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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타고 현지에서 듣는 인문학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인문쟁이 이우영

2016-10-14


인문학강의는 대부분 강의실에서 앉아 강연을 듣는 식이다. ‘야외에서 직접 보고 듣는 인문학강의는 없을까? 여행하면서 인문학강연을 듣는다면?’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미 실천해오고 있는 인문학프로그램이 있다. ‘인문열차’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인문학은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 현지에서 듣는 생생한 인문학이라 좀 더 기억에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문열차에 참가자들이 탑승하고 있다.

▲ 열차에 탑승하는 참가자들


인문열차 매달 한 번씩 달린다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는 국립중앙도서관, 조선일보, 코레일이 공동 주최하여 관광열차를 이용하여 현지에서 인문학강의를 들으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현장의 인문학’, ‘쉬운 인문학’, ‘생활 속의 인문학’을 실천하고자 진행해왔다. 선착순 신청이 시작되면 대부분 인문열차프로그램은 3분 내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사전 강연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또한,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책과 기차 그리고 유적지를 비롯한 여행지를 동시에 체험하는 인문열차가 전국으로 달린다. 인문열차는 강의실에 앉아서 듣는 인문학에 벗어나 저자 및 인문학자와 찾아가는 인문학으로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인문학 현장을 오감체험하며 삶의 여유를 갖게 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지함 가족묘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 이지함의 가족묘에서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선비들의 풍수세계 속으로

지난 9월 10일 토요일에는 ‘선비들의 풍수 세계’라는 주제로 우석대 교양학부 김두규 교수가 강의했다. 답사를 떠나기 전 연계 강연을 8월 31일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 진행했고 선착순 신청을 받아 약 80여명이 9월 10일 오전에 모였다.


이번 인문학여행의 주제가 풍수인 만큼 풍수지리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풍수지리는 어디에 묘와 가옥과 사옥의 터를 잡느냐에 개인 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설이다. 삼국시대 때부터 도입된 풍수지리설은 고려와 조선까지 조상의 묘와 가옥의 위치를 정하는데 뿐 아니라 현재까지 인간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려의 수도 개경과 조선의 수도 한양도 풍수지리설에 토대를 두고 선택한 것이다. 고려는 불교가 국교인 고려에서는 화장(火葬)을, 유교가 국교인 조선에서는 매장(埋葬)이 중시되어 고려와 조선의 풍수지리설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열차 안에서 약 한 시간 동안 김두규 교수가 사전 강의를 진행했다.

▲ 김두규 교수


열차 안에서 약 한 시간 동안 김두규 교수의 사전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어느덧 대천역에 내려 전용버스를 타고 토정 이지함 묘에 도착했다. 명문가의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이지함은 토정비결저자로 역학, 의학, 수학, 천문, 지리에 해박했고 진보적인 지식인이었다. 과거시험을 따로 보진 않았으나 현감으로 관직생활을 했었고 장인어른이 역모로 죽고 나서는 관직을 떠났던 그는 기인과 행정가의 양면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지함의 가족묘1이지함의 가족묘2

▲ 이지함의 가족묘


이지함의 묘는 가족묘로서 부모님과 조부모님 그리고 형제들 묘가 함께 있다. 양쪽으로 묘를 감싸듯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묘에서 볼 때 시야가 탁 트였다. 김 교수로부터 풍수학적으로 왜 좋은지 논리정연하게 설명을 들은 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김좌진생가앞에서 김두규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김좌진기념관 / 김좌진 동상

▲ 김좌진 생가 / 김좌진기념관 / 김좌진 동상


충남 홍성군에 있는 김좌진 생가는 1989년 12월 29일 충청남도기념물 제76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김좌진 장군이 살았던 곳으로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 광이 따로 있고 밖에는 마구간이 있다. 김좌진 생가 옆에는 김좌진 기념관이 있어 그의 생애를 한 눈에 알 수 있고 공원으로 조성하여 산책하기에도 좋다.


남연군묘남연군묘앞에서 참가자들이 김두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 남연군묘


세 번째 방문한 남연군묘. 이 묘는 흥선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로 풍수지리설에 따라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올 자리라는 말을 듣고 원래 사찰자리였던 땅을 매입하여 아버지 묘를 옮긴 것이다. 이장한 지 7년 후에 차남 명복이 태어났는데 그가 곧 철종의 뒤를 이은 고종이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43호로 조선후기 서예가며 금석학자 김정희의 고택이다. 건물 전체가 서에서 동으로 길게 배치되어 있는데, 안채와 대청이 같은 방향이고 사랑채와 안채의 각 방이 남향으로 배치되었다.


김정희 고택1김정희 고택2

▲ 김정희 고택


요즘 시대에는 풍수를 터부시하거나 과학적이지 못한 미신정도로만 치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은 풍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풍수지리설을 믿고 묘 자리를 선택하고 집을 지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에서 그 당시 삶에 풍수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수지리가 맞느냐 틀리냐보다는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풍수지리는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인문학 관점에서 둘러본 시간이었다. 이날 직접 본 조선시대의 묘와 집터를 보면 주변에 산과 나무와 풀이 있고 바람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지내려고 순응했던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인문열차에 참여한 참가자는 “이번이 인문열차 3번째 참석한 것인데, 그냥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유적지에 대한 전문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여행을 하니 다녀와서도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전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열차여행을 할 수 있어 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책을 토론하고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을 듣는 인문학강의도 좋지만, 직접 주제와 관련된 현지에서 듣는 인문학은 열차여행의 즐거움까지 더해 다녀온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사진= 이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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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www.nl.go.kr/tour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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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이우영

[인문쟁이 1,2기]


이우영은 군포시에 살고 있고 18년 차 주부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글을 쓰고 사진 찍기를 꾸준히 해왔다. 주로 작업하는 장소는 집과 수도권 여기저기다. 종종 홍대 부근 공연장에서 락 음악을 듣는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고, 사람파악을 제법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에 만나보고 싶은 역사적 인물은 사도세자다. 40대가 되고나니 가정에서의 ‘나’ 와 있는 그대로의 ‘나’ 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싶다. 인문학이 좋은 인생지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인문에 더욱 가까운 나로 성장하고 싶다. drama7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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