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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소셜클럽 : 격조와 품격을 갖춘 부(富)와 나눔

진종훈

2017-06-27

격조와 품격을 갖춘 부(富)와 나눔


앤드류 카네기의 명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인생의 첫 1/3은 가능한 많이 배운다. 나머지 1/3은 가능한 많은 돈을 번다. 마지막 1/3은 이렇게 번 돈을 모두 대의에 쓴다.”
  
그저 미국 갑부의 팔자좋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를 쉽게 볼 것이 아닌 게, 앤드류 카네기는 이 세상에 없어도 그의 박애정신과 나눔은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부의 축적 방식이 어떻든 말이다. 부의 축적 방식이 나쁘더라도 그 부를 사용하는 방법이 사회에 좋게 작용한다면, 그 방식도 이 사회에 반하지 않게 변화하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카네기가 『부의 복음』을 출판한 1889년부터 시작해 워런 버핏이 ‘빌 앤드 멜린다’ 재단에 310억 달러를 기부한 2006년에 정점에 달한 나눔의 방식이 지금도 빌 게이츠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많은 미국 부자들은 그들이 속하고 부를 축적하게 된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앤드류 카네기(1835-1919) 사진

▲ 앤드류 카네기(1835-1919)


미국의 부자들은 왜 이렇게 나눔에 열심인 것일까? 그것은 인정욕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철강 사업의 왕, 카네기는 이런 말을 했다.

   “부유한 사람은 필요한 것 이상의 수입을 공동체의 선을 위해 쓰여야 할 신탁자금으로 간주해야 한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통장에 많은 돈을 남기고 죽는 것처럼 치욕적인 인생은 없다.”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 카네기가 지은 공공도서관이 3,000개, 교회에 기증한 파이프 오르간이 7,000대, 그리고 카네기 멜론 대학의 전신인 카네기 과학연구원과 기술원을 설립했으며, 시카고 대학 등 12개 종합대학과 12개 단과대학을 지어 사회에 기증했다. 자신이 모은 재산의 90%에 달하는 3억 6,500만 달러를 사회에 기부하여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카네기의 가르침이 가장 필요한 이들은 부의 대물림을 위해 범법도 서슴지 않는 한국의 재벌들인 것 같다. 재벌에만 국한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시민의 70% 이상이 자선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나눔에 얼마나 냉소적인가. 미국의 부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또 그것을 나눔으로써 ‘인정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미국부자들의 인정욕구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것 아닐까.


기부통에 돈 넣는 모습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을 찾아본다면, 명부(名富)의 격조와 품격을 갖춘 경주 최부자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 것’이라는 가훈을 통해, 최부자가 부를 형성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도덕적이고 정당했음을 알 수 있다. 흉년이나 자연재해 등 어려운 때는 싼 값으로 땅을 팔려고 내어 놓은 사람이 많으므로 재산 증식을 위한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최부자는 이러한 어려운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재산을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흉년이 들었을 때는 곳간을 열어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데 나섰다. 오늘날의 천민적 기업정신과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논에 있는 벼 사진

 

재산 증식은 사회 전체에 공유된 가치에 의한 평가를 통해 자신의 행동 또는 자신이 생존할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다. 즉 사회적 기대나 가치규범에 부응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며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부자가 부의 축적에서 남의 불행을 악용하지 않은 것은 사회와 유리된 부의 축적은 오래지 않아 무너져 부의 지속이 불가능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 기업 경영에서 자본 축적의 정당성이 지속 가능한 경영에 중요한 요소임을 최부자의 도덕적인 부 축적 사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적정 이윤의 추구와 재산 증식의 정당성에 있어서 사회적 도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최부자의 ‘재산은 만 석이상 모으지 말 것’ ‘흉년 기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 것’이라는 가훈은 현대 기업경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제논리이다. 하지만 최부자의 가훈은 기업 유지활동의 인식과 지향점을 나타내며, 참다운 부자는 욕심을 자제할 줄 알고 상대가 어려울 때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가치를 보여준다.


지폐

 

재벌에 대해 한국인은 부러움과 미움의 감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는 재벌에 대해 부러움을 가지고 있지만 미움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들은 부자들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나눔이나 자선사업 등을 통해 부의 사회적 분배를 실현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부자가 만 석 이상 모으지 말고 흉년에 재산을 늘리지 말라고 한 것은 부의 척도였던 농지 소유에 있어서 올바른 부 축적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확립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현대 사회는 자본이 부의 측정 기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부자의 부 축적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지금 시대에 맞게 적용되어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현대 기업의 자본 축적 과정에서 도덕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속가능성 역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이뤄낸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형성된 한국 자본주의에서 부(富)는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며, 부를 이루게 한 바탕인 사회를 외면하고 나누지 않는다면 ‘부는 삼 대 이상 전해지기 힘들다’는 ‘부불삼대(富不三代)’를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한국의 재벌들이 단순히 자본의 축적만으로 부의 전승과 계승을 이루지 말고, 나눔과 공유를 통하여 격조와 품격을 갖춘 재벌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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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진종훈
진종훈

문화마케팅(경영학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콘텐츠사업 부문 전문위원으로 있다.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 활용과 융합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성공하는 문화마케팅을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케팅을 위한 패션쇼 기획과 지역문화축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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