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인문360˚> 인문 포럼 PART 1은 ‘5년 후, 우리의 삶’이라는 대주제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는 숨 가쁘게 변해가는 과학기술‧국제정세‧기후환경의 물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여유도, 자신을 성찰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먼 미래를 조망할 시각은 더더욱 없었고요. 그래서 올해 <인문360˚> 인문 포럼에서는 ‘5년 후, 우리의 삶’을 그려보며 네 분의 연사를 모시고 ‘지금, 여기’를 논해보고자 했습니다. 5년 후라는 가까운 미래를 설정해 적절한 거리 감각으로 지금 우리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가늠하기 위함입니다.
PART 1은 ‘5년 후, 우리의 삶’이라는 대주제 아래 ‘변화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란?’, ‘미래사회 공존을 위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물리학자의 미래준비법은?’, ‘뇌와 AI 합체가 가능할까?’ 등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2022년 9월 21일(수)에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변화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란?’을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셨는데요. 먼저, 강연이 열린 화사한 무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강연을 기다리는 청중들의 모습을 한번 볼까요?
강연 전 무대 사진 강연 시작 전 청중 모습
드디어 등장한 오늘의 연사 최재천 교수님.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시며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이시고,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운영하시는 유튜버이기도 하시죠. 최재천 교수님은 중고등학교 시절 ‘시인 최재천’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백일장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문과적 재능이 있었지만 이과로 진학해야만 했던 개인사. 어머니가 사주신 문학 전집을 탐독했던 유소년 시절. 문학 전집에서 운명처럼 마주한 솔제니친의 수필 ‘모닥불과 개미’ 이야기. 선생님 때문에 ‘동물학과’에 진학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가게 된 삶의 여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들려주셨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강연 모습
미국 유학 시절에는 ‘Sociobiology’라는 학문을 만나게 되는데, 『Sociobiology』를 쓴 하버드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에게 직접 편지를 써 그분의 제자로서 하버드에 들어가게 된 일화도 들려주셨죠. 이후 미시건대, 서울대, 이화여대에서 교수를 역임하셨는데 그때마다 연구실 이름을 ‘Laboratory of Behavior and Ecology’라고 똑같이 달고, 학생들을 가르친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원래 최재천 교수님의 전공 분야는 ‘열대’였다고 해요. 하지만 ‘동물학’ 분야가 열악한 한국 상황에서 이 분야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 연구를 접고 제자들의 연구를 뒷바라지하셨다고 합니다. 원래 ‘동물학’ 분야 교수들은 평생 한 동물만 연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최재천 교수님은 제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이 동물 저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자, 이런 비아냥도 받으셨다죠. “너는 동물원장이냐?” 그때는 제자들이 좀 미워지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최재천 교수님 강연 모습
이런 과정은 훗날 자연과학 분야 백과사전 작업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총괄 편집장을 맡게 되는 배경이 됩니다. 바로 “너는 동물원장이냐?”고 놀렸던 친구들이 최재천 교수만큼 총괄 편집장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추천했다고 해요. 참 놀라운 이야기죠?
최재천 교수님이 제작에 참여한 백과사전
최재천 교수님이 살아온 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린 시절에 읽은 책과 여러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어떻게 한 명의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어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최재천 교수님은 ‘통섭형 인재’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한 분야에 매몰될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만 이 긴 인생에서 무난하게 직업을 얻는다.”는 이야기였죠. 우리에게는 20대 초반 학생만 가르치는 대학을 넘어 30대부터 70대까지 가르치는 대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곁쇠 교육(Master Key Education)’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하버드, 예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과 이름도 안 바꾸고 셰익스피어, <일리아드>, 기초과학만 가르친다는 거죠. 우리나라 대학들은 ‘독어독문학과’를 ‘독일문화융합서비스학과’라는 식으로 바꾸며 급변하는 세상에 맞춘 교육을 하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이 대학들은 4차산업혁명을 진짜 몰라서 이런 교육을 하는 걸까요?
여기서 최 교수님은 ‘마스터키’를 빗대어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열쇠는 뼈대가 중요한 거지, 톱니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한 문에만 들어맞게 만든 것이 열쇠의 톱니인데, 그 톱니를 다 제거하면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된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님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학생들에게 기초 학문을 가르치는 것은 곧, ‘마스터키’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본 것이죠. 세계 최고 대학들의 ‘곁쇠 교육’에 비추어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어떤 교육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은 문제 제기를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 지식의 영토를 늘려가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뜻밖에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그 과정에서 배양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책 읽기로 ‘지식의 대가’가 되는 게 아니라, 남보다 독서를 한 만큼의 지식이 쌓여 어떤 일이든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최재천 교수님과 장태순 교수님 대담 모습
이어서 사회자인 덕성여대 철학과 장태순 교수님과의 대담, 관객 및 유튜브 시청자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었음에도 현장에 계신 관객, 유튜브 시청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뜨거웠던 <제1회 인간과 문화> 포럼 중계 영상은 인문360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2022 인문포럼 <제1회 인간과 문화>
변화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란?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
2022-11-21
ㅣ변화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란?
2022년 <인문360˚> 인문 포럼 PART 1은 ‘5년 후, 우리의 삶’이라는 대주제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는 숨 가쁘게 변해가는 과학기술‧국제정세‧기후환경의 물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여유도, 자신을 성찰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먼 미래를 조망할 시각은 더더욱 없었고요. 그래서 올해 <인문360˚> 인문 포럼에서는 ‘5년 후, 우리의 삶’을 그려보며 네 분의 연사를 모시고 ‘지금, 여기’를 논해보고자 했습니다. 5년 후라는 가까운 미래를 설정해 적절한 거리 감각으로 지금 우리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가늠하기 위함입니다.
PART 1은 ‘5년 후, 우리의 삶’이라는 대주제 아래 ‘변화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란?’, ‘미래사회 공존을 위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물리학자의 미래준비법은?’, ‘뇌와 AI 합체가 가능할까?’ 등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2022년 9월 21일(수)에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변화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란?’을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셨는데요. 먼저, 강연이 열린 화사한 무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강연을 기다리는 청중들의 모습을 한번 볼까요?
강연 전 무대 사진 강연 시작 전 청중 모습
드디어 등장한 오늘의 연사 최재천 교수님.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시며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이시고,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운영하시는 유튜버이기도 하시죠. 최재천 교수님은 중고등학교 시절 ‘시인 최재천’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백일장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문과적 재능이 있었지만 이과로 진학해야만 했던 개인사. 어머니가 사주신 문학 전집을 탐독했던 유소년 시절. 문학 전집에서 운명처럼 마주한 솔제니친의 수필 ‘모닥불과 개미’ 이야기. 선생님 때문에 ‘동물학과’에 진학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가게 된 삶의 여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들려주셨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강연 모습
미국 유학 시절에는 ‘Sociobiology’라는 학문을 만나게 되는데, 『Sociobiology』를 쓴 하버드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에게 직접 편지를 써 그분의 제자로서 하버드에 들어가게 된 일화도 들려주셨죠. 이후 미시건대, 서울대, 이화여대에서 교수를 역임하셨는데 그때마다 연구실 이름을 ‘Laboratory of Behavior and Ecology’라고 똑같이 달고, 학생들을 가르친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원래 최재천 교수님의 전공 분야는 ‘열대’였다고 해요. 하지만 ‘동물학’ 분야가 열악한 한국 상황에서 이 분야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 연구를 접고 제자들의 연구를 뒷바라지하셨다고 합니다. 원래 ‘동물학’ 분야 교수들은 평생 한 동물만 연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최재천 교수님은 제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이 동물 저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자, 이런 비아냥도 받으셨다죠. “너는 동물원장이냐?” 그때는 제자들이 좀 미워지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최재천 교수님 강연 모습
이런 과정은 훗날 자연과학 분야 백과사전 작업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총괄 편집장을 맡게 되는 배경이 됩니다. 바로 “너는 동물원장이냐?”고 놀렸던 친구들이 최재천 교수만큼 총괄 편집장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추천했다고 해요. 참 놀라운 이야기죠?
최재천 교수님이 제작에 참여한 백과사전
최재천 교수님이 살아온 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린 시절에 읽은 책과 여러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어떻게 한 명의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어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최재천 교수님은 ‘통섭형 인재’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한 분야에 매몰될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만 이 긴 인생에서 무난하게 직업을 얻는다.”는 이야기였죠. 우리에게는 20대 초반 학생만 가르치는 대학을 넘어 30대부터 70대까지 가르치는 대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곁쇠 교육(Master Key Education)’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하버드, 예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과 이름도 안 바꾸고 셰익스피어, <일리아드>, 기초과학만 가르친다는 거죠. 우리나라 대학들은 ‘독어독문학과’를 ‘독일문화융합서비스학과’라는 식으로 바꾸며 급변하는 세상에 맞춘 교육을 하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이 대학들은 4차산업혁명을 진짜 몰라서 이런 교육을 하는 걸까요?
여기서 최 교수님은 ‘마스터키’를 빗대어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열쇠는 뼈대가 중요한 거지, 톱니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한 문에만 들어맞게 만든 것이 열쇠의 톱니인데, 그 톱니를 다 제거하면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된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님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학생들에게 기초 학문을 가르치는 것은 곧, ‘마스터키’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본 것이죠. 세계 최고 대학들의 ‘곁쇠 교육’에 비추어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어떤 교육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은 문제 제기를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 지식의 영토를 늘려가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뜻밖에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그 과정에서 배양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책 읽기로 ‘지식의 대가’가 되는 게 아니라, 남보다 독서를 한 만큼의 지식이 쌓여 어떤 일이든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최재천 교수님과 장태순 교수님 대담 모습
이어서 사회자인 덕성여대 철학과 장태순 교수님과의 대담, 관객 및 유튜브 시청자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었음에도 현장에 계신 관객, 유튜브 시청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뜨거웠던 <제1회 인간과 문화> 포럼 중계 영상은 인문360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사 추천도서 ◆
위부터 『최재천의 공부』, 『과학자의 서재』, 『대담』,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학교 내부자들』 (이미지 출처: 알라딘)
①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안희경 지음, 김영사, 2002
동물과 인간을 깊이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에 관한 생각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② 『과학자의 서재』, 최재천 지음, 움직이는서재, 2015
최재천 교수의 성장기를 시간 순으로 짚어보며 선택의 순간에 이정표 역할을 한 의미 있는 책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책입니다.
③ 『대담』, 도정일•최재천 지음, 휴머니스트, 2015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서로 소통하며 융합과 통섭을 이야기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인문학자 도정일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의 2005년 대담을 담은 10주년 기념판입니다.
④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지음, 다산에듀, 2014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서울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경종을 울리고, 한국의 교육 문화 전체를 점검해보고자 제안하는 책입니다.
⑤ 『학교 내부자들』, 박순걸 지음, 에듀니티, 2018
현직 초등학교 교감인 저자가 21세기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민주적 요소들을 내부고발자의 심정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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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포럼 연사 추천도서
2022 인문포럼 <제2회 인간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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