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도시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시름하던 10월의 어느날, 문화 공간 ‘숨도’ 의 문을 열었다. 불쑥 찾아온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아주듯,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공간의 중심이 되는 Cafe cit
2011년 서강대학교 정문 근처에 공간을 오픈한 ‘숨도’는 공식적인 관리운영주체인 대한불교진흥원과 실질적인 운영과 기획을 맡은 ‘희망의 자연’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숨도’라는 이름은 그 속에 숨겨짐과 호흡을 뜻하는 ‘숨’ 과 길(道)과 섬(島)을 뜻하는 ‘도’ 를 품고 있다고 한다. '생명의 숨결'과 '진실의 깊이', 이름에 담긴 뜻처럼 ‘숨도’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찾고 자신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이곳은 특히 불교문화를 비롯한 동양 문화가 가진 가치의 현대화와 새로운 문화의 창조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생태프로젝트 ‘활생(活生)’, 구름도원 프로그램(요가), 동양사상 및 서양 인문학 융합 강좌 등을 다양한 활동을 시행해왔다. 동시에 ‘책 극장’ 프로그램을 운영해 종이 책 읽기 문화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숨도의 가을’, ‘선풍기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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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_ 숨도 최창혁 대표
▲문화 공간 '숨도'의 최창혁 대표
문_ 요즘 강당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인문학 강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숨도’는 ‘극장 소우주', '작은 전시관’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작은 규모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소규모 활동을 지향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_ 최근 대규모 인문학 강연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많은 기획자가 소규모를 원할 거예요. 소규모가 쉽고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에 좋죠. '숨도'는 여건상 소규모를 추구하기에 충분합니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 그 사람들의 즉각적인 마인드 변화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반면 '숨도'는 빠르고, 직접적인 참가자의 변화를 꿈꾸지 않아요. 저희에게 그러한 역량이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고요.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질입니다. '고민하는 개인을 얼마나 만들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민하고 자기 삶을 바꾸는 것을 원해요.
실무적인 이점도 있어요. 대규모로 하면 제약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 진행한 숨도의 가을에서는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라는 책을 워크숍, 전시, 공연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펼쳐 놓았는데, 대규모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죠. 단지 획일적으로 전달되는 강연으로만 진행될 거예요. 이런 강연에서는 통솔, 관리의 문제 때문에 구성원에게 자유를 줄 수가 없는데, 소규모에서는 충분한 자유를 주고 능동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어요.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죠.
숨도는 '작은 것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티끌 안에도 우주가 담겨있을 수 있고 생각해요. 숨도의 '극장 소우주'라는 공간이 그것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어요. 공간도 규모도 작지만 그 속에 충분한 깊이만 있다면, 사람들 스스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면 충분해요. 사람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면서 스스로 고민거리를 찾아서 집으로 가게 된다면 만족해요. 이러한 의미들에서 작은 규모를 실천하고 있어요.
문_ ‘숨도’는 자연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문학은 일반적으로 인간을 다루는 학문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인문학과 자연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_질문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먼저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저는 인문학이 단지 인간을 다루는 학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관계에 대한 학문이에요. 관계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문학, 인간과 자연 기타 많은 것들을 포함할 수 있죠.
인문학은 인간과 자연을 포괄하는 것이죠. 이렇게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분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결되어있죠. 저는 생태계라는 표현을 하고 싶어요. 생태계에서는 한 축이 무너지면 전체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현재 사람들은 인간과 다른 것을 구분 지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대상화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공터가 있으면 개발이라는 잣대로 '노는 땅'이라고 말해요. 그러나 생태계,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동식물의 서식지일 수 있고, 공기 정화, 어린이의 놀이 공간 등으로의 역할이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죠. 인간은 자연 생태계 안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해요. 열하일기를 쓰신 박지원 선생님은 '최고의 글은 자연을 잘 표현해낸 글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인문학은 자연에서 출발해야 할 때 그 가치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문_ ‘숨도’의 공식적인 운영주체는 대한불교진흥원으로 알고 있는데, ‘숨도’가 생각하기에 현대에 적용될 수 있는 불교가 가진 인문학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_ 제가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를 생각할 때,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해요. 종교로서의 불교부터 철학적인 측면으로의 불교까지. 싯다르타의 불교 철학이 현대에 좋은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존재하는 부조리에 이야기하고 싶어요. 누군가가 편하다면 누군가는 불편해야 한다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해요. 불교에서는 아래와 위를 전복시키기보다는 양면의 밸런스를 가지고 저항점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색은 공, 공은 색.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고 그 과정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 모든 욕심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해요. 균형을 찾는 것이 바로 수양이고 공부인 것이죠. 불교는 이러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불교 철학이 널리 퍼져있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런 식의 환경파괴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에서 불교 철학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_“시간이 허락된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왜 그 책을 읽고 싶은가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 책에 대해 아는 범위까지만 설명해주세요.”
답_ 최근 알베르 카뮈의 전작을 읽어보고 있어요. 카뮈의 책을 차례로 읽고 이제 마지막 작품인 <최초의 인간> 만 남겨두고 있어요. 전작을 마무리 짓는 책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돼요. 전작을 읽는다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 마무리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요. 그저 마지막 작품이란 것만 알고 있어요.
카뮈의 초기 작품에서 후기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을 통해 생각해봤어요. 초기에는 부조리, 반항에 대한 자신만의 형상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중용의 길을 가라는 것 같은데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죠. 후기로 와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식한 듯 보였어요.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부드러워졌다고 느껴졌어요.
마지막 작품인 <최초의 인간>에서는 이러한 방향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또 "완전한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초기의 성향으로 회귀하지는 않았을까?", 혹은 "정말 신변잡기의 이야기가 이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카뮈 전작의 마지막 작품의 내용이 어떻게 제게 다가올지 기대가 돼요. 얼른 읽고 싶네요.
▲보이지 않는 도시들(10.20 - 10.31) '책 안의 도시'
작지만 깊은 우주, 관계 속에서 헤매는 우리를 위하여
‘작은 것이 결코 작지만은 않다’는 ‘숨도’ 대표의 말처럼 그 속에 담긴 우주는 깊었다. 이날 저녁 진행된 ‘숨도의 가을’ <보이지 않는 도시들> 프로그램을 위해 모인 10명 안팎의 사람들은 책 안의 세계에 심취하면서도 때때로 창밖의 도시들을 보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우주를 헤엄치는 모습이었다. ‘숨도’는 이렇듯 참여자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즐기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문학을 해오고 있다.
한편으로 ‘숨도’는 조금은 낯설지만 우리들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불교적인 가치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동시에 ‘나무 공부’와 같은 생태프로젝트, 요가 프로그램인 ‘구름도원’ 등 가벼운 프로그램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작지만 깊은 인문학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숨 쉬는 섬 ‘숨도’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재민은 서울 이문동에 살고, 경희대학교 도서관 원형자료실 2층이 아지트다.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만나고 싶다. 인문학을 배우고자하는 발칙한 도전의 표현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으며, 이 활동을 통해 인문의 '인(人)' 자를 배워가고 싶다. ufop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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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도
인문학이 숨 쉬는 섬을 가다
인문쟁이 전재민
2015-11-29
▲문화공간 ‘숨도’ 입구
도심 속의 안식처, 문화 공간 ‘숨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도시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시름하던 10월의 어느날, 문화 공간 ‘숨도’ 의 문을 열었다. 불쑥 찾아온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아주듯,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공간의 중심이 되는 Cafe cit
2011년 서강대학교 정문 근처에 공간을 오픈한 ‘숨도’는 공식적인 관리운영주체인 대한불교진흥원과 실질적인 운영과 기획을 맡은 ‘희망의 자연’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숨도’라는 이름은 그 속에 숨겨짐과 호흡을 뜻하는 ‘숨’ 과 길(道)과 섬(島)을 뜻하는 ‘도’ 를 품고 있다고 한다. '생명의 숨결'과 '진실의 깊이', 이름에 담긴 뜻처럼 ‘숨도’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찾고 자신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이곳은 특히 불교문화를 비롯한 동양 문화가 가진 가치의 현대화와 새로운 문화의 창조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생태프로젝트 ‘활생(活生)’, 구름도원 프로그램(요가), 동양사상 및 서양 인문학 융합 강좌 등을 다양한 활동을 시행해왔다. 동시에 ‘책 극장’ 프로그램을 운영해 종이 책 읽기 문화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숨도의 가을’, ‘선풍기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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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_ 숨도 최창혁 대표
▲문화 공간 '숨도'의 최창혁 대표
문_ 요즘 강당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인문학 강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숨도’는 ‘극장 소우주', '작은 전시관’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작은 규모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소규모 활동을 지향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_ 최근 대규모 인문학 강연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많은 기획자가 소규모를 원할 거예요. 소규모가 쉽고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에 좋죠. '숨도'는 여건상 소규모를 추구하기에 충분합니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 그 사람들의 즉각적인 마인드 변화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반면 '숨도'는 빠르고, 직접적인 참가자의 변화를 꿈꾸지 않아요. 저희에게 그러한 역량이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고요.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질입니다. '고민하는 개인을 얼마나 만들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민하고 자기 삶을 바꾸는 것을 원해요.
실무적인 이점도 있어요. 대규모로 하면 제약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 진행한 숨도의 가을에서는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라는 책을 워크숍, 전시, 공연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펼쳐 놓았는데, 대규모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죠. 단지 획일적으로 전달되는 강연으로만 진행될 거예요. 이런 강연에서는 통솔, 관리의 문제 때문에 구성원에게 자유를 줄 수가 없는데, 소규모에서는 충분한 자유를 주고 능동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어요.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죠.
숨도는 '작은 것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티끌 안에도 우주가 담겨있을 수 있고 생각해요. 숨도의 '극장 소우주'라는 공간이 그것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어요. 공간도 규모도 작지만 그 속에 충분한 깊이만 있다면, 사람들 스스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면 충분해요. 사람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면서 스스로 고민거리를 찾아서 집으로 가게 된다면 만족해요. 이러한 의미들에서 작은 규모를 실천하고 있어요.
문_ ‘숨도’는 자연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문학은 일반적으로 인간을 다루는 학문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인문학과 자연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_질문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먼저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저는 인문학이 단지 인간을 다루는 학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관계에 대한 학문이에요. 관계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문학, 인간과 자연 기타 많은 것들을 포함할 수 있죠.
인문학은 인간과 자연을 포괄하는 것이죠. 이렇게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분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결되어있죠. 저는 생태계라는 표현을 하고 싶어요. 생태계에서는 한 축이 무너지면 전체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현재 사람들은 인간과 다른 것을 구분 지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대상화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공터가 있으면 개발이라는 잣대로 '노는 땅'이라고 말해요. 그러나 생태계,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동식물의 서식지일 수 있고, 공기 정화, 어린이의 놀이 공간 등으로의 역할이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죠. 인간은 자연 생태계 안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해요. 열하일기를 쓰신 박지원 선생님은 '최고의 글은 자연을 잘 표현해낸 글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인문학은 자연에서 출발해야 할 때 그 가치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문_ ‘숨도’의 공식적인 운영주체는 대한불교진흥원으로 알고 있는데, ‘숨도’가 생각하기에 현대에 적용될 수 있는 불교가 가진 인문학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_ 제가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를 생각할 때,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해요. 종교로서의 불교부터 철학적인 측면으로의 불교까지. 싯다르타의 불교 철학이 현대에 좋은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존재하는 부조리에 이야기하고 싶어요. 누군가가 편하다면 누군가는 불편해야 한다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해요. 불교에서는 아래와 위를 전복시키기보다는 양면의 밸런스를 가지고 저항점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색은 공, 공은 색.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고 그 과정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 모든 욕심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해요. 균형을 찾는 것이 바로 수양이고 공부인 것이죠. 불교는 이러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불교 철학이 널리 퍼져있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런 식의 환경파괴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에서 불교 철학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_“시간이 허락된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왜 그 책을 읽고 싶은가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 책에 대해 아는 범위까지만 설명해주세요.”
답_ 최근 알베르 카뮈의 전작을 읽어보고 있어요. 카뮈의 책을 차례로 읽고 이제 마지막 작품인 <최초의 인간> 만 남겨두고 있어요. 전작을 마무리 짓는 책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돼요. 전작을 읽는다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 마무리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요. 그저 마지막 작품이란 것만 알고 있어요.
카뮈의 초기 작품에서 후기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을 통해 생각해봤어요. 초기에는 부조리, 반항에 대한 자신만의 형상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중용의 길을 가라는 것 같은데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죠. 후기로 와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식한 듯 보였어요.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부드러워졌다고 느껴졌어요.
마지막 작품인 <최초의 인간>에서는 이러한 방향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또 "완전한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초기의 성향으로 회귀하지는 않았을까?", 혹은 "정말 신변잡기의 이야기가 이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카뮈 전작의 마지막 작품의 내용이 어떻게 제게 다가올지 기대가 돼요. 얼른 읽고 싶네요.
▲보이지 않는 도시들(10.20 - 10.31) '책 안의 도시'
작지만 깊은 우주, 관계 속에서 헤매는 우리를 위하여
‘작은 것이 결코 작지만은 않다’는 ‘숨도’ 대표의 말처럼 그 속에 담긴 우주는 깊었다. 이날 저녁 진행된 ‘숨도의 가을’ <보이지 않는 도시들> 프로그램을 위해 모인 10명 안팎의 사람들은 책 안의 세계에 심취하면서도 때때로 창밖의 도시들을 보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우주를 헤엄치는 모습이었다. ‘숨도’는 이렇듯 참여자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즐기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문학을 해오고 있다.
한편으로 ‘숨도’는 조금은 낯설지만 우리들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불교적인 가치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동시에 ‘나무 공부’와 같은 생태프로젝트, 요가 프로그램인 ‘구름도원’ 등 가벼운 프로그램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작지만 깊은 인문학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숨 쉬는 섬 ‘숨도’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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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문화공간 '숨도'
*문화 공간 ‘숨도’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31-1 숨도빌딩 1층, 7층 6호선 대흥역 1번출구 서강대 방면으로 직진(전기안전공사 옆)
☎ 02-717-3535(office), 02-717-3575(cafe)
http://soomdo.org
장소 정보
[인문쟁이 1기]
전재민은 서울 이문동에 살고, 경희대학교 도서관 원형자료실 2층이 아지트다.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만나고 싶다. 인문학을 배우고자하는 발칙한 도전의 표현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으며, 이 활동을 통해 인문의 '인(人)' 자를 배워가고 싶다.ufop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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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x 정림건축문화재단 공동기획 <한국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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