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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가 머무는 공간

아카이빙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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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미래를 만든다

아카이브를 통해 확장되고 재창조되는 기억

리들리 스코트의 걸작 SF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의 정체성이 기억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맞다. 인간은 과거를 통하여 규정된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심층 속으로 깊이 묻어버린 지워진 기억들까지 포함하여.

하지만 기억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왕가위의 걸작 무협영화 <동사서독>에 나오는 ‘취생몽사’라는 술은 과거를 잊기 위한 술이다. 사전적 의미는 ‘취하여 자는 동안 꿈속에서 살고 죽는 것’이지만 동사와 서독 등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들에게 기억은 곧 저주다.

영광의 순간들은 당연히 기억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유실되고 변형된다. 사람마다 기억이 달라진다.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은, 다시 꺼내서 나의 기억들과 대조해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나만의 기억이 아니라 공통의 기억을 역사로 보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고통도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우리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모든 것의 기록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 아카이브는 더욱 중요해졌다.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순간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아카이브는 보존의 목적으로 사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예술 창작의 주요 데이터로, 과거를 현재와 매개하는 미디어로 활용되고 있다. 기억은 아카이브를 통해서 확장되고 재창조되는 것이다.

*'사유가 머무는 공간'은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열아홉 번째 테마로, 기록의 인간(호모 비블로스 Homo Biblo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