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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나의 첫 번째 영화 : 쉘부르의 우산

2015-11-27

나의 첫 번째 영화

쉘부르의 우산

 

아름다운 주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는 쉘부르의 우산가게에서 엄마의 일을 돕는다.

▲ 아름다운 주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는 쉘부르의 우산가게에서 엄마의 일을 돕는다.


아름다운 색채의 뮤지컬 영화인 쉘부르의 우산 OST 재킷. 사랑은 멈추었지만, 젊은 연인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여전히 현존한다.

▲ 아름다운 색채의 뮤지컬 영화인 쉘부르의 우산 OST 재킷.

 

사랑은 멈추었지만, 젊은 연인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여전히 현존한다.

 

«쉘부르의 우산»은 알제리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소도시의 우산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건 아마도 열살 즈음. 엄마는 옷을 고치거나 만드는 일을 했고 엄마가 없을 때면 나는 가게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곤 했다. 때때로 옷을 찾아가기로 한 어떤 손님은 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개 갇혀 있는 내부의 작은 공간에서 바라본 바깥의 세상이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쉘부르의 우산» OST 음반을 매일 같이 들었다.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르는 시간 동안은 현실의 세계에 미지의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색채가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지점에서 나는, 나의 영화를 시작하기를 꿈꾸었던 조숙한 아이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은 결국 왜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걸까?

▲ 미래를 약속했던 두 연인은 눈 오는 쉘부르의 겨울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은 결국 왜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걸까? 눈이 오는 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주인과 손님으로 재회한 연인은 큰 놀라움도 없이 담담한 자세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헤어진다. 사실 여인은 남자가 전쟁에서 죽었다고 믿은 채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남자는 돌아와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이었다.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을 통해 낳은 아이에게, 서로가 연인이었던 시절 아이를 낳으면 계획했던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것이 그들이 사랑을 떠나 보내며 동시에 사랑을 자기 안에 존속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말을 보면서 영사 사고가 난 것이라 믿었다.

오래도록 영화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이상하게 영화는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이후의 감정을 불러올 수 있도록 언제나 보았던 모든 이야기를 기억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법을 알지 못했다. 또 그때의 영화란 건 쉽게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남은 전부였다. 그것은 다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해야만 했으며, 모든 기억과 그 이미지들이 얼마간의 부재로 채워져 있음을 의미한다. 아날로그의 마지막 시대. 모든 기억이 언제나 재생 가능하고 그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마저 늘일 수 있기에 이미지에 대한 절박함이 사라졌다 말할 수 있는 지금과는 좀 다른 이야기이다.

 

기다림의 마지막 날에 사랑은 왜 스스로를 단념하는 걸까.

사랑이 종결될 때, 그 사랑은 모두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다시 만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질문은 마음에 남았다. 내가 기억하던 영화는 나의 영화였고, 이후에 나는 몇 번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곳에서 그 영화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그곳으로 되돌아간다. 부재하는 기억의 장소. 그러나 기억이 보존되는 장소로서의 영화.

 

이제 실제의 배우들은 늙고 감독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날 그 거리의 연인은 사라졌는가? 영화를 기억하는 우리는 그들의 사랑이 한때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대신' 기억한다. 나는 영화 속에 그들 사랑의 거처가 있으며 그것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영원하다고 믿었다. 나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나의 처음이자 유일한 어떤 영화에 관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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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제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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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필자 준

작가. 에세이스트. 네시이십분 팟캐스트 제작자.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네시이십분 팟캐스트 라디오를 제작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 분야의 의미있는 책과 그 작가들을 소개해왔다. 라디오라는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예술가들과 독자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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