나 배워본 경험은 거의 없죠.
지금 내가 여기서 하는 활동이 지구 반대편에 어떤 영향을 끼칠 텐데 그런 연결감이 떨어진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고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성을 깊게 느끼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 박세영 협업자 -
진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며 노동할 때와 함께 밥을 지어먹을 때 공동체성을 가장 밀접하게 느낀다.
“온라인 모임 때 한 참여자분이 쑥떡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한 분이 이 말을 세심히 기억했다가
쑥떡을 손수 쪄서 가져오셔서 나누어 먹은 적이 있어요.
와! 저는 진행자이기도 하지만 이런 순간이 살아있는 프로그램에 함께 한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함께 하는 작은 순간에서 서로의 기쁨을 찾고 알아가는,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 황진선 협업자 -
말없이 자기와 자연만을 느끼며 걸어가는 산 길이었지만, 두 친구는 먼저 출발한 협업자가 갈림길에 묶어둔 주황색 표시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프로그램은 해와 달,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며 팀 당 12명의 인원이 함께 한다. 미취학 어린이 참여자들도 함께이다.
세 협업자는 커뮤니티 약속을 통해 아이와 어른의 경계가 없고, 아이와 엄마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시간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갔다.
타지역에 사는 엄마와 아이 가족도 ‘흙이랑’ 참여를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올만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연과의 재연결을 주제로 함께 산에 오르는 활동을 했을 때의 일인데요.
각자의 속도대로 어느 목표지점까지 말없이 올라가서 만나는 거였어요.
어린이 참여자들이 앞장을 서며 나아갔는데, 뒤에 있는 20-60대 참여자들을 이끌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어요.
어른들은 그들을 신뢰하며 몇 발자국 떨어져 따라가고요.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더 두드러져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박세영 협업자 -
ㅣ기후 위기와 코로나19 시대에 메시지를 던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세 협업자는 온라인에서 연대감을 이어나갈 수 있는 소모임 활동을 진행했다.
세영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부정적 감정을 알아차리는 명상 활동을, 진은 즐거운 에너지를 돋우는 춤과 요가를,
웅은 플라스틱을 깨끗이 씻어 벽돌로 만들어보는 에코 브릭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진은 그 안에서 기쁨도 발견했다.
“온라인으로 첫 비대면할 때 해팀과 달팀이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인 적이 있었거든요? 생각보다 엄청나게 좋은 시간이었어요.
낯설어하기보단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구나 반가워했죠. 또 온라인을 통해 자주 모임을 가지면서 더 친숙해졌어요.
그렇게 한 달 정도 비대면 모임을 가진 후 대면으로 만났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서로 원래 알던 사이처럼 반갑게 이야기를 주고받더라고요.
변화한 상황을 수용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었죠.”
- 황진선 협업자 -
세 협업자는 코로나19와 산불, 긴 장마 등 기후 위기가 찾아온 오늘날, ‘흙이랑’처럼 생태감수성을 일깨우는 활동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연은 아주 거대하고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한 자연을 인지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개인의 삶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
떻게 좋은 영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상상해보는 힘이 너무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세영 협업자 -
“프로그램 중에 한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슬프다, 화가 난다’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아이가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처럼 이 위기를 ‘감각’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흙이랑’ 프로그램처럼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함께 애도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우리는 지구를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거예요.
기후가 바뀌면 동식물은 자연스레 태세를 전환합니다.
인간이 지금의 고통을 외면하면 다음 세대는 더 큰 고통을 짊어지게 될 거예요.”
- 김웅 협업자 -
ㅣ자연은 마당, 텃밭, 하늘에서
끝으로 세 협업자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보았다.
세영은 지구를 위해 통합적으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고 실험해보는 프로그램과,
다양성이 진심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웅은 다양한 세대와 존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아직 ‘흙이랑’ 생각에 푹 빠져있는 진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흙이랑’을 통해 자연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 마당, 텃밭, 그리고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에서도 찾아볼 수 있구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이렇게 좋구나, 이것만은 느끼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도 협업자도 모두 알찬 것들을 얻어 가실 수 있어보여 부럽네요.
특히 세 협업자의 케미가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게 합니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협업자님들의 태도에 많은 것을 배워가며, 늘 응원하도록 할게요
화이팅 화이팅!!!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터뷰] 재미난협동조합 황진선, 박세영, 김웅 협업자 : 퍼머컬쳐 우리 흙에 놀러 갈래?'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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