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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도록

북카페 & 일본인방문자센터 대구하루

2017.12.12

아이들은 서로 싸우고 나면 포옹을 하며 ‘미안해~’ 하고 화해를 한다. 그리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다시 즐겁게 웃고 부대낀다. 그랬던 아이들이 점점 자라나면서 언젠가부터 ‘미안해’라는 말을 참 어려워한다. 그랬던 우리들이 이젠 ‘미안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화해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타인과 화해하는 법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법조차도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타인과 우리 스스로를 미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 미워하는 법 대신 사랑하는 법을 되새기는 곳이 있다. 대구시 중구 서성로, 일본인들이 살다간 30년 세월의 자취가 남아있는 바로 이곳에 서로 미워하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대구하루’가 있다. 대구하루의 박승주 대표님과 함께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꿔보자.

 


 

Q.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구하루는 어떤 공간인가요?

A. 저는 북카페 대구하루를 운영하고 있는 박승주라고 합니다. 영남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대구하루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카페 대구하루는 2015년 2월8일에 문을 열어 올해로 3주년을 맞이한 공간입니다. 일본인방문자센터이자 다양한 일본관련 문화강좌들이나 인문학 강좌들, 행사들을 진행합니다. 또 일본어 관련 통번역 일거리가 들어오면 지역의 인재들을 연결해주는 중간다리 역할도 함께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일본인방문자센터로 시작해서 이후에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카페 & 일본인방문자센터 대구하루 전경북카페 & 일본인방문자센터 대구하루 내부 전경

 ▲ 북카페 & 일본인방문자센터 대구하루 전경 / 북카페 & 일본인방문자센터 대구하루 내부 전경


Q. 북카페 대구하루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A. 우연한 계기로 대구지역의 근대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태어나고 자라서, 일을 하고 생활을 하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대구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학교 밖으로 눈을 돌려보니까 대구를 재발견하고 골목을 재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골목’이라는 현장 속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고요. 그러다보니 저도 여기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대구를 찾는 일본여행객들에게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본어로 관광안내, 정보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보면 어떨까 해서 ‘일본인방문자센터’ 대구하루를 열게 된 거죠.


또 이런 공간을 통해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거나 일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경험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대구하루나 저를 통해 들어오는 관광안내서비스나 통번역 업무를 연결시켜주면 학생들이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공간을 열어보니 대구에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뿐더러 새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보니 일거리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더라고요. 또 전문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접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 공간에 책도 많고 하니 북카페를 함께 열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센터 안쪽에 위치한 카페공간한국어와 일본어 두 가지 언어로 전시된 메뉴판

 ▲ 센터 안쪽에 위치한 카페공간 /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가지 언어로 전시된 메뉴판


Q. 공간 이름을 ‘대구하루’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에게 친숙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하루’라는 단어에는 받침소리가 없으니까 한국어화자 뿐만 아니라 일본어화자들도 발음하기 편하겠더라고요. 또 가타카나로 하루를 쓰면 사람이 걷는 모양(ハル)이라 로고를 만들기에도 좋을 것 같았죠. ‘하루’가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이거든요. 일본 관광객들이 대구하루를 통해서 대구에서의 하루하루를 봄처럼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어요.


Q. 서성로는 동성로에 비해 조금 생소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구하루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구의 현재 도심이 동성로라면 서성로는 대구의 구도심이에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 지역이었어요. 여기 있는 게 930년대 대구 지도예요. 잘 보시면 전부다 일본식 이름으로 되어있어요. 그러니까 이 서성로, 북성로 일대가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와 다름이 없는 거죠. 설명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좋죠. 또 가만히 보면 이 골목이 참 재미있어요. 그렇지 않나요?(웃음)

 

지하를 돋아 입체감있게 활용한 내부공간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통로

 ▲ 지하를 돋아 입체감있게 활용한 내부공간 /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통로


Q. 대구하루의 내부구조가 참 신기하네요.  

A. 이 일대가 구도심이다 보니 근대건축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요, 이 건물들에는 대부분 방공호가 있어요. 그때가 전쟁시기였으니까요. 우리 건물도 지하 공간이 있었어요. 원래는 지하를 활용해서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워낙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고 지하수 체계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래서 건축가의 조언으로 지하를 돋아서 좁은 공간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죠. 무엇보다도 책이 많으니까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많은 책을 수납할 수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하다보니 이런 공간이 나오게 된 거죠.


Q. 대구하루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앞에서 소개해드렸던 것처럼 일본인방문자센터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강좌들도 진행하고 있어요. 일본어, 한국어 수업에서부터 종합일본문화강좌, 중고등학생 문화체험교실, 한일장애인음악회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죠.


한일장애인음악회의 경우는 장애인들도 음악을 통해서 국제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뜻 깊은 행사였던 것 같아요. 일본에 관한 프로그램 말고도 북성로 일대의 의미 있는 공간들과 지역 활동가들을 소개하는 ‘골목화담’이라는 도심재생관련 프로그램이나 서양미술사와 같은 인문학 강의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수업 진행 모습 , 한일장애인음악회 <손에 손잡고>포스터중학생 <에테가미> 일본문화체험교실, 종합일본문화강좌 <한일건축비교이야기> 배너

 ▲ 일본어 수업 진행 모습 , 한일장애인음악회 <손에 손잡고>포스터 / 중학생 <에테가미> 일본문화체험교실, 종합일본문화강좌 <한일건축비교이야기>


Q. 정치적, 역사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한일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대구하루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으로는 아픈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함께 가야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물론 역사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점들이 있죠. 하지만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싸울 땐 싸우더라도 잘 지낼 땐 잘 지내야죠. 우리 후손들에게도 미워하는 법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해보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잖아요.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생각과 감정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거죠. 제가 대구하루를 만든 것도 이런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한국인과 일본인이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길 바라요. 물론 그 과정에서도 서로의 차이로 인해서 얼마든지 부딪힐 수 있죠. 그래도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다투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아간 단계라고 생각해요.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소소한 하루를 함께 나누는 한국인과 일본인한일교류파티를 통해 소통하는 한국인과 일본인

 ▲ 소소한 하루를 함께 나누는 한국인과 일본인 / 한일교류파티를 통해 소통하는 한국인과 일본인


Q. 대구하루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가 일본에 관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 관한 이야기들에 민감하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자기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지 항상 돌아보는 거죠. 대구하루 간판을 보시면 ‘Japanese Visitor Center’라는 글자가 생각보다 작아요. 일본을 너무 전면에 강조하면 사람들이 반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한 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대구하루는 일본을 홍보하는 공간이 아니라 대구를 홍보하는 공간이에요. 대구를 찾는 일본인들로 하여금 대구를 좀 더 알기 쉽게 알리는 곳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고민이 담겨있는 대구하루 간판함께 비치되어 있는 대구, 일본 관련 팜플렛

 ▲ 여러 가지 고민이 담겨있는 대구하루 간판 / 함께 비치되어 있는 대구, 일본 관련 팜플렛


Q. 대구하루가 그리고 있는 앞으로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A. 지난 3년 동안은 일본전문기관으로서 일본관련 강좌나 프로그램들을 주로 기획했었는데요. 앞으로는 일본에 관련된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대구하루에서 좀 더 많은 분들을 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앞으로 다양한 지역의 한국인, 일본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각 지역의 거점이 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있으면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대구에 자주 오는 일본인 블로거 분들과 함께 여행관련 콘텐츠들을 만들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네트워크들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 대구하루와 같은 공간들이 다양한 지역에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수원하루, 광주하루, 제주하루, 오까자끼하루, 후쿠오까하루, 삿뽀로하루 이렇게요. 이렇게 대구하루를 확장시켜나가는 게 제가 꿈꾸고 있는 최종적인 목표에요.


Q. 대구하루라는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대구하루에 오는 분들이 삶의 활력을 얻고 어려움을 극복하시는 걸 보면 참 뿌듯해요. 하루는 일본 관련 문화강좌를 기획하다가 ‘오리가미’라는 종이접기 강좌를 열어보려고 강사로 일본인 한 분을 초빙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국남자와 결혼을 해서 한국에 와서 살게 된 분이었는데, 한국에서 일을 하려고 보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적은 거예요. 그러던 와중에 저희를 만난 거죠. 제가 제안했던 강사자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희망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거창한 공간도 아니고, 커다란 일도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가 있더라고요.

 

대구하루를 찾은 사람들대구하루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 대구하루를 찾은 사람들 / 대구하루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Q. 사람들에게 '대구하루'라는 공간이 어떻게 기억되셨으면 하나요?

A. 자유롭게, 편하게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기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이 공간을 통해서 우리가 지닌 빈 곳을 서로서로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들쭉날쭉한 톱니바퀴는 결코 완전한 원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톱니바퀴는 빈 곳이 있기에 그 빈 곳을 채워주는 또 다른 톱니바퀴를 만나 원처럼 돌아갈 수 있다.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대구하루는 오늘도 활짝 문을 열고 빈 곳을 채워줄 여러분을 기다린다.




사진=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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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3-242-2727 


*관련링크

대구하루 홈페이지 : daeguharu.com 

대구하루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akehashi.daeguharu 

장소정보
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14길 73 1층
대구 만남 이해 일제강점기 역사 박승주 대구하루 일본인방문자센터 서성로 오리가미
김지영
인문쟁이 김주영
[인문쟁이 3기]


김주영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구토박이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스트릿댄서이기에, 스스로를 ‘춤추는 문학인’으로 정의한다. ‘BMW’(Bus, Metro, Walking)를 애용하는 뚜벅이 대구시민이다. 책과 신문, 언어와 문자, 이성과 감성, 인문학과 춤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인생의 목표를 취업에서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로서의 나와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전해져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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