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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느린 여행길에서 만난 문학풍경

순천문학관

2016.09.22


“안녕, 이정표 앞에 멈춰선 나는 눈인사를 한다. 낯선 마을들의 이름이 적힌 이정표 앞에 섰을 때 여행자는 그 마을의 이름 앞에서 어떤 영감을 느낀다. 새로운 삶, 시간, 언덕, 풍경, 꽃, 흙냄새······. 녹색 바탕에 흰색의 페인트로 적힌 마을들의 이름 속에는 그 마을의 과거와 현재, 사랑과 추억의 모든 싱싱하고 쓸쓸한 풍경들이 배어있다. 녹물이 조금 배어 있다 한들 어찌 그 이정의 문신 앞에서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인가. 그러므로 모든 여행자들은 이정표 앞에 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의 눈빛을 지니게 된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열림원)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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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안내표


“황금빛 갈대와 순천만, 내일로의 성지, 국가정원과 드라마세트장, 가을 여행하기 좋은 곳.”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관광도시 순천의 이미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 앞서 열거한 그 어느 하나로 순천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쉽게도 당신은 순천의 참 아름다움과 깊이를 느껴보지 못하였다 감히 말하고 싶다.

뜨거운 여름, 푸른 생명의 기운이 넘실대는 곳. 여름의 색으로 가득 찬 대지와 느릿느릿 시간이 흐르는 곳. 그 느림의 시간 속에 수놓아진 문인들의 이야기 풀꽃들. 순천의 참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하기 위해 느린 여행길에서 만난 문학의 풍경, 순천문학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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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가는 길_ 순천문학관 인근 풍경 


문학관 가는 길

순천문학관은 순천 시내를 벗어난 한적한 곳에 있다. 느림의 여유를 만끽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순천 여행길에 순천문학관을 꼭 방문해보시길. 순천문학관을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순천시에는 스카이큐브라는 소형 무인궤도열차가 있다.

스카이큐브는 순천국가정원 꿈의 다리에서 순천만으로 흘러가는 동천(東川)과 순천만생태공원을 이어주는 약 4.6㎞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이 스카이큐브는 순천국가정원의 정원역과 순천만생태공원의 문학관역을 상공에 설치된 레일에 따라 운전자 없이 자동 운행된다. 스카이큐브는 순천만 습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시속 약 40㎞로 달린다. 높게는 약 10m 상공을 가로지르는 스카이큐브에 오르면 순천의 시시각각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발아래 펼쳐지는 순천만정원과 동천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문학관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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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가는 길 / 운행 중인 스카이큐브 / 스카이큐브 종착지인 문학관역 


문학관 둘러보기

순천문학관은 순천 출신이자 우리에게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승옥 작가와 『오세암』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 작가 정채봉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2010년 10월 개관한 순천문학관은 김승옥관, 정채봉관, 다목적실, 휴게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작가의 전시관은 그들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자필 원고, 저서, 소장도서 및 생활유품 등 관련 자료를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주변 순천만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형 초가 건물의 문학관은 작가들의 문학만큼이나 아름다운 조경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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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김승옥과 무진기행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물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무진기행(문학동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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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김승옥관 


무진기행의 ‘무진’은 실존하는 지명이 아니다. 하지만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안개 낀 도시의 배경은 바로 순천이다. 김승옥의 생애와 작품 내용을 고려하면, ‘무진’은 작가가 유년기를 보냈던 전라남도 순천지역의 공간을 재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작가 자신도 ‘순천과 순천만 연안 대대포 앞바다와 그 갯벌에서의 경험을 소설의 창작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 속 ‘무진’은 일상성의 배후, 안개에 휩싸인 상상의 공간이다. 상처를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도시이자, 현실로부터의 도피 공간이다. ‘무진’은 꿈과 현실이 대립하는 공간이며, ‘나’와 내면의 ‘나’가 팽팽하게 대립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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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김승옥관 


김승옥 작가는 1960년대 『무진기행』을 비롯하여 한국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소설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은 뒤 영화계로 자리를 옮겼다. 『무진기행』을 각색한 영화 <안개>를 시작으로 김동인의 <감자>,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등을 각색한 영화 모두가 흥행에 성공하였다. 순천문학관의 김승옥관에는 작가의 소설 원고를 비롯한 영화 대본과 포스터, 신문기사 등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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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정채봉관 


동심이 세상을 구한다, 정채봉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 정채봉 작가의 신앙은 동심이다. 흔히, 동심을 아이들의 마음으로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더 나아가 동심의 의미를 ‘영혼의 고향’이라 말한다.

정채봉 작가는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20대에 요절한 어머니와 일본으로 유학한 아버지. 그는 어린 시절을 할머니와 보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작가는 자연스레 ‘생각이 많은 아이’로 자랐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대신 자연을 관찰하기도 하고 스스로 전설이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였다. 정채봉 작가는 순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체험, 고향에 대한 향수를 통해 자신의 문학 지평을 넓혀나갔다.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의 많은 부분을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에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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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정채봉관 


정채봉은 한국 동화작가로는 처음으로 동화집 『물에서 나온 새』와 『오세암』이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 번역 소개되며 한국의 대표 동화작가로 활약했다. 특히 『오세암』은 동화의 소재와 주제를 확장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 작품으로 제14회 새싹문학상을 받았다.

정채봉 작가는 2001년 간암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그가 타계한 뒤 2004년에는 애니메이션 ‘오세암’이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정채봉관에는 정채봉의 저서와 자필 노트, 원고 등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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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문학관 정채봉관 / 순천문학관 정채봉관_작가 자필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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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함께하는 느린 여행을 꿈꾸다

순천 문학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다시 한 번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거나, 찾아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무진기행』 책을 옆에 끼고 안개 가득한 순천만을 거닐어 보거나, 정채봉 작가가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다녔다는 순천 선암사에도 올라보고 싶을지도… 순천은 넓고 깊다. 느리고 긴 여행이 어울린다. 생명력 넘치지만 조용한 도시이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새로운 삶, 시간, 언덕, 풍경, 꽃, 흙냄새 그 모든 것이 이야기 속에 함께 있다. 문학과 함께하는 순천의 느린 여행. 가을과 다음 여름, 아니 모든 계절에 당신에게 권한다.

사진= 김주은, 책방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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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주소 : 순천시 무진길 130(교량동), 순천만쉼터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운영시간 : 하절기 09:00~18:00 / 동절기 09:00~17:00

휴관일자: 매년1월1일, 설날, 추석,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없음

☎ 061-749-4392~3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www.suncheonbay.go.kr

 

장소정보
전라남도 순천시 무진길 130 순천문학관
김주은
인문쟁이 김주은
[인문쟁이 2기]


'김주은'은 전남 순천시에 살며 순천역 인근에 있는 서점 <심다>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해 왔으며, ​현재는 시골 마을 어린이들과 함께 그림책으로 예술놀이를 하고 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날마다 ‘여행하듯’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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