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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연애를 갈망하는가

각자도생의 삶의 해결책, 연애

정지우

2018-07-13

세상은 바야흐로 연애의 시대가 되었다. 당장 시내를 걷다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연애하는 자들을 위한 공간처럼 보인다. 시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랑 노래들, 어느 골목에 들어서든 늘어서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 아름다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연인이 가기 좋은 온갖 방들, 영화관, 또한 최근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샵 등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곳은 ‘데이트 공간’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공간을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방문할 때도 있겠지만, 아름답고 분위기 좋은 공간일수록, 언젠가 ‘애인과 함께’ 꼭 오겠다는 다짐이 뇌리를 스쳐간다.



전시 욕구의 충족


실제로 연애에 관한 빅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연애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트’다. SNS의 성행과 더불어 삶은 전시해야만 충족되는 무엇이 되었다. 이전에는 그렇게까지 강렬하진 않았던 ‘전시욕망’이 우리 안에서 급격히 깨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자기 삶을 전시할 때, 예쁘고 아름다운 공간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더불어 그러한 전시요소에 ‘사랑’이 더해진다면, 더욱 분위기 있고 매력적인 전시가 된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애인이 생기면, 부지런히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SNS를 하는 데 몰두하며 기쁨과 충족감을 얻는다. 애인은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게 하며 우리에게 분위기 있는 ‘전시 이미지’를 갖추게 해준다. 조사 결과에서 ‘타인 의식’이 연애의 중요한 이유로 상위랭크를 차지하고 있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셀카 찍는 커플

ⓒ Photo by Duri from Mocup on Unsplash


결국 연애에 대한 갈망에서, ‘이미지에 대한 욕망’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상당부분, 우리가 소비하고자 하는 대상들을 향해 있다. 이 사회가 소비를 통해 우리를 유토피아로 초대하는 소비사회라면, 우리 소비자들은 ‘연애’를 통해 그러한 소비의 세계로 온전히 들어갈 수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뜨는 거리의 핫한 카페를 찾고, 독특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유행하는 영화를 보고, 루프탑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SNS에 하루의 이야기를 공유할 때, 우리의 마음은 가장 안정적으로 충족된다.


[그래프] 연애를 하는 이유- 데이트 5,719,481/결혼 3,018,736/정서적 만족 1,253,338/타인의식 1,186,356/성적욕구충족 130,609

▲ 연애를 하는 이유



각자도생의 위안


빅데이터 조사에서, 연애를 하고자 하는 이유로 두 번째가 결혼’, 세 번째가 정서적 만족’인 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연애의 이유가 ‘결혼’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나아가 결혼이 ‘인연’과 관련된 연관어에서도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결혼에 쏠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연애의 이유가 일차적으로는 어떤 소비 이미지에 대한 열망이라면, 그를 넘어서자마자 곧바로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로 수렴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흔히 ‘휘발적인 연애’가 유행하며, 사랑조차 가벼워진 시대라고 혀를 차는 담론가들의 진단에 어떤 착각이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러한 종류의 사랑도 한편에서는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지향에서,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연애관 혹은 결혼관처럼, 근래의 ‘현대인’도 정서적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사회적인 약속을 통해서 오랫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줄 관계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 봤을 때는 개인주의적인 문화 아래 무척이나 자유로운 삶을 영유하고 있는 듯 보이는 현대인이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즉, 우리 현대인은 집단주의적인 문화와 전통적인 공동체에 벗어나면서,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주변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이고도 자유로운 개별적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 자유의 다른 이름인 불안 역시 우리 안에 팽배해가는 것이 자명하다.


공고했던 집단주의가 해체되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개별적인 삶을 살아가는 ‘각자도생’의 라이프스타일에 속하게 되었다. 이제 각자의 삶은 이웃공동체나 가족집단 등에 의해 비호 받기 보다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되었다. 더군다나 극심한 경쟁 사회 속에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곁에 있던 이들이 열등감과 박탈감, 시기질투를 조장해가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그 모든 걸 넘어서 자신을 지켜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결혼은 관습과 통념에 의해 나이가 차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와 같은 삶의 조건 안에서 절실히 갈망하는 그 무엇이 된 것이다.


고독과 박탈감, 소외의 시대에 연애는 우리를 이 세계에 안착시켜 줄 통로로 상징된다. 우리는 그 통로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영속하는 어떤 관계 속으로 진입하길 바란다. 나와 당신이 서로를 지켜주기를, 그러한 보호막이 이 불안한 삶을 견디게 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연애는 우리 시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연애시대의 이면


온 세상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연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건 아니다. 빅데이터 조사 결과에서는,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단순한 연애 대상의 부재 외에 연애에 대한 ‘부정적 경험’과 ‘두려움’, ‘부담감’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연애가 각자도생의 삶의 해결책이 되어주고, 우리가 갈망하는 ‘이미지’로 데려다 주리라는 기대가 자주 배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프]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연애 대상 부재 54,207/부정적 경험 51,549/이별의 두려움 31,942/ 불필요함 17,666/ 관계의 부담감 6,400

▲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그래프] 이별 관련 주요 담론-이별 당시 남친의 위협이 트라우마가 된 기억 회고/연애하지 못하는 이유 '이별의 두려움' 제시/이별 후 여성에 대한 보복사건에 대한 분노/헤어진 여친을 폭행한 남성BJ 비난 확산/ 헤어진 남친의 스토킹 사연 확산/헤어진 여친 대상의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 제기

▲ 이별 관련 주요 담론


특히, 2018년 이별과 관련된 주요한 담론들이 대부분 데이트폭력, 스토킹, 보복, 위협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은 ‘연애의 위험’이 그 기대 못지않다는 걸 보여준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어, 서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이 시대가 제시하는 최고의 쾌락에까지 도달하는 일이 그 자체로 하나의 도박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더군다나 손쉽게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은 날이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홀로 누릴 수 있는 여행, 외식, 카페에서의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는 방식들이 계발되면서, 연애라는 관계에서 오는 부담, 두려움 등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도 심화된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

ⓒ Photo by Bino Storyteller on Unsplash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을 인정하더라도, 연애 자체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보긴 어렵다. 조사 결과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의 가장 큰 이유가 ‘연애대상의 부재’이고, 단순히 연애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소수인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여전히 연애에 ‘도달’하기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은 우리의 시대가 부추기는 이미지를 지시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처한 불안에서 벗어나 도착하길 바라는 어느 곳을 가리키고 있다.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갈망이 언제나 도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저 화려한 이미지들은 어느덧 우리에게 왔다가, 흔적 없이 날아가 버리곤 한다. 해소되리라 믿었던 불안은 누가 곁에 있든 평생을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연애가 온 세상을 뒤덮은 듯 우리를 유혹하지만, 진정한 관계는 우리가 손쉽게 바라보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성급한 갈망을 따라나서는 길에서야말로, 우리는 가장 주의 깊은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관계를 쌓아내는 일의 끝에는, 정말로 우리가 바라던 ‘그곳’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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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기간 : 2017.01.01~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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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자료 제공 : 타파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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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지우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작가. 대학생 때 처음 쓴 『청춘인문학』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고전에 기대는 시간』 등의 책을 출간했다. 몇몇 책 방송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KBS1 라디오 '생생매거진'의 <정지우의 세상속으로>를 진행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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