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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특별한 제주의 버킷리스트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

인문쟁이 양혜영

2017-12-12

살아가면서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 꼭 해 보고 싶은 것, 반드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꼽는 것을 우리는 ‘버킷리스트’라 한다. 한 장의 달력만 남은 요즘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그렇다면, 제주가 꿈꾸는 제주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시간에 묻혀 차츰 사라지는 것들, ‘제주무형문화재’가 그것이 아닌가 싶다.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 현장 입구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 안내

 ▲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 현장 입구 /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 안내 ⓒ제주술익는집 블로그


지난 11월4일부터 5일까지 제주 목관아 일대에서 ‘2017 제주 무형문화재 한마당’이 열렸다. 첫째 날인 4일 진행된 축하마당에서는 제주도립무용단과 서울무형문화재 한량무 보유자인 조흥동, 소리꾼 주세연(한림고 3)과 국악연희단 하나아트의 공연이 펼쳐졌다. 무용수들의 고운 몸짓과 애절한 민요 가락이 어두워가는 하늘과 어우러져 한폭의 진경산수화를 완성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평소엔 잊고 지내다 마주치는 순간 가슴을 전율하는 아름다움에 경이를 표하게 되는 것. 전통 있는 문화재란 그런 것이다.

 

축하마당- 제주도립무용단 공연축하마당-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공연

 ▲ 축하마당- 제주도립무용단 공연 / 축하마당-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공연

 

이튿날인 5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솜씨마당, 소리마당, 굿마당, 흥마당, 놀이마당, 사진마당 부스가 마련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소리마당과 굿마당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소리와 굿을 엮었다. 영등할망을 맞이하는 봄맞이 굿부터 이승과 결별하는 겨울의 영장소리까지 제주사람의 일생이 소리에 고스란히 담겼다. 솜씨마당에서는 ‘소리로 배우는 제주’, ‘고분양태, 정동벌립’, ‘오메기술, 고소리술’, ‘갓일, 망건, 탕건’, ‘성읍초가장, 제주옹기장’ 체험이 사전예약제로 진행되었다. 

 

소리마당굿마당-칠머리당영등굿, 제주큰굿, 영장소리

 ▲  소리마당굿마당-칠머리당영등굿, 제주큰굿, 영장소리


음미하는 술 이야기, 고소리술

 

예부터 척박한 토지 때문에 쌀이 귀한 제주에서는 차조를 가루 내어 동그랗게 만들어 삶은 ‘오메기떡(술떡)’과 보리누룩으로 탁주를 빚었다. 그렇게 발효된 오메기술을 증류시킨 소주가 ‘고소리술’이다. 술을 증류시키는 옹기 이름을 따 고소리술이라 이름 붙였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직접 술의 주재료인 ‘누룩’을 빚어볼 수 있었다. 고소리술은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힘든 누룩 반죽에서부터 발효와 증류를 거쳐 완성되기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한 병의 술 안에 사람의 정성이 시간과 함께 그대로 녹아들어간다.

“술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요. 과정도 시간도 급하면 안되지요. 삶과 같은 것이지요.” 김을정 명예보유자는 술향은 시간과 마음이 좌우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밀주라는 모함으로 자칫 맥이 끊어질 위험에 처했던 ‘고소리술’을 지켜낸 제주사람들의 마음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 

 

솜씨마당-음미하는 술이야기 (고소리술), 솜씨마당-고소리술  누룩빚기, 정동벌립과 정동말총벌립

 ▲ 솜씨마당-음미하는 술이야기 (고소리술), 고소리술 누룩빚기 /  정동벌립과 정동말총벌립 ⓒ제주신문 

 

3대가 쓰는 정동벌립

 

정동벌립은 정동(댕댕이덩굴)으로 만든 벌립으로, 시원하고 질기며 물을 먹지 않아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농부들이 띠로 만든 우장과 함께 비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모자다. 한번 마련하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사용할 정도로 튼튼하고 수명이 길다.

작업공정은 크게 세 과정으로 나뉘는데, 제1과정은 가마귀방석으로 절벤을 만드는 과정이고, 제2과정은 절벤에서 망을 만드는 과정이고, 제3과정은 망에서 천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지나면 비로소 겯는 일이 마무리되는데 보통 4~5일이 걸린다.

“어릴 적 초가지붕 위와 마당에 널려 있던 정동의 빛깔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들녘이 개간돼 정동줄을 구하기조차 힘들지만요.” 홍양숙 전수교육조교는 가마귀방석을 만드는 매력에 빠져 더 배울 기회가 있는지를 묻는 체험 신청자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렇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우리 주변은 한때 밭담마다 얽혀 있던 정동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 이 변했다.


솜씨마당- 제주옹기이야기, 만들자 짚방석, 소리로 배우는 제주

 ▲ 솜씨마당- 제주옹기이야기, 만들자 짚방석, 소리로 배우는 제주


흔히 눈 깜짝할 새 세상이 변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오랜만에 찾은 동네가 딴판으로 바뀐 걸 보는 게 낯설지 않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부지불식간에 바뀌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라지는 것에서는 소리가 난다. 태풍이 몰아치기 전 거칠어지는 바람이 그렇고, 오래된 건물이 무너지며 내는 소리가 그렇다. 우리가 문화재라 부르는 것은 그 소리와 같다. 지금을 만들어 낸 과거이자 내일로 이어지는 현재이다. 올해 처음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을 기획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해마다 더 풍성하고 사랑받는 문화재행사로 만들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꿈꾸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진= 양혜영,제주술익는집 블로그,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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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영
인문쟁이 양혜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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