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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고향,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강릉 문화작은도서관, 소설가 윤후명

2016.08.30


2018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은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강릉 시내 ‘먹자골목’이 있던 자리는 철도 공사로 철거되었고, 동네마다 정비 사업으로 낡은 건물들이 주저앉고 말끔한 얼굴의 건물들이 들어선다. 아마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한층 세련된 강릉의 모습에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기억 속에 아련하게 있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낯섦이 반기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강릉문화작은도서관

▲ 강릉문화작은도서관


필자는 최근 8살 때 강릉을 떠났다가 70살이 되어 ‘강릉 문화작은도서관’의 명예관장이 되신 '윤후명 작가'의 소식을 들었다. 12권의 전집 중 그 첫 번째인 '강릉'이라는 소설을 발간하고, 매달 강릉 시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 살아 온 시간이 훨씬 길지만 늘 ‘강릉 사람’ 이라고 말하는 작가님의 생각과 ‘고향’에 대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 제목부터 '강릉'이라고 하니 남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강릉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에 놓이는 어떤 것이다'라고 강릉을 소개하는 윤후명 작가님을 만나 '고향'에 대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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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소설가 윤후명


소설가 윤후명

Q. 소설 『강릉』 잘 읽었습니다. '강릉'이라는 곳에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 '고향'에 돌아오게 만드는 강릉만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A. 작가는 유년을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80년대부터 내내 글만 쓰고 살았다. 소설가가 되고 나서 ‘이야기가 있되 이야기를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자기의 생각들, 우주관, 세계관이 들어간 것이 소설이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곳’이 강릉이다. 나는 앞으로 강릉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야 한다. 강릉은 삶의 시작이고, 늘 써도 새로운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성당(임당 성당)에 가게 되었다. 젊은 시절 피하고 꺼려하던 강릉이 갑자기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뭔가 마지막 시간에 강릉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문학, 즉 소설을 통한 강릉에 대한 끊임없는 의미화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목을 ‘강릉’이라고 지었다. 문학은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종교다. 여기에 모든 걸 바치겠다고 생각했고,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어 내 생각들을 표출할 기회가 되었다.



Q. 어린 시절의 시절의 추억이 있는 장소, 예를 들면 어머니와 추억이 있는 옛 집에 대해서 쓰인 구절이 있는 데요. 그 추억들이 이제 소설에만 존재하는 '비밀의 장소'라고 하셨습니다. '고향' 하면 반사적으로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따라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혹 그리운 것들이 사라지거나 또는 변해버린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는지요?

A. 물론, 예전에 비해 바뀐 곳도 많지만 강릉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만큼 발전이 천천히 진행되어 왔다. 지금이야 동계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 급변하는 것 같아 보일 뿐이다. 내가 살던 곳은 객사문 근처인데 그 동네 역시 생각보다 변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나의 기억을 불러내고 글 속에 녹아드는 것 같다. 나의 소설은 내가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다. 앞으로도 강릉에 남아있는 그 흔적들을 따라 더 자세히 살펴 볼 예정이다.강릉문화작은도서관 윤후명 명예관장


Q. 작가님에게 ‘고향’이란 무엇일까요?

A. 사랑과 미움이 있었고, 오랜 상처가 있었다.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이 얽혀있는 곳이 강릉이고 내 고향이다. 때론 돌아오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곳, 그러나 이제는 구석구석 숨은 명칭까지 꺼내어 보고 싶은 곳, 내 고향 강릉이다. 태어남이 있었고, 전쟁이 있었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죽음이 있었다. 그런 모든 것이 있는 곳이 아닐까. 강릉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에 놓이는 어떤 것, 바로 그것이 고향이다.


Q. 앞으로 강릉에서 활동 계획에 대해서 말씀 해 주세요.

A. 강릉이 아직도 폐쇄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폐쇄적인 것이 오히려 ‘강릉 단오제’ 같은 문화를 지켜왔다는 점이 훌륭하다. 그런 점에서 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어떤 글, 그 어떤 글을 이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폐쇄되어 있던 세계가 어떻게 문학적으로 승화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의 독서 시간이 부족하다. 이것은 비단 독자의 문제뿐 만이 아니라 작가의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학이 달라지고 해결해야 한다. 우리 문학은 우리가 해야 한다. 강릉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뭔가 해봄직한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희망을 품고 강릉에서 활동하고 싶다. 평생을 ‘쓰는 것’만 해왔으니 ‘씀’으로써 무엇이 될 것이라고 꿈을 꾼다.




소설가 윤후명 저서1소설가 윤후명 저서2

▲ 소설가 윤후명 저서


대화를 하면 할수록 ‘본(本)’ 또는 인생의 뿌리 깊음에 대해 자신이 겪은 그대로 쓰고 싶어 하는 윤후명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소설이란 어려운 일들을 쉬운 글로 써내려 가는 것이며 그 깊은 생각들이 독자에게 쉽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태어난 고향이 있다. 필자는 이사를 워낙 많이 다녀서 ‘고향’에 대한 주관적인 정의가 어려웠다. 나이가 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마다 한 번 씩은 물어보는 것, “고향이 어디예요?” 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에 한참을 생각한다.

단어 그대로 태어난 곳이 고향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그 어떤 것이 단순히 글자의 해석은 아닐 것이다. ‘순수한 어린 시절’, ‘두고 온 부모님’,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스한 집 밥’, ‘서로 재는 것 없이 웃고 떠들던 친구들’, ‘자연이 보여주던 색색 깔의 추억들’…

지금 태어나는 세대에게 고향이라는 단어는 '자연'의 이미지가 늘 따라다니던 옛날과는 다를 것이다. 점점 콘크리트로 채워지는 거리들, 인위적으로 생겨난 공원들, 네모난 아파트에서 태어나는 이 시대의 사람에게 고향의 이미지는 또 다른 기억일 것이다. 실제로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고향이 뭘까?’ 라고 물었더니 '이제는 자기가 마음 주고 사는 곳이 고향'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때때로 그리워하고 아련한 그 마음은 어찌 다를 수 있을까.


필자에게 고향은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언제든 기억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익숙함, 때때로 그리워지는 편안한 품,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소중한 기억들, 그런 감정들이 자꾸만 ‘고향’을 찾게 만드는 것 아닐까?

 

사진=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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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尹厚明, 1946년 1월 17일 강릉)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며 소설가이다.

본명은 윤상규(尹尙奎)로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등단 10년 만인 1977년 시집 《명궁(名弓)》을 출간하였으며, 1979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山役)〉이 당선되었다. 단·중편소설로 〈돈황의 사랑〉, 〈섬〉, 〈부활하는 새〉, 〈원숭이는 없다〉, 장편소설로 《별까지 우리가》 등이 있다. 제3회 녹원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윤후명

‘강릉으로 가게 되었다’ 고 쓰고는 있는데 그러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돌아왔다고 말했다. 여덟 살에 떠나 일흔 살에 돌아왔다… 고, 육십이 년이 걸려 먼 우회로를 돌아서 돌아서 마침내 고향에 이르렀다… 고. 돌아옴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된다. 글이란 삶의 보은임을 깨달아 고향에도 보은 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내 삶이로구나 하면서… -윤후명, 「강릉」 中

 

장소정보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155번길 18 강릉문화작은도서관
고향 강릉 문화작은도서관 윤후명 의미화 고향의 의미 패쇄적
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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