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힘들었던 나의 대학 시절에 음악은 나를 위로하던 유일한 존재였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답답함을 음악으로 치유하곤 했다. 그런 팍팍한 현실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던 록밴드가 있었으니, 바로 마왕 신해철이 이끌던 ‘넥스트(N.EX.T)’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록밴드가 있나요?
지금의 음악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음악과 많이 다르다. ‘빌보드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음악도 내게는 그저 시끄럽고 어지러운 율동의 조합으로 보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나 역시 내가 성장하고 고민하던 때 듣던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KBS에서 방영하는 <콘서트7080>을 즐겨 본다.“아직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록밴드가 있나요?”누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주저없이 마왕 신해철의 넥스트를 꼽고 싶다. 왜 넥스트를 그리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넥스트를 좋아한다.
▲사진1 분당 신해철거리의 마왕 동상과 가벽
▲사진2 분당 신해철음악실에 전시된 마왕의 앨범
내 마음속의 영원한 아이돌 신해철
1980년대에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던 가요제는 7080세대에겐 꿈의 무대였다. 그중에서 <대학가요제>(2012년 아쉽게 폐지)에는 사랑, 인생에 관한 노래뿐 아니라 당시 사회에 대한 저항정신을 담은 록음악도 많았다. 하긴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음악에 저항정신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해철은 그 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났다.
2015년 tvN에서 방송된 <응답하라 1988>에서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리메이크한 노래가 나왔을 때 한 장면이 떠올랐다. 1988년 12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에 신해철이 이끄는 ‘무한궤도’(신해철, 조형곤, 조현찬, 김재홍, 조현문)가 올랐고, 신디사이저 특유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희대의 명곡 ‘그대에게’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당시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무한궤도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때부터 신해철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7080세대인 나에게는 신해철이 아이돌이나 다름이 없다.
▲사진3 신해철거리의 가사 안내판
신해철은 무한궤도 보컬로 데뷔해서 1992년 밴드 넥스트를 결성했다. 아마 7080세대라면 이 밴드를 다 알 것이다. 당시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록밴드 ‘시나위’를 마지막으로 록음악이 설 자리를 잃고 있을 때 신해철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록뮤직의 계보를 이어나갔고, 1990년대 대중음악계를 주름잡았다.
▲사진4 신해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 생전에 입던 옷들
무한궤도와 넥스트의 히트곡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인형의 기사’,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에 그가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 나는 마왕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의 20~30대를 신해철 음악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기에 그 충격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신해철거리와 음악작업실 그리고 버스킹
비록 신해철은 하늘로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항상 곁에 있다. 분당에 신해철거리가 조성돼 언제나 그의 삶과 음악을 추억할 수 있다. 신해철거리는 올해 2월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조성됐다. 이곳에 신해철거리를 조성한 이유는 마왕의 생전 음악작업실이 수내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신해철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언제든지 와서 그의 발자취와 흔적을 느끼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은 성남시에서 관리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개방한다. (단, 공휴일 제외.)
▲사진5 신해철거리 입구(화살표 방향으로 따라가면 신해철 음악작업실이 나온다)
▲사진7 신해철 음악작업실
신해철거리에서는 분기에 한번씩 행사가 열린다. 지난 6월 23일(토)에서 이곳에서 ‘그대에게’란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마왕 팬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6월 30일(토)과 7월 7일(토)에도 같은 이름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신해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를 다시 만나볼 수 있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진9 신해철거리 이벤트 그대에게 홍보 팸플릿
▲사진10 분기마다 열리는 신해철거리 이벤트 공연
▲사진11 분기마다 열리는 신해철거리 공연 장면
신해철은 항상 무대 마지막 곡으로 ‘민물장어의 꿈’을 불렀다. 또한 그는 자신의 묘비에 ‘민물장어의 꿈’ 가사가 적혀 있을 거라고 했다. 노래처럼 민물(하늘)에 도착한 마왕 신해철은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처럼 정말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알았을까?
이재형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7년째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후 요즘은 아내와 어디론가 여행 떠나기를 좋아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처럼. 은퇴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히 하며 ‘갑분싸’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 2모작을 인문쟁이와 함께 하면서 여행과 인문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세계에서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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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영원한 아이돌 신해철
신해철거리와 그의 음악실을 찾아서
인문쟁이 이재형
2018-07-10
유난히 힘들었던 나의 대학 시절에 음악은 나를 위로하던 유일한 존재였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답답함을 음악으로 치유하곤 했다. 그런 팍팍한 현실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던 록밴드가 있었으니, 바로 마왕 신해철이 이끌던 ‘넥스트(N.EX.T)’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록밴드가 있나요?
지금의 음악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음악과 많이 다르다. ‘빌보드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음악도 내게는 그저 시끄럽고 어지러운 율동의 조합으로 보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나 역시 내가 성장하고 고민하던 때 듣던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KBS에서 방영하는 <콘서트7080>을 즐겨 본다.“아직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록밴드가 있나요?”누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주저없이 마왕 신해철의 넥스트를 꼽고 싶다. 왜 넥스트를 그리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넥스트를 좋아한다.
▲사진1 분당 신해철거리의 마왕 동상과 가벽
▲사진2 분당 신해철음악실에 전시된 마왕의 앨범
내 마음속의 영원한 아이돌 신해철
1980년대에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던 가요제는 7080세대에겐 꿈의 무대였다. 그중에서 <대학가요제>(2012년 아쉽게 폐지)에는 사랑, 인생에 관한 노래뿐 아니라 당시 사회에 대한 저항정신을 담은 록음악도 많았다. 하긴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음악에 저항정신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해철은 그 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났다.
장소 정보
2018, 2019 [인문쟁이 4,5기]
이재형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7년째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후 요즘은 아내와 어디론가 여행 떠나기를 좋아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처럼. 은퇴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히 하며 ‘갑분싸’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 2모작을 인문쟁이와 함께 하면서 여행과 인문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세계에서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하며.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내 마음속의 영원한 아이돌 신해철'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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