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고암 이응노 화백이 올해로 도불(渡佛)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생가기념관에서 그의 전시가 한창이다. 한반도에 전례 없는 평화의 기운이 감도는 요즘, 평생에 걸쳐 평화와 어울림을 꿈꾸었던 고암 이응노의 작품이 유난히 떠오른다.
▲ 대전 이응노미술관 외관 ⓒ정수림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품은 화가
이응노는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서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해강 김규진으로부터 문인화와 서예를 배웠고, 20세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며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화가로서 자리를 잡을 무렵,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서양화를 공부하며 전통적인 화법으로부터의 변화를 모색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 전시 ‘이응노, 낯선 귀향’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장 ⓒ정수림
세계 미술계로 진출하기 위해 1960년 파리에 정착한 이응노는 당시 미술 사조였던 추상 미술의 영향을 받아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반정부 간첩단 사건인 ‘동백림사건’에 연루되면서 국내로 강제 소환되어 옥고를 치렀고, 이후 또다시 다른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며 입국이 금지되었다.
국내외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와중에도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특히 이응노의 대표작인 <군상> 시리즈에는 그가 가졌던 평화 대한 이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89년, 그는 끝내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파리의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고향의 정서를 담아낸 미술관
그가 세상을 떠나고 11년 후, 서울 평창동에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했다. 2005년 이곳이 폐관하자 대전광역시가 소장품을 인수하여 2007년 5월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열었다. 이후 독립 법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으로 출범하여 현재까지 전시, 연구, 출판, 교육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건물 내 카페에서 바라본 대전 이응노미술관 앞 공원 ⓒ정수림
▲ 감각적인 조형물이 설치된 전시장 앞 천장 ⓒ정수림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작품 <수(壽)>를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상징화한 결과물로, ‘상징’, ‘산책’, ‘담과 마당’ 그리고 ‘자연’으로 나누어져 있다. 네 공간 사이의 다양한 연계를 통해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전시 관람을 가능하게 했다. 공원을 조성하여 야외에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자연 친화적인 특징을 부각한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 전시 공간 외에 마련된 다양한 공간들은 이응노의 작품 속에 깃든 옛 고향의 정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 대전 이응노미술관 앞 전경 ⓒ정수림
▲ 대전 이응노미술관 앞 전경 ⓒ정수림
평화의 화가 이응노를 기리다
▲ 전시 ‘이응노, 낯선 귀향’ 포스터가 부착된 외관 ⓒ정수림
▲ 전시 ‘이응노, 낯선 귀향’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장 ⓒ정수림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 화백의 도불(渡佛) 60주년을 기념하여 <이응노, 낯선 귀향>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학예연구사 마엘 벨렉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좋은 기회다. 덧붙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를 수놓은 그림>전에서도 이응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근대 역사 속 그의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대전 전시와 더불어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연극을 하다 뒤늦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채로운 체험은 삶의 요체다. 부족한 소양을 길러내기 위해 인문쟁이 활동을 시작했고, 연극을 비롯한 영화, 전시, 여행 등 함께 경험하고 논하는 것을 좋아한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기뻐하며 쉽게 진지해진다. 2남 1녀 중 둘째라 불필요한 애교가 많고, 잠이 많으나 밤새는 일을 즐기며,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순간은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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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대전 이응노미술관’
인문쟁이 정수림
2018-09-27
▲ 대전 이응노미술관 외관 ⓒ정수림
한국 현대미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고암 이응노 화백이 올해로 도불(渡佛)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생가기념관에서 그의 전시가 한창이다. 한반도에 전례 없는 평화의 기운이 감도는 요즘, 평생에 걸쳐 평화와 어울림을 꿈꾸었던 고암 이응노의 작품이 유난히 떠오른다.
▲ 대전 이응노미술관 외관 ⓒ정수림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품은 화가
이응노는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서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해강 김규진으로부터 문인화와 서예를 배웠고, 20세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며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화가로서 자리를 잡을 무렵,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서양화를 공부하며 전통적인 화법으로부터의 변화를 모색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 전시 ‘이응노, 낯선 귀향’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장 ⓒ정수림
세계 미술계로 진출하기 위해 1960년 파리에 정착한 이응노는 당시 미술 사조였던 추상 미술의 영향을 받아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반정부 간첩단 사건인 ‘동백림사건’에 연루되면서 국내로 강제 소환되어 옥고를 치렀고, 이후 또다시 다른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며 입국이 금지되었다.
국내외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와중에도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특히 이응노의 대표작인 <군상> 시리즈에는 그가 가졌던 평화 대한 이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89년, 그는 끝내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파리의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고향의 정서를 담아낸 미술관
그가 세상을 떠나고 11년 후, 서울 평창동에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했다. 2005년 이곳이 폐관하자 대전광역시가 소장품을 인수하여 2007년 5월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열었다. 이후 독립 법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으로 출범하여 현재까지 전시, 연구, 출판, 교육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건물 내 카페에서 바라본 대전 이응노미술관 앞 공원 ⓒ정수림
▲ 감각적인 조형물이 설치된 전시장 앞 천장 ⓒ정수림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작품 <수(壽)>를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상징화한 결과물로, ‘상징’, ‘산책’, ‘담과 마당’ 그리고 ‘자연’으로 나누어져 있다. 네 공간 사이의 다양한 연계를 통해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전시 관람을 가능하게 했다. 공원을 조성하여 야외에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자연 친화적인 특징을 부각한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 전시 공간 외에 마련된 다양한 공간들은 이응노의 작품 속에 깃든 옛 고향의 정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 대전 이응노미술관 앞 전경 ⓒ정수림
▲ 대전 이응노미술관 앞 전경 ⓒ정수림
평화의 화가 이응노를 기리다
▲ 전시 ‘이응노, 낯선 귀향’ 포스터가 부착된 외관 ⓒ정수림
▲ 전시 ‘이응노, 낯선 귀향’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장 ⓒ정수림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 화백의 도불(渡佛) 60주년을 기념하여 <이응노, 낯선 귀향>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학예연구사 마엘 벨렉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좋은 기회다. 덧붙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를 수놓은 그림>전에서도 이응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근대 역사 속 그의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대전 전시와 더불어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 공간 정보
주소 : 대전 서구 둔산대로 157 이응노미술관
운영시간 :
- 11월~2월 10:00 ~ 18:00
- 3월~10월 10:00 ~ 19:00
*수요일은 21:00까지, 월요일 휴무
문의 042-611-9800
○ 전시 정보
- 고암 이응노 도불 60주년 기념 국제전 <이응노, 낯선 귀향> : 2018.7.13.-.9.30
- 2018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파리의 한국 화가들 1950-1969>: 2018.10.12.-12.26.
- 2018 아트랩대전 <이윤희> : 2018.9.4.-9.26
장소 정보
2018 [인문쟁이 4기]
연극을 하다 뒤늦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채로운 체험은 삶의 요체다. 부족한 소양을 길러내기 위해 인문쟁이 활동을 시작했고, 연극을 비롯한 영화, 전시, 여행 등 함께 경험하고 논하는 것을 좋아한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기뻐하며 쉽게 진지해진다. 2남 1녀 중 둘째라 불필요한 애교가 많고, 잠이 많으나 밤새는 일을 즐기며,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순간은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대전과 친구가 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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