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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과 <국제시장>에 없는 영도이야기

영도웰컴센터에서 만난 문화관광 해설사 황동웅

인문쟁이 강태호

2019-05-21

영도대교와 부산대교 사이에 위치한 ‘영도웰컴센터’에 가면 평생 영도를 탐닉한 시민 영도학자 한 분을 만날 수 있다. 일흔을 앞두고 있는 황동웅(남, 69세)은 영도구 문화관광 자문위원이자 해설사 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영도를 사랑하는 일이라 한다. 대략 35년 전부터 영도를 공부했다는데 더욱이 고향은 함경남도라 한다. 어떻게 영도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역사의 산증인만 기억하는 진짜 영도, 부산 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 역사를 추적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영도구 관광안내를 담당하는 영도웰컴센터, 기우뚱한 건물에 일단 눈길이 간다 ©강태호

▲ 영도구 관광안내를 담당하는 영도웰컴센터, 기우뚱한 건물에 일단 눈길이 간다 ©강태호


센터 내부 모습, 1층에는 사진과 영상으로 영도 8경을 가볍게 훑어 볼 수 있다 ©강태호

▲ 센터 내부 모습, 1층에는 사진과 영상으로 영도 8경을 가볍게 훑어 볼 수 있다 ©강태호



왜 제주은행이 영도에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제주은행을 이상하게 쳐다본 듯하다. 왜 하필 이곳에 제주은행이? 더군다나 부산에 제주은행이 있는 곳은 영도밖에 없고, 전국을 뒤져 보아도 제주도를 제외하면 찾기도 어렵다. 필히 제주도와 부산의 관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정황 증거(?)인데 해설사님이 그 궁금증을 정확히 풀어주셨다.


제주도민회관이 위치한 건물, 리모델링 이후에도 회관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다 ©강태호

▲ 제주도민회관이 위치한 건물, 리모델링 이후에도 회관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다 ©강태호


제주도민회관 인근에 위치한 제주은행, 부산에 위치한 유일한 제주은행이다 ©강태호

▲ 제주도민회관 인근에 위치한 제주은행, 부산에 위치한 유일한 제주은행이다 ©강태호


“피란 이후 전국의 사람들이 부산으로 오면서 판로가 트이기 시작했거든. 자갈치하고 깡통시장 있잖아?

제주도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으러 부산으로 온 거야. 고깃배 타고 나가서 잡으면 뭐해? 사주는 데가 있어야지.

조선소도 있고 고깃배도 있는 게 거제도하고 남해 쪽인데 부산만큼 판로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없었어.

일자리도 많으니깐 조금씩 넘어온 거거든”


1970, 80년대 판로를 개척해 낸 제주도민들은 영도구민의 30퍼센트나 차지했다. 지금은 확연히 줄었지만 아직도 자식의 손자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로써 영도구 대교동 사거리 제주특별자치도민회관이 있는 게 이해가 되었고, 1998년 개업한 제주은행의 발자취도 가늠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영도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싶으면 제주도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점집, 용하긴 용하나?



제주은행에 비하면 영도다리 밑의 점집은 제법 알려진 내용이다. 피란 행렬에 몸을 실었던 어르신들은 대부분 ‘점바치’ 골목이라 부르신다. 용어 자체는 점쟁이의 방언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아무튼 한 평 남짓한 공간의 점집이 가족을 잃은 피란민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남쪽으로 내려가 손을 놓아 버린 부부 또 친척까지, 어딘지는 몰라도 부산의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해버린다. 해설사님은 기나긴 피란길 끝에 다다른 영도다리를 보고 마냥 좋지는 않았다고 하셨다.


연안정비사업으로 사라진 점바치 골목, 이동식 철학관이 쓸쓸해 보인다 ©강태호

▲ 연안정비사업으로 사라진 점바치 골목, 이동식 철학관이 쓸쓸해 보인다 ©강태호


“난 어려서 잘 몰랐지. 집에서 출발할 때 부산에 간다고 하는데 영도다리로 간다고 하는 거야.

그냥 부모님도 무작정 죽기 싫으니깐 가는 거라고. 도착하고 나서 되게 기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어.

비명소리, 애기 울음소리 또 뭐 누구 잡으러 가고 쫓기고 아무튼 그런 분위기였거든. 사실 만남의 다리가 아니라 눈물의 다리지.

심지어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다니깐. 점쟁이한테 말해봐야 뭐하노. 오다가 죽은 사람은 뭐 그거로 끝나는 거지”


한때 50여 곳이 성업했으나 용했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희망, 단지 그것이 필요했을 뿐이다. 누구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미친 듯이 기뻐하고 누구는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하며 누구는 아직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렇다고 점집이 용해서 찾아간 것도 아니다. 진짜 ‘언제쯤 올까’,  ‘살아는 있을까’ 너무 답답해서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조그마한 상점을 운영하는 덕수가 이 분위기를 잘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전차 종점으로 가주세요



전차 종점은 생소했다. 전차가 영도까지 드나들었던 건 사실이고 노선도를 유심히 본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택시를 타고서 “전차 종점 쪽으로 가주세요”라는 사람이 있어 이상했었다.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동승하며 들었던 이야기라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해설사님은 전찻길이 없어진 게 더 신기하다고 하셨다.


1991년 12월 21일, 남항동2가 244-1 위치에 영도 전차 종점 기념비가 세워졌다 ©강태호

▲ 1991년 12월 21일, 남항동2가 244-1 위치에 영도 전차 종점 기념비가 세워졌다 ©강태호


남항시장 내부의 일부 모습, 전차 종점이 없었다면 시장도 없었을 것이다 ©강태호

▲ 남항시장 내부의 일부 모습, 전차 종점이 없었다면 시장도 없었을 것이다 ©강태호


“1934년 영도다리 전차가 생기면서 영도의 중심이 전차 종점이 된 거야.

거기 보면 지금 비석도 있어. 1968년에 없어졌잖아? 그전에는 전차 도로가 있었지.

나도 어릴 때 타고 다녔어. 고등학교 때였는데 2원 50전인가 그랬지.

영도다리 공사할 때 총 360만 원이 들었다고 하던데 당시 노임은 기술직 일당이 하루 60전을 줬었대.

30년 사이 물가가 엄청 불어난 거지”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앞에는 당시의 전차 한 대가 놓여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전차라 보존가치가 있었고 지금은 개방하여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기념촬영 장소가 되었다. 당시의 노선도를 보면 법원 근처에서 출발해 영도 전차 종점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있고, 또 남포동에서 환승하여 동래구 온천장까지 갈 수 있었다. 지금의 남항시장과 주변 상권은 전차 종점이 들어서며 생겨나고 커질 수 있었던 것이다.


황동음 영도구 문화해설사 회장님, 영도의 역사책이기도 하다 ©강태호

▲ 황동음 영도구 문화해설사 회장님, 영도의 역사책이기도 하다 ©강태호


영도웰컴센터는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하나, 구석진 곳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것도 아니고 또 들른다 해도 해설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고, 또 그것을 말할 수 있어 좋다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영도를 소개할 책자 하나 없는 게 어이가 없어 구청장을 찾아간 것이 영도 사랑의 시작이었다. 다시 갈 수 없는 함경남도를 뒤로 하고 제 2의 인생을 이곳에서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기에 사람의 인생이 곧 역사란 말이 있는 듯하다. 형식적인 관광지 안내 보다 그 곳에 담겨진 진솔한 인생 이야기, 앞으로도 해설사님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 공간 정보(영도웰컴센터)

주소 : 부산광역시 영도구 봉래나루로 79 영도웰컴센터

운영시간 : 9:00 ~ 18:00

연락처 : 051-419-4048


○ 공간 정보(영도 전차 종점 기념비)

위치 : 부산광역시 영도구 남항동2가 244-1


○ 관련 링크

영도웰컴센터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yeongdowelcome


○ 사진 촬영_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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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강태호

2019 [인문쟁이 5기]


강태호는 인문학집필연구소 한주서가 대표 작가이다. 제10회 해양문학상에 입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입상작인 중편소설 <바다 몬스터>는 문장 아래 문장을 숨겨놓았다며 호평을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천 만 영화 속 부산을 걷는다》가 있으며 기획출판, 첨삭, 글쓰기 강의 등으로 ‘글’의 매력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관광, 인권, 문화제 등 공기관에서 주관하는 SNS 기자단에 참여하며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자 노력 중이다. 망각된 역사를 알리려는 의지가 강해 인문학적으로 어떤 해석을 풀어낼지 앞으로가 기대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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