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거친 세상 속에서 나, 너,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응급 서바이벌 철학

예기치못한기쁨 '청년인문살롱-생존철학 필筆로소필feel’

인문쟁이 김한경

2017-08-29

 

영화 <이클립스 The Twilight Saga: Eclipse, 2010> Ⓒ네이버

 ▲ 영화 <이클립스 The Twilight Saga: Eclipse, 2010> Ⓒ네이버

 

영화 <이클립스> 중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시카가 대표로 나와 말한다. 우주비행사나 대통령을 꿈꾸던 우리에게, 이제 사람들은 현실적인 대답을 원할 것이라고. 한참 입시를 고민하던 고3 때 이 영화를 봤고, 망설임 없이 문예창작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들어가자마자 국문과와 문예창작학과의 통폐합이 전국에서 이루어졌지만 다행히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졸업을 한 지금, 제시카의 말대로 취직에 쩔쩔 매고 있다.

현대사회는 우리가 고민하는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고민하는 인간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인간을 원한다. 우리는 마치 기계의 일련번호처럼 정량적이고 수치화된 지표들로 평가된다. 우리가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고민하는 우리를 못 견뎌하는 것이다.


‘생존철학 필筆로소필feel’은 청년인문공동체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청년인문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철학수업이다. 생존철학 필筆로소필feel은 격주 수요일마다 모여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 세 철학자를 통해 자가 진단을 한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각자의 삶터는 다르지만 외면해온 자신들의 상처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은 수업을 맡고 있는 송은호 선생님과 필자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은 어렵다? 일단 시작이나 해보자

- 송은호(청년인문살롱 철학 담당)

 

청년인문살롱 포스터,필筆로소필feel 커리큘럼

 ▲청년인문살롱 포스터 / 필筆로소필feel 커리큘럼

 

Q : 안녕하세요. 먼저 인문360 구독자들에게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A : 청년인문살롱에서 철학을 맡고 있는 30살 송은호라고 합니다. 조선대학교 약학대 학생이고, 약사 실습생이기도 합니다. 약대를 들어오기 전에 철학을 전공했고요. 보통 의료분야에서는 아픈 사람에게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을 줍니다. 가령 조현병 환자에게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주기보다 약을 처방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처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사람들과 삶에 대한 자가 처방을 철학에서 찾고 있습니다.


Q :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철학을 어렵게 느끼잖아요. 실제로 어렵기도 하고요. 저도 철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다보면 철학자 이론을 마주칠 때가 있어요. 어떤 때는 어려워서 이해가 안가기도 하지만 인내하고 읽다보면 저도 언젠가 어슴푸레 고민했던 문제더라고요. 문제에 대한 처방을 철학에서 찾으시는 이유가 뭘까요?

A : 철학 공부’하면 근본적인 것부터 공부를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런 철학자부터 접근해서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근현대철학부터 시작해요. 물론 그 철학자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전에 말씀하셨다시피, 사람들은 철학을 내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철학 주제들은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야 할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자녀를 교육해야할까?’와 같은 한번쯤 고민했지만, 외면해왔던 질문들을 당대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철학자들의 사유에서 찾는 거죠.


생존철학 필筆로소필feel의 수업을 맡고 있는 ‘송은호’씨1생존철학 필筆로소필feel의 수업을 맡고 있는 ‘송은호’씨2

 ▲ 생존철학 필筆로소필feel의 수업을 맡고 있는 ‘송은호’씨


Q : 저는 마르크스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자본주의시대에 사는데 공산국가의 이념을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은밀히 적대적으로 생각한 적도 있어요. 마르크스 철학이 지금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 저도 걱정했던 부분인데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마르크스=빨갱이라고 생각하거나 공산주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때 심상정 후보의 당 슬로건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였어요. 옛날에는 ‘노동’, ‘노동자’ 이런 말만 써도 사상검열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거든요. 지금은 노동자의 인권이나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까지 의식이 개선이 됐죠. 마르크스의 철학이 공산주의가 대표적인 철학이긴 하지만, 공산주의가 어떤 철학인지, 어떤 체제인지 잘 모르거든요. 선생님은 ‘공산주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Q : 북한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사상이나 이념, 내가 또는 나를 이해하지 하지 못할 어떤 메커니즘?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요.

A : 그렇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게, 최저임금, 4차 혁명, 드론과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더 심화된 빈부격차 등 입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게 마르크스 철학이에요.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마르크스 철학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물론 마르크스 철학은 실패했죠. 남아 있는 공산주의국가도 별로 없고, 북한도 경제위기에 처해있고요. 그래도 우리가 공산주의, 사회주의에서 어떤 걸 얻어낼 수 있는가 하면 의료, 철도, 전력, 상수도 같은 복지나 민영화해서는 안 되는 분야들을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게 공산주의 국가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개념이거든요. 알고 보면 마르크스 철학, 공산주의, 사회주의 시스템들이 우리 곁에 있어요.


Q : 공산주의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우리도 자본주의에 살면서 거기에서 느끼는 폐해, 갈증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미 겪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문제들 말이에요. 어떤 체제든, 주의든 양 면들을 볼 줄 아는 눈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철학의 끌림』을 주교재로 하고 있다

 ▲ 『철학의 끌림』을 주교재로 하고 있다


Q : 저는 대학생 때 교수님이 프로이트를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러다 대학원 수업에서 전집을 읽게 됐는데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 같은 것들은 노골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학생들 모두 부끄럽고 웃기도 하지만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나요. 프로이트는 성욕이 무의식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 그런 이야기들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좀 더 나를 잘 알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프로이트가 살던 시대에는 교회의 금욕주의적 성격이 강해서 성적인 요소들을 터부시했어요. 그 때 프로이트가 나타나서 모든 인간의 에너지의 근원은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에서 나타난다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그때 당시 지식인들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이성에 자만, 오만 같은 것들이 대단했거든요. 그런데 프로이트가 나타나서 “이성은 무슨!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하죠. 결국 프로이트는 과거의 교회뿐만 아니라 지식인들한테도 한방 먹인 혁명적인 철학자에요.


Q : 거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응급 서바이벌 철학’이라고 수업을 설명하신 걸 봤어요. 그런데 ‘응급’ 하면은 급할 때만 취하고, 아프지 않을 때는 또 찾지 않는다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이해되고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 적당히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고, 철학자의 부분적인 의견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그런 위험이 있지 않나요? 저도 실제로 공부하면서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A : 어떤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철학자의 어떤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만의 철학을 갖는 것이라고요. 내가 어떤 한 사람의 철학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철학대로 산다면, 결국 그건 그 철학자의 삶이지 내 삶은 아니란 거죠. ‘응급서바이벌 철학’의 모토는 최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을 접하고, 그 생각들을 조립을 해서 자기만의 철학을 만드는 게 이 수업의 목표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최대한 더 많은 철학자들을 만나는 겁니다.


스터디 모습

 ▲ 스터디 모습


Q : 모임이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날 때도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친구들하고 문학이나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고,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각자의 생각은 너무 다 다르고, 더 복잡해지기도 해요. 그래도 결론은 “그래도 잘 살자”라고 인사하면서 헤어져요. 여기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나요?

A : 사실 저는 오히려 철학을 공부할 때 답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겸비하라고 해요. 사실 오신 분들도 각자 직업, 나이, 경험들이 서로 다 달라요. 그런 사람들이 하나의 문제를 갖고 이야기를 하는데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답은 없어요.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맞는 답은 찾을 수 있거든요. 나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또 거기에서 나의 반론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가치관이나 철학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는 게 선생님이 말하는 “그래도 잘 살자” 라는 거겠죠. 




사진= 김한경

----------------------------

☎ 062) 418-0116

 

장소 정보

  • 광주
  • 철학
  • 청년
  • 소모임
  • 무의식
  • 마르크스
김한경
인문쟁이 김한경

[인문쟁이 2기]


김한경은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시가 좋아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시를 쓰지 않는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쁜 개인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겉으론 이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하루는 기대하고, 하루는 절망하며 산다. 기독교지만 매일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힘들 때 같이 울어주던 문장들을 기억하고 있다. 인문학에서 얻었던 위로를 모두와 나누고 싶다. 문학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인문쟁이 2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거친 세상 속에서 나, 너,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응급 서바이벌 철학'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