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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영화가 있는 곳, 세대가 함께하는 가족문화 공간

추억극장 미림

인문쟁이 권은숙

2017-08-30

 

추억극장 미림

 ▲ 추억극장 미림 ⓒ권은숙

 

인천 원도심에는 지난 시간들의 흔적들이 많다.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재래시장과 고서점, 극장, 다방, 박물관, 학교, 근대건축물 등…. 굽이굽이 골목길에서 풍겨 나오는 오래된 동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 오래된 것에서는 단순히 추억과 향수만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역사가 함께 깃들여 있다. 이런 것들이 한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흐름과 활력이 보태져서 꿈틀꿈틀 거리는 곳, 인천의 원도심이기에 가능하기도 하다. 그래서 재미난 일들이 더 많이 펼쳐지기도 한다.


서구문물이 처음 들어왔던 곳인 인천에는 다른 지역보다 극장들이 특히 많았었다. 오성극장, 자유극장, 현대극장, 문화극장, 장안극장, 세계극장, 애관극장, 미림극장, 동방극장, 인형극장 등등 17개가 넘는 극장들이 성업 중이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까지는 거의 극장의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면서 그 많던 영화관은 점점 자취를 감췄고, 현재 중구의 애관극장과 동구의 미림극장만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애관극장은 상업공간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미림극장은 한때 폐관하였다가 2013년에 재개관하면서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현재 미림극장 사진

 ▲ 추억극장 미림 ⓒ권은숙


특히, 미림극장의 행보는 눈여겨볼만 하다. 기존의 극장들은 단지 관객이 많이 볼 영화 상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거나, 조금 특별한 예술영화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면, 미림극장은 지역의 거점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예술가들도 미림극장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콘텐츠로 합류하고 있는 중이다. 


1960년 미림극장 사진. 왼쪽의 끝에 미림극장 글씨가 보인다.

 ▲ 1960년 왼쪽의 끝에 미림극장 글씨가 보인다. ⓒ미림극장


미림극장은 1957년에 송현동 중앙시장 진입로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하며 시작하였으며, 시대의 흐름에 밀려 2004년 7월에 경영난으로 <투가이즈>를 끝으로 폐관했다가 2013년에 재개관 하였다.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극장으로 문을 열면서 이름도 ‘추억극장 미림’으로 바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라비아 로렌스>, <벤허>,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벙어리 삼룡이> 등 다시 보고 싶은 명작들을 소환, 6~70대에게는 추억이 방울방울, 20대에게는 말로만 듣던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가슴 설레게 했다. 이제는 인천의 유일한 고전영화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림극장에서 추억의 영화로 상영한 영화 포스터

 ▲ 미림극장에서 추억의 영화로 상영한 영화 포스터. ⓒ권은숙

 

세대를 아우르는 인문활동을 시작하다

 

3층에 마련된 유물 상설전시관_미림, 아름다운 영화의 숲

 ▲ 3층에 마련된 유물 상설전시관_미림, 아름다운 영화의 숲 ⓒ권은숙

 

지난 4월에는 지역의 예술작가들이 미림극장과 의기투합하여 멋진 프로젝트를 펼쳤다. 영사실이 있는 3층 공간을 활용하여 예술인파견사업으로 만난 작가들과 함께 유물상설전시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35년간 영사기사로 계셨던 조점용옹의 기증품들과 극장 지붕에서 발견한 광고필름, 상영일지, 극장표를 비롯하여 미림극장의 60년(1957년~2017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영화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예술가와 오래된 극장이 만나 사라져 갈 역사적 자료들과 기록들을 고증하고, 아카이빙하여 다시 살려낸 것이다. 이것은 미림극장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런 귀한 자료들이 박물관에서 과거의 유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영화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장에서 그 곳의 역사를 생생하게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모른다.


극장지붕에서 나온 옛날 극장 자료들 / 유물상설전시관 자료들

1957년부터 시작된 60년의 전통과 역사를 담은 영화테이프, 뉴스 인수증, 영사기 등 50여 점의 소품을 만날 수 있다.

 ▲ 극장지붕에서 나온 옛날 극장 자료들 / 유물상설전시관 자료들  / 1957년부터 시작된 60년의 전통과 역사를 담은 영화테이프, 뉴스 인수증, 영사기 등 50여 점의 소품을 만날 수 있다. ⓒ권은숙

 

미림극장은 실버극장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꿈꾸며 꾸준히 고민해 오고 있다. 지역현안을 논하는 공간으로 주민들에게 빌려주기도 하고, ‘인천환경영화제’와 ‘파티51’과 같은 공동체영화 상영회도 협력 사업으로 진행하였으며, 예술전용영화 상영관으로 지정이 되면서 저녁시간대를 이용하여 지역 주민뿐 아니라, 예술영화에 관심이 많은 관객들을 위한 ‘영화가 있는 저녁, 저녁이 있는 삶’ 프로젝트를 통해 누벨바그 특별전(프랑스 새로운 영화사조) 등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작가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문화다양성을 위한 컨텐츠 운영을 활성화하고 있다. 


청소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사진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축제_라디오쑈

 ▲ 청소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사진 /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축제_라디오쑈 ⓒ권은숙

 

청소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사진

 ▲ 청소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사진 ⓒ권은숙

 

청소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사진 / 꿈다락토요학교 미림추억영화제 포스터

 ▲ 청소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사진 / 꿈다락토요학교 미림추억영화제 포스터 ⓒ권은숙


2015년부터는 청소년문화예술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청소년들이 직접 시나리오도 써보고, 영화도 만들어 보고, 영화제까지 기획하는 과정을 담은 ‘꿈다락토요학교’는 아이들의 문화놀이터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지난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가 학생들이 기획한 ‘미림 추억영화제’에서는 아이들이 매표소에서 표도 끊어 주며, 영화관을 직접 운영해보는 모습은 매우 흥미로웠다. <신데렐라(1950)>, <신밧드의 7번째 모험(1958)>, <오즈의 마법사(1939)> 등 어르신들과 함께 보고 싶은 고전영화 3편을 선정해 상영하고, 직접 제작한 단편 영화와 트레일러 영상도 선보였다.

촬영기법 등을 배우면서 영화감독 꿈도 키울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히는 모습을 보며, 한편의 ‘시네마천국’을 보는 느낌이었다. 좀 더디지만 한걸음 내딛으며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미림극장의 행보에 더욱 크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미림극장은 낡고, 오래된 것이 거추장스럽고 쉽게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품고 새로운 문화의 옷을 입고 거듭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원도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미림, 아름다운(美) 수풀(林)에서 영화를 본다는 뜻을 지닌 영화관 이름이 더욱 새롭고 멋지게 다가온다.

이번 여름휴가는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미림극장과 함께해도 좋겠다.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한편의 영화로 추억도 소환하고, 영화가 우리에게 보이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시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피서법이 아닐까 추천해 본다.


*현재 미림극장은 지속적인 문화공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여 후원을 위한 ‘미생 36플랜’을 운영 중이다. 여러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어르신과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기획 및 운영하고 있으며, 미림극장의 역사를 바탕으로 시민문화공간으로 발돋음하고 있는 미림극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사진= 권은숙, 미림극장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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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숙
인문쟁이 권은숙

[인문쟁이 3기]


권은숙은 인천 동구에 있는 배다리마을에서 올해로 9년째 살고 있다. 책방을 꾸리기도 하고, 생활문화공간 달이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기획을 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이나 방치된 공간만 보면 콩당콩당 가슴이 뛴다. 뭔가 재밌는 놀 거리를 만든 기분이랄까? 배다리 헌책방 마을에서 지내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일상에서 인문학프로그램과 활동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맘이다. 인문쟁이를 통해 인문학활동 공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드러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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