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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 어찌해야 할까요? (feat. 소크라테스)

-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

안광복

2022-12-06

소크라테스는 언제나 호의와 호기심이 디폴트(default) 상태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상대가 저런 이상한 생각을 그냥 할 리가 없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야.”

그는 항상 이런 심정으로 물음을 던졌습니다.

여기에는 상대의 생각을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묻어 있지요.

나아가, 혹시 상대방 주장에 오류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 그이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 또한 담겨 있어요.

 

 

 

Q. 요새 ‘절친’을 만나는 일이 스트레스예요. 얼굴 보려고 겨우 시간을 냈는데, 친구는 저보다 SNS가 우선인 듯해요. 문자나 톡 알림이 오면 스마트폰 화면에 하염없이 빠져드니까요. 제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 킥킥 웃거나 인상까지 써요. 이럴 때마다 저는 무척 서운합니다. 물론, 기분 나쁘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때뿐인걸요? 친구는 저보다 스마트폰이 좋은 듯싶습니다. 매번 상처받는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스마트폰 중독

스마트폰 중독


 

 

 

A. 호의와 호기심으로 관계를 가꾸셔야 합니다.

 

 

자동적 주의와 자발적 주의

당신의 속상한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누군가 약속 자리에서 나를 제쳐놓고 다른 사람과만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보세요.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거잖아요? 친구분의 행동도 이런 무례한 짓과 다를 바 없어요. 당신이 불쾌할 만합니다. 하지만 친구분이 당신을 일부러 무시하는 것같이 보이지는 않는데요, 아마도 스마트폰이 강하게 마음을 끌기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듯싶습니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친구분의 주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을까요? 먼저 그 이유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더 이상 화면에 매달리지 않고 나에게 시선을 줄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인지 심리학자들은 집중력을 ‘자동적 주의(automatic attention)’와 ‘자발적 주의(voluntary attention)’로 나눈다고 해요. 자동적 주의란 애쓰지 않아도 관심이 절로 쏠리는 상태입니다. 재밌는 연예 프로그램을 볼 때, 귀여운 강아지를 봤을 때 등등을 떠올려 보세요. 스마트폰 역시 자동적 주의를 일으킵니다. 온갖 자극과 효과로 우리 마음을 빨아들이니까요.

 

한편, 자발적 주의는 애써 정신을 모아 집중하는 상태를 일컬어요. 수학 문제를 풀 때, 수업 설명을 따라갈 때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관계 꾸리기는 어떨까요? 여기에도 자발적 주의력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딴생각에 빠진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보세요. 사실, ‘듣기’에는 꽤 많은 공력이 들어갑니다. 논리를 따라가고 감정을 읽으며 상대편 마음까지 짚어보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스마트폰의 재밋거리를 볼 때는 이런 노력이 필요 없어요. 온갖 콘텐츠들은 ‘자동적으로’ 우리의 주의를 끌게끔 만들어진 까닭입니다.

 

문제는 자발적 주의를 자주 쓰지 않으면 자동적 주의를 끄는 것들에 더 쉽게 이끌리게 된다는 점이에요.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듯, 주의력도 끊임없이 훈련하고 다듬어야 하지요. 짐작건대, 친구분은 정신의 근력이 꽤 많이 약해진 상태이실 겁니다. 오랜만에 만난 벗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에 빠져들 지경이라면 말이지요. 아마도 잠깐 검색하려 PC 앞에 앉았다가, 흥미 가는 데로 이것저것 클릭하며 한나절을 보내는 경우도 많으실걸요? 이런 장면이 거듭될수록 우정을 가꾸는 일 또한 점점 힘들어집니다. 관계를 꾸리는 데는 자발적 주의력이 꽤 많이 필요하니까요. SNS에 익숙해질수록 ‘실친(실제 친구)’들은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겠지요.

 

 

끝까지 좋은 친구로 남아라

그렇다면 당신은 이 친구분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술과 마약에 찌들어 중독된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에게 해로우니 멀리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년 ~ 322년)에 따르면, “친구는 나의 작품”이니까요.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는 주변 친구분들을 보면 알아요. 주변 분들이 그대와 친해지면서 좋게 거듭나고 있는지요? 그러면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당신과 가까워질수록 약삭빠르고 거칠어진다면요? 당신의 처신 또한 썩 좋다고 하긴 어렵겠지요.

 

인터넷 관계망에서는 화려하게 자기를 뽐내서 많은 ‘좋아요’로 받고픈 욕망들이 넘쳐납니다. 과시욕과 인정욕구가 타오르는 모양새이지요. 이 두 가지 욕구는 우리를 ‘관계중독’에 빠뜨리곤 합니다. 더 멋지게 보여서 더 많이 사랑받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을 일깨우니까요. 친구분 역시 아마도 SNS에서 흔한 ‘관계중독’에 빠져버린 듯싶습니다.

 

 

친구

친구

 

 

그분을 중독 상태에서 구해낼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당신입니다! 그대가 진정한 벗이라면, 당신의 우정이 진실하다면 끝까지 ‘좋은 친구’로 곁을 지켜주세요. 친구분이 자기 앞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정상적으로’ 관계를 꾸려가는 능력을 다시 키우도록 이끌어주셔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빼앗긴 벗의 마음을 되찾아 “친구를 당신의 작품”으로 만들어보세요! 제가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드릴게요.

 

 

호의와 호기심으로 대하라

저는 당신이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69~399)처럼 관계를 꾸렸으면 좋겠어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교계의 제왕’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친구가 무척 많았으니까요. 재벌 같은 친구들, 연예인같이 잘생긴 젊은이들, 길거리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꼰대’가 아니었어요. 꼰대는 자기가 하고픈 말만 하지요.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반면, 대화의 달인은 자기보다 상대방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지요. 이들은 ‘호의와 호기심’이 몸에 배어 있는데요, 소크라테스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오롯하게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일 줄 알았어요. 무엇보다 상대의 장점을 크게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을 조심스레 물었지요. 나는 부족하고 잘 모른다. 그러니 그대가 잘 알고 있는, 남다른 점을 나에게 잘 설명해달라고 하는 식으로요. 상대는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놓습니다. 예컨대, 소크라테스는 라케스라는 용맹한 장군에게 “용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습니다. 너무나 신실해서 자기 아버지조차 불경죄로 고발한 에우티프론이라는 젊은이에게는 “경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도록 이끌고요. 현실 정치에 관심 많은 열혈 청년 트라시마코스에게는 “정의란 힘센 자의 것인가?”라고 되물었지요.

 

이렇듯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게끔 대화를 이끌 줄 알았습니다. 상대의 과시욕과 인정욕구에 불을 붙이는 셈이지요. 상대방은 SNS에서 자기의 잘난 모습을 뽐내서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어진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요.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대화라는 무대의 주연배우로 만듭니다. 온전히 모든 관심을 상대방 혼자 누리도록 이끌지요. 이를 위해 자신은 철저하게 낮춥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상대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충고해달라고 부탁하지요. 사랑받고 싶은 갈망, 인정받고 싶은 소망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소크라테스가 이러한 깊은 욕망을 일깨우기에 상대방 역시 대화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입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관계를 가꾸라 

소크라테스는 아부꾼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대화는 결국 뼈있는 깨달음으로 끝을 맺곤 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 무엇도 가르치지 않았어요. 이야기 가운데서 상대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을 뿐이에요. 소크라테스는 언제나 호의와 호기심이 디폴트(default) 상태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상대가 저런 이상한 생각을 그냥 할 리가 없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야.” 그는 항상 이런 심정으로 물음을 던졌습니다. 여기에는 상대의 생각을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묻어 있지요. 나아가, 혹시 상대방 주장에 오류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 그이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 또한 담겨 있어요. 호의가 튼실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대화

대화


 

이제 저는 당신께 여쭈어보고 싶어요. 당신 친구분은 자신의 어떤 점을 인정받고 싶어 하나요? 그이는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어 하나요? 섭섭함을 내려놓고 호의와 호기심으로, 자발적 주의력을 모아서 상대의 인정욕구와 관심사를 찬찬히 살펴보세요. 당신의 노력으로 친구분이 자기 이야기를 공들여 펼쳐놓도록 만들어보세요. 이럴수록 그분의 자발적 주의력 역시 다시 강해질 겁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마땅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하루아침에 친구분이 달라지지는 않겠지요.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가듯, 당신의 자발적 주의력을 연습한다는 심정으로 상대방을 대해보세요. 끝까지 호의와 호기심을 내려놓지 마시고요. 진실한 우정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리 잡는답니다. 잘 해내시리라 믿어요. 당신을 응원합니다. 홧팅!!!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


왼쪽부터 『소크라테스 회상』 (출처: 알라딘), 『주의력 연습』 (출처: 알라딘), 『굿윌헌팅』 (출처: 네이버 영화)

왼쪽부터 『소크라테스 회상』 (출처: 알라딘), 『주의력 연습』 (출처: 알라딘), 『굿윌헌팅』 (출처: 네이버 영화)



①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지음, 아카넷, 2021

소크라테스의 친구였던 장군 크세노폰이 남긴 기록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유머 감각, 지혜 등이 잘 담겨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같은 인격과 성품을 갖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② 『주의력 연습』, 아미시 자 지음, 어크로스, 2022

본문에서 소개했던 자동적 주의와 자발적 주의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책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을 친절하게 소개해줍니다. 감정을 다스리며 주의력을 모으는 꾸준한 훈련은 관계를 잘 가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③ 『굿윌헌팅』, 구스 반 산트 감독, 맷 데이먼 주연, 1997

상처받은 청년을 마음을 다독여 수학 천재로 거듭나게 하는 과정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관계를 풀어가며 사람을 바로 세우는 데 얼마나 힘들고 긴 노력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MZ 세대와 함께 하는 철학 카페] 스마트폰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 어찌해야 할까요? (feat. 소크라테스)

- 지난 글: [MZ 세대와 함께 하는 철학 카페]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 힘든가요 (feat.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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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안광복

철학 교사. 인문360° 기획위원
중동고 철학 교사, 철학 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상 속에서 강연과 집필, 철학 상담 등을 통해 철학함을 펼치는 임상(臨床)철학자이기도 하다.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도서관 옆 철학 카페』,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철학 역사를 만나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열일곱 살의 인생론』,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철학으로 휴식하라』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등의 책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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