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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대축제의 현장을 가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8 (Unlimited Edition)

인문쟁이 고은혜

2016-12-22


독립출판시장은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출판물을 만들고자 하는 제작자와 이러한 출판물의 가치를 발견해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 모두가 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동네서점다운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독립출판서점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러 관련 행사들이 기획되어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립출판만의 독특함은 다양성이 곧 힘이 되는 문화예술계에도 분명한 성장의 발걸음이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8 (Unlimited Edition) 포스터 (언리미티드 에디션)

▲ 언리미티드 에디션 8 (Unlimited Edition) 포스터 Ⓒ언리미티드 에디션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서울아트북페어’는 독립출판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되어 온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는 스스로를 ‘독립출판과 그 제작자들이 일 년에 한 차례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고 판매하는 시간’이자, ‘작가/제작자와 관람자가 직접 판매 부스를 매개로 만나고, 프로그램과 특집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그해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조망할 수 있는 행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8이 개최되는 일민미술관 모습1언리미티드 에디션 8이 개최되는 일민미술관 모습2

▲ 언리미티드 에디션 8이 개최되는 일민미술관 모습 Ⓒ고은혜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 8, 이하 UE8)에는 총 178개 팀이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출판물과 파생 굿즈를 판매하며 독자들을 직접 만났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의 독립출판물을 돌아보고, 2017년의 독립출판시장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었던 UE8의 현장으로 함께 되돌아가보자.


UE8내부 행사 현장

▲ UE8내부 행사 현장 Ⓒ고은혜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을 만나다

이번 UE8에서는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러 장르의 도서 중, 영화 분야의 독립출판물이 단연 눈에 띄었다.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와 ‘플레인 아카이브’의 부스에서는 유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영화 도서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50년과 60년에 발행된 외국영화의 포스터들을 디자이너가 직접 수집하고 편집해 탄생시킨 <영화선전도감>과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가 작업했던 영화 포스터들을 아카이빙한 미니북 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이에 맞는 수준 높은 영화 비평을 수록하는 ‘영화잡지 아노’에서는 각각 미장셴과 배우에 초점을 맞춘 3호와 4호를 판매했다. 한 호에 하나의 영화를 다루는 영화잡지 ‘프리즘오브’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이터널 선샤인>, <화양연화> 등의 작품을 다룬 잡지들을 판매했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대두되어 오고 있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여러 독립출판물이 판매되면서 시선을 끌었다. ‘봄알람’에서는 페미니즘 토크를 위한 실전서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과 역사 속 페미니스트들을 재조명한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매했다. ‘내몸내꺼 프로젝트’에서는 여성의 몸은 여성 스스로의 것이라는 주제로 그려진 여러 작가들의 일러스트를 담은 달력과 뱃지, 포스터 등의 굿즈를 선보였다. 더불어 비단 페미니즘 부스뿐만 아니라, 많은 부스에 설치된 문단의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문제해결을 위한 서명도 눈길을 끌었다.


독립출판이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독특한 주제의 잡지들도 눈에 띄었다. <66100>은 플러스사이즈 패션 컬쳐 매거진으로, 사이즈에 상관없이 누구나 아름답다는 가치를 설파하고 플러스사이즈 피플을 위한 패션 문화와 담론을 이끌어가고자 만들어진 잡지다.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라는 서브타이틀이 있는 <계간홀로>는 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동정하며 연애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반기를 들고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외치는 잡지다. <잡지 빠순>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소녀 팬들을 다소 비하적으로 지칭하는 ‘빠순이’이라는 명칭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아이돌 팬덤 문화 전반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이를 기록하고 자성적 담론을 펼쳐나가기 위해 창간된 잡지다. 이렇게 일반 서점에선 절대 찾을 수 없는 비주류와 서브컬쳐를 다루는 출판물들을 통해 독립출판, 그리고 UE8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독립출판서점 포스터제로퍼제로의 작품레드폭스프레스&앤틱햄의 작품

▲ 포스터 전시 Ⓒ고은혜


독립출판과 텀블벅, 그리고 UE8

독립출판은 개인 혹은 소규모의 출판 팀이 기획과 제작, 유통 전반까지 모두 스스로 담당하는 출판 시스템이다. 인디밴드나 독립영화에 쓰이는 ‘독립’이라는 단어의 함의와 마찬가지로, 독립출판에도 대중성이나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그대로 자리한다. 이는 긍정적인 특징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도 당연히 작용할 수 있다. 개성 있는 주제와 높은 완성도로 호응을 얻는다고 해도 자본이 부족해 2호를 내지 못하는 독립출판잡지의 경우가 그 사례가 되겠다.


상업성으로부터의 자유로 인한 자본 부족이라는 독립출판의 한계를 메워주는 시스템이 바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다.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하는 이 펀딩은 목표액과 모금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 내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진행 방식 때문에 창작자는 물론 프로젝트에 호감을 느끼는 후원자라면 적극적으로 홍보에 참여하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 이러한 크라우드펀딩은 독립출판계에서도 초기 자본이 부족한 여러 제작자에게 두루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텀블벅 홈페이지에 마련된 UE8 코너 (Ⓒ텀블벅)

▲ UE8내부 행사 현장 Ⓒ텀블벅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텀블벅에서는 UE8를 맞이해 미리 만나보는 UE8 코너를 만들었다. 앞서 소개한 영화잡지 <아노>와 <프리즘오브>, ‘내몸내꺼 프로젝트’와 <잡지 빠순> 등이 텀블벅을 통해 모금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도서들이 텀블벅을 통해 출판 자금을 확보했다. 이러한 모습은 독립출판물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 기반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지난 11월의 UE8로 돌아가 현장을 둘러보고, 이와 연계해 텀블벅의 UE8 코너까지 함께 살펴보았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다양한 취향을 가진 독자들에게 각자의 입맛대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넓혀주고 있는 독립출판계와 문화예술계에 대한 응원이 앞으로도 절실할 듯싶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언제든 독자와 후원자, 나아가 제작자가 될 수 있기에 독립출판이 가지는 가치는 그 무엇보다 빛난다. 상상과 표현의 바다였던 UE8을 보내며, 내년과 내후년에 있을 UE9와 UE10이 계속해서 이어져 UE100까지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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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소개 자세히보기] 제8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Unlimited Edition)


* 관련링크

언리미티드 에디션 공식 홈페이지 http://unlimited-edition.org/

텀블벅 홈페이지 https://tumblbug.com/

 

장소 정보

  • 독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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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혜
인문쟁이 고은혜

[인문쟁이 1,2기]


고은혜는 인천, 그 중에서도 주로 동인천을 터전으로 인문공간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무하며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가치를 찾는 것,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꿈꾸고 있다. 인문쟁이로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문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geh920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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