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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가요’ -
김연수
- 당신은 어떤‘가요’ -
그 노래는 옥상에서 만든 노래였다. 호랑이의 눈빛은 서쪽 전망대 쪽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뜻했다. 노을은 섬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철거가 예정된 풍력발전기 사이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섬의 여름은 끈덕지다. 구월이 지나도 한없이 늘...
- 당신은 어떤‘가요’ -
정지아
- 당신은 어떤‘가요’ -
어느 날인가, 폭설이 쏟아졌다. 밤 까는 소리 아래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가 BGM으로 깔리는 밤이었다. 나는 눈에 홀려 밖으로 나갔다. 옷도 변변치 않던 시절, 살갗이 에이도록 밤공기가 차가웠지만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공간을 가득 메운 하얀 눈발 아...
- 당신은 어떤‘가요’ -
백가흠
- 당신은 어떤‘가요’ -
요즘 음악은 비주얼과 비트, 반복되는 후렴구의 비중이 크고 가사는 찾아 읽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데, 정미조의 노래는 다르니까. 그녀의 노래엔 요즘의 화려한 사운드가 없다. 대신 가수의 목소리와 가사가 있다. 사운드는 가수의 목소리를 침범하지 않...
- 당신은 어떤‘가요’ -
임철우
- 당신은 어떤‘가요’ -
한국인은 노래방에 들어서면 누구나 가수가 된다. 마이크를 쥐자마자 당장 두 눈 지그시 감고 열창을 쏟아내는 그 경이로운 재능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추억의 힘이다. 노래 한 곡, 가사 한 줄, 멜로디 하나마다 각자 이마의 주름만큼씩이나 빼곡하게 새겨진...
- 당신은 어떤‘가요’ -
문태준
- 당신은 어떤‘가요’ -
나는 이 사진이 어머니의 젊은 날의 한때를 가장 밝게, 행복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라면서 가끔 그 사진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 사진에 담긴 어머니의 환한 표정을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기에. 집안은 너무 가난했고, 아버지와 어머니...
- 당신은 어떤'가요' -
박형서
- 당신은 어떤'가요' -
옛날이야기들은 좋은 분과 나쁜 놈이 딱 나뉘어 있는 관계로 맘 편히 듣기만 하면 되었다. 좋은 분은 어차피 좋은 일만 하다가 복을 받고, 나쁜 놈은 끝내 나쁜 짓만 하다가 벌을 받았다. 내 기억으로는..... 프레드 루선스 (출처: 네브라스카주립대학교) 프...
- 당신은 어떤‘가요’ -
임현
- 당신은 어떤‘가요’ -
기타를 배워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음악은 뭐랄까, 오랫동안 저항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왔으니까. 그 무렵,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대놓고 말했다가 담임으로부터 욕을 들은 적도 있었다. 대신 스쿨밴드를 만들어 사회의 부조리...
- 당신은 어떤‘가요’ -
김이설
- 당신은 어떤‘가요’ -
뜨겁지 않은 일상, 정염이 일지 않는 매일, 지루하고 무기력한 하루하루란 얼마나 평온한가. 극적이지 않아서, 희열에 빠지지 않아서, 일희일비하지 않아서 안심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확신. 그 확신이 부여하는 남은 생애에 대한 지리멸렬함은 얼마나 찬...
- 당신은 어떤‘가요’ -
김소연
- 당신은 어떤‘가요’ -
나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엄마가 말을 끊고 조용히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핸드폰의 녹음 버튼을 누른 채로 엄마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있었다. 저절로 엄마의 노래가 녹음이 되었다. 녹음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따라 부르는 것을 하지 ...
- 당신은 어떤‘가요’ -
윤대녕
- 당신은 어떤‘가요’ -
나는 천둥소리를 들은 듯 놀라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자신만의 연주법과 창법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나는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만 울고 싶은 심정이 되어 있었다. 그 깊은 내성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
- 당신은 어떤‘가요’ -
이승우
- 당신은 어떤‘가요’ -
이것을 변덕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변덕은 인간의 조건이다. ‘이 내 몹쓸 심사’가 아니고, 청춘의 죄는 더욱 아니고,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니까 이 인간은 전체의 일부로 소속해 있기만 해서도 안 되고, 홀로 전부인 자로 독립해 있기만 해서도 안 된다. ...
- 당신은 어떤'가요'-
신경숙
- 당신은 어떤'가요'-
옷자락을 꼭 잡고 놓지 않는 나를 돌아다보는 엄마에게 “무서워…”라고 하고 있는데 시계탑 근처에서 기차에서 내리는 새벽 손님들을 위해 식빵 사이에 계란 후라이를 끼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리어카에서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그 새벽에 〈나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