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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밥] 메이플 타피

문인혁

2015-12-30

우리 엄마밥 '엄마'와 '엄마 음식'에 관한 소소(小笑)한 이야기

메이플 타피


메이플 타피

▲ 메이플 타피


눈이 내리면 밖으로 뛰쳐나갔다. 엄마는 내가 눈에 이끌리는 것처럼 나를 쫓아 나왔다. 엄마의 손에는 늘 장갑과 목도리 그리고 귀마개가 들려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늘 따라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엄마를 기다렸다가 뭉친 눈을 던지거나 나무를 털어 엄마 머리 위로 눈을 떨어트렸다. 눈 오는 날의 풍경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눈을 너무 좋아했었기 때문인지 어느 날 나는 일 년의 절반이상은 눈이 내리는 캐나다 북부로 가게 되었다. 중학생이 막 됐을 무렵이었다. 그곳에서도 눈이 내렸다. 많이 내렸다. 늦어도 10월말이면 첫눈이 왔다. 눈이 내리면 장갑을 들고 밖으로 나가야했던 엄마처럼 그곳에서도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스스로 옷을 잘 챙겨 입은 후였다. 밖은 따뜻한 홈스테이 집안만큼이나 추웠다. 그 거리에는 나처럼 혼자 나온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엄마에게 눈을 던졌듯이 그 아이들에게 뭉친 눈을 던졌다. 우리는 곧잘 눈사람도 만들었다. 안개가 낀 것처럼 눈이 많이 오던 날 우리 중에서 눈에 대해 가장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 아이가 펄펄 끓인 메이플 시럽을 주전자에 담아왔다. 아이는 자동차 보닛 위에 눈을 평평하게 폈다. 그리고는 주전자를 기울여 메이플 시럽을 길게 일자로 부었다. 아이 주머니에서 다 먹고 모아둔 아이스크림 나무 막대가 나왔다. 굳기 시작한 시럽 끝부분에 막대를 대고 돌리자 시럽이 솜사탕처럼 돌돌 말렸다. 우리에게 돌돌말린 시럽을 자신 있게 보여주었다. 아이는 내리는 눈을 시럽에 묻혀 먹었다. 사탕의 이름이 메이플 타피라고 알려주면서 우리에게도 해보라고 했다. 돌돌말린 타피는 달고 짰다. 그 후로도 자주 우리는 메이플 타피를 해먹었다. 얼마 후 폭설처럼 IMF가 터졌다. 나는 메이플 시럽 한통을 들고 귀국했다. 고1이 되던 해였다. 한국에 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쩐지 눈이 와도 더는 기쁘지 않았다. 엄마도 더는 장갑을 들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입맛이 없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엄마는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화분처럼 같은 자리에 앉아 한숨을 쉬거나 티브이를 봤다. 나는 책상에 앉아 연필을 돌리는 것 말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시 안개처럼 눈이 내렸다. 입맛이 돌리 없는 상을 물리고 주전자에 메이플 시럽을 끓였다. 한손에는 시럽이 담긴 주전자를 다른 손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춥다고 했다. 그 아이가 알려준 대로 보닛 위에 눈을 정리하고 메이플 시럽을 따랐다. 막대에 만 메이플 타피를 엄마에게 건넸다.

 

“엄마 울면서 먹으면 짜. 눈에 찍어 먹어."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눈이 오면 종종 메이플 시럽을 끓였다. 타피는 간혹 짰다.


메이플 타피 만드는법

 

끓인 메이플 시럽을 붓는다


시럽을 평평하게 만든다

 

1. 메이플 시럽을 끓인다.

2. 눈을 평평하게 만든다.

3. 시럽을 눈 위에 뿌린다.

4. 막대로 돌돌 말아 눈에 찍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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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문인혁
문인혁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이다. 메리어트 나이아가라 폴스 뷰 세컨 셰프로 일하였으나, 학업을 위해 잠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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