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삶의 부분을 기억에 남기고, 이따금씩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는 한다. 하지만 모든 삶이 항상 행복으로 가득하지 않듯 때때로 우리의 기억은 슬프거나 아프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어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그들의 상처, 우리 역사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어렵게 꺼내놓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의 참상을 알리고자 지난 해 12월 개관한 국립박물관이다. 강제동원이란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침략전쟁을 벌이기 위해 자행한 인적·물적 동원과 자금 통제를 말한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일본이 제정한 전시통제 기본법인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본격적인 강제동원이 이루어졌고, 이후 수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위해 군인이나 군무원, 노무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 되었다. 당시 강제동원의 대부분은 부산항을 거쳐 시작되었고, 해방 후의 강제동원 피해자의 귀환 또한 부산항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부산 대연동에 위치하고 있다.
▲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전경
첫 인상의 역사관은 건물의 회색 벽에 새겨진 독특한 음각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픈 기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역사관은 7층 건물에 2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있으며, 4층 입구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관람권을 받아 입장할 수 있다. 관람은 피해자들의 아픔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기억의 터널’에서부터 시작한다.
기억의 터널에서는 강제동원의 피해자들의 모습을 하얀 그림자로 나타냈는데, 이들이 까만 터널을 쉬지 않고 걷는 고단한 모습과 서러운 읊조림을 보여줌으로써 강제 동원되어 겪었던 절망적인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 기억의 터널
기억의 터널을 지나 들어온 상설전시실Ⅰ에서는 강제동원의 배경이 되는 제국주의와 식민지전쟁을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강제동원의 피해 현황, 강제동원 피해자의 해방과 귀환, 일본에 대한 피해보상의 법적 청구에 이르기까지 강제동원 피해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전시물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증품이나 유품 등과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진술이 담긴 영상과 음성의 재생장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당시의 상황을 그 무엇보다도 진실되게 전해주고 있다. 일제의 강압에 의해 피할 수도 없이 강제동원되었다는 할아버지의 진술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미처 그 아픔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한 우리를 돌이켜보도록 만든다.
▲ 강제동원 피해 진술 음성 재생장치
계단을 따라 한 층을 오르면 5층의 상설전시실Ⅱ로 전시가 이어진다. 기록과 유물들이 주를 이루는 4층과 달리 5층은 탄광, 조선인 노무자 숙소, 일본군 위안소, 중·서부 태평양 전선 등 강제동원의 현장을 재현해 놓았다. 이 중 ‘다코베야(문어방)’라고도 불렸다는 조선인 노무자 숙소는 강제동원을 못 견뎌 탈출하거나 생산량이 부실한 조선인을 가두고 폭력을 행사하던 곳인데, 재현 공간 안에 당시 상황을 극화한 영상물이 재생되고 있어 비인도적으로 이루어진 강제동원의 현장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 ‘타코베야’로 불린 조선인 노무자 숙소를 재현한 공간
이날 기획전시실에서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첫 기획전시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사라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획전 ‘지지 않은 꽃’의 출품되었던 작품들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징병, 강제징용, 정신대 등의 피해에 대한 만화작품들을 더하여 기획한 전시로, 의미 있는 여러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시 모습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역사관 탐방’이나 ‘학예사’와 함께하는 역사관 직업체험’과 같은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또한 지난 8월에는 강제동원 희생자를 기리는 전국합동위령제를 열어 추도기념 시설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아픈 역사를 담아내고 있어 관람 후에 느끼는 씁쓸한 마음은 크다. 그렇지만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용기를 내어 드러낸 분들을 위해서, 우리도 그 아픔을 마주해야 한다. 아물지 못한 역사를 우리 모두가 감싸 안아주기를 기대한다.
임소정은 경성대, 해운대, 서면 등 부산시내 곳곳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모처럼 생긴 자유시간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데, 어떤 상황과 생각을 계기로 사람이 성장하는가가 가장 궁금하다. 인문학을 전공하고도 인문학을 아직 모르는 자신을 위해, 또 인문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인문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sojoung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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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을 마주하다 :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아픈 기억을 마주하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인문쟁이 임소정
2016-10-24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삶의 부분을 기억에 남기고, 이따금씩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는 한다. 하지만 모든 삶이 항상 행복으로 가득하지 않듯 때때로 우리의 기억은 슬프거나 아프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어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그들의 상처, 우리 역사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어렵게 꺼내놓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의 참상을 알리고자 지난 해 12월 개관한 국립박물관이다. 강제동원이란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침략전쟁을 벌이기 위해 자행한 인적·물적 동원과 자금 통제를 말한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일본이 제정한 전시통제 기본법인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본격적인 강제동원이 이루어졌고, 이후 수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위해 군인이나 군무원, 노무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 되었다. 당시 강제동원의 대부분은 부산항을 거쳐 시작되었고, 해방 후의 강제동원 피해자의 귀환 또한 부산항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부산 대연동에 위치하고 있다.
▲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전경
첫 인상의 역사관은 건물의 회색 벽에 새겨진 독특한 음각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픈 기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역사관은 7층 건물에 2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있으며, 4층 입구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관람권을 받아 입장할 수 있다. 관람은 피해자들의 아픔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기억의 터널’에서부터 시작한다.
기억의 터널에서는 강제동원의 피해자들의 모습을 하얀 그림자로 나타냈는데, 이들이 까만 터널을 쉬지 않고 걷는 고단한 모습과 서러운 읊조림을 보여줌으로써 강제 동원되어 겪었던 절망적인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 기억의 터널
기억의 터널을 지나 들어온 상설전시실Ⅰ에서는 강제동원의 배경이 되는 제국주의와 식민지전쟁을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강제동원의 피해 현황, 강제동원 피해자의 해방과 귀환, 일본에 대한 피해보상의 법적 청구에 이르기까지 강제동원 피해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전시물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증품이나 유품 등과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진술이 담긴 영상과 음성의 재생장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당시의 상황을 그 무엇보다도 진실되게 전해주고 있다. 일제의 강압에 의해 피할 수도 없이 강제동원되었다는 할아버지의 진술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미처 그 아픔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한 우리를 돌이켜보도록 만든다.
▲ 강제동원 피해 진술 음성 재생장치
계단을 따라 한 층을 오르면 5층의 상설전시실Ⅱ로 전시가 이어진다. 기록과 유물들이 주를 이루는 4층과 달리 5층은 탄광, 조선인 노무자 숙소, 일본군 위안소, 중·서부 태평양 전선 등 강제동원의 현장을 재현해 놓았다. 이 중 ‘다코베야(문어방)’라고도 불렸다는 조선인 노무자 숙소는 강제동원을 못 견뎌 탈출하거나 생산량이 부실한 조선인을 가두고 폭력을 행사하던 곳인데, 재현 공간 안에 당시 상황을 극화한 영상물이 재생되고 있어 비인도적으로 이루어진 강제동원의 현장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 ‘타코베야’로 불린 조선인 노무자 숙소를 재현한 공간
이날 기획전시실에서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첫 기획전시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사라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획전 ‘지지 않은 꽃’의 출품되었던 작품들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징병, 강제징용, 정신대 등의 피해에 대한 만화작품들을 더하여 기획한 전시로, 의미 있는 여러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시 모습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역사관 탐방’이나 ‘학예사’와 함께하는 역사관 직업체험’과 같은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또한 지난 8월에는 강제동원 희생자를 기리는 전국합동위령제를 열어 추도기념 시설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아픈 역사를 담아내고 있어 관람 후에 느끼는 씁쓸한 마음은 크다. 그렇지만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용기를 내어 드러낸 분들을 위해서, 우리도 그 아픔을 마주해야 한다. 아물지 못한 역사를 우리 모두가 감싸 안아주기를 기대한다.
사진= 임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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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참고문헌
동아일보 2015.12.10. “아픈 역사 되풀이 말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문연다
*공간안내
부산광역시 남구 홍곡로 320번길 100(대연동 산 204-1)
☎ 051-629-8600
운영시간 : 10:00-18:00(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관련링크
홈페이지 museum.ilje.or.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useum.ilje
장소 정보
[인문쟁이 2기]
임소정은 경성대, 해운대, 서면 등 부산시내 곳곳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모처럼 생긴 자유시간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데, 어떤 상황과 생각을 계기로 사람이 성장하는가가 가장 궁금하다. 인문학을 전공하고도 인문학을 아직 모르는 자신을 위해, 또 인문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인문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sojoung_@naver.com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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