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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리동네 사람의 산책길

익숙한 골목 낯설게 산책하기, 이태원 편

2020-01-02

2019 골목콘서트 네 번째 이야기, 터줏대감이 알려주는 우리동네. '우리동네 사람의 산책길',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11.2(토) 14:00


2017년부터 시작한 TV프로그램<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처음 온 낯선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한국을 새롭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친숙한 일상 공간을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며 산책해보는 경험을 선사하는 독특한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11월 2일 토요일 오후, ‘우리동네 사람의 산책길’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골목콘서트였다. 행사가 열린 장소는 이태원역 4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루프탑 카페 ‘더브라운’이었다. 산책이라는 테마를 생각해볼 때, 한적한 동네 풍경을 떠올렸던 터라 주말 오후 번화한 이태원 한복판에서 열린 골목콘서트가 시작부터 낯설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카페 더브라운 외부 전경


골목콘서트가 열린 카페 더브라운 내부 모습


좌담회를 앞두고 골목콘서트를 기획한 ‘뷰자데’의 이민재 대표가 간단한 소개를 했다.

처음 가 본 장소나 광경이 익숙한 풍경으로 느껴지는 데자뷰의 반대되는 개념인 ‘뷰자데는’ 익숙한 장소가 갑자기 낯설고 생경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민재 대표는 이것을 모토로 일상적인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인사를 전하며, 골목콘서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인사하는 뷰자데 이민재 대표의



우리동네의 궁금한 사람들

첫번째 순서는 ‘우리 동네 궁금한 사람들’이라는 코너로 이태원에서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미햐엘 리히터와 김민경 부부가 함께 하는 좌담회가 진행됐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수요미식회 등 각종 음식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이태원의 대표적인 독일식 레스토랑 겸 베이커리다. 참석자들은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명물인 하드롤 샌드위치와 저먼브레드를 시식하며 흥미로운 눈길로 좌담회를 관람했다.


더베이커스테이블 미샤엘 리히터, 김민경 대표와 함께 하는 좌담회 풍경


좌담회 때 제공됐던 더베이커스테이블의 저먼브레드와 샌드위치


특히 미햐엘 사장은 저먼브레드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들려줬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처음 만들어 준 그 빵을 먹어보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라고 생각했다며, 항상 몸에 좋고 맛있는 빵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겠다는 마음으로 삼대를 이어 베이커리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서 제빵 마이스터(장인)로서의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의 가게는 아침8시부터 저녁9시까지 무려 13시간이나 가게를 연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장님 내외의 따뜻한 철학이 배어 있다. 일찍 출근하지만 꼭 아침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또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이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족들과 맛있는 빵을 함께 먹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 원칙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수요미식회 등 여러 방송 출연을 통해 독일에서 온 손님들도 많아지고, 독일빵을 찾는 한국인들도 많아진 점이 무척 뿌듯하다는 말도 전했다. 특히 독일에서 온 손님 중에는 더 베이커스 테이블의 빵을 한 입 배어 물고 고향의 향수에 젖는 사람들이 많아 그것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태원 골목콘서트의 관객들


두번째로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르완다에서 온 유학생 그레이스 이심웨였다.

한국에는 5년 전부터 유학 중이고, 해방촌에서 산지는 어느덧 3년째가 됐다. 고교시절, 르완다에서 한 한국인 선생님의 영향으로 K-POP이나 한국 드라마 등 한국문화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그녀가 한국으로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르완다에서 온 그레이스의 좌담회


그녀는 또박또박 한국말로 서울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서울 여기저기를 다닐 수 있는 편리한 버스와 지하철을 꼽았고, 한국에 온 초기에는 음식이 안 맞아 무척이나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바로 떡볶이라고 한다. 취미는 노래방 가기인데 노래방에 가면 아이유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 자신을 소개할 때, 자기도 모르게 나이부터 먼저 얘기하는 게 익숙해질 정도가 된 그녀는 벌써 한국인이 다 된 느낌이다.



해방촌에서 저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실래요?

1부에서 만나봤던 그레이스와 함께 그녀가 소개하는 이태원 동네 산책길을 함께 걸어보는 시간도 계속 이어졌다.

붐비는 이태원 골목을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뷰자데’ 라는 앱을 다운 받았다. 사전에 그레이스가 녹음한 오디오가이드를 이정표 삼아 그녀가 즐겨 찾는 장소들을 순서대로 방문했다. 마치 외국인 친구가 옆에서 자랑스럽게 자기 동네의 명소들을 소개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태원 골목콘서트의 걷기 프로그램 모습


과연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동네 산책은 남달랐다. 첫번째로 가본 장소는 다양한 나라의 식자재들로 즐비한 이태원에 위치한 외국인마트였다.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동네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가게라는 이야기에 의아함과 놀람이 교차했다.


이태원 외국인마트를 둘러보는 광경


두번째로 들른 장소는 그레이스가 즐겨 찾는 단골헤어샵 뷰티서플라이였다.

그녀의 추천 이유가 흥미로웠다. 외국인들 머리와 피부에 잘 맞는 헤어나 스킨 제품을 주로 파는 이 가게는 땋은 머리를 하는데 필요한 브레즈를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가게라나. 또 ‘땋은 머리’는 아프리칸이나 아프리칸 아메리칸에게는 머리를 상하지 않게 도와주기도 하며, 일종의 상징적인 헤어스타일이라고 그녀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레이스가 소개해 준 헤어숍 뷰티 서플라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그녀가 살고 있는 해방촌 거리였다. 해방촌은 그녀에게 제2의 고향같은 장소다. 타향에 살며 가끔 외롭고 지칠 때, 그녀는 해방촌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고는 했다. 문득 이방인을 배척하지 않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국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이 곳, 해방촌이 한결 친숙하고 다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해방촌을 걷고 있는 관객들



색다른 관점의 걷기여행

골목 산책을 마치고 더 브라운의 루프탑에서 마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민재 대표는 같은 일상 공간에서도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들, 다양한 관점으로 살아가듯이 인문이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려줬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골목콘서트 <우리동네 사람의 산책길>은 흔히 보이는 일상 공간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관점을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 값진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인문이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김상혁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뷰자데, 더 베이커스 테이블, 카페 더브라운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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