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은 강연과 공연을 통해 인문·예술을 풀어보는 토크콘서트로, 지난해 10월부터 예술가의 집에서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다. 1월 14일, 2016년 첫 순서에서는 음악평론가 장일범과 함께 러시아 음악을 만나보았다.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가득 찼고, 시작 전부터 훈훈한 열기가 넘쳤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의 사회로 막이 오르고, ‘클래식, 공연, 음반, 방송, 시대&사람, 트렌드, 현대음악, 한국음악, 성악, 러시아’라는 열 개의 키워드로 대화를 나눠보는 1부가 진행되었다. 짧은 시간동안 한번에 다루기에는 버거운 주제들이었지만, 장일범은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어 객석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KBS 라디오 ‘장일범의 가정음악’을 6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장일범의 쉽고 재미있는 해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토크콘서트에서는 한국외대 재학 당시 음악 동아리에서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을 주제로 발표하던 일화 등 음악의 길에 이르기까지의 사연들도 함께 나누었다. 어린시절부터 팝송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가까이 해왔던 그는, 러시아어를 전공하던 대학시절에 접한 러시아 민요에서 특히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재치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기 쉽게 전해주고 있다.
클래식을 듣는 순서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특정한 순서를 따르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음악 또는 대표적인 명곡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감상의 폭을 넓혀보기를 추천했다. 관심이 가는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그 음악가의 다른 작품들을 들어본 뒤, 그 시대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 그리고 다른 시대의 음악들에까지 차츰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익숙하거나 마음을 끄는 작품이라면 어느 곡이든 출발점이 될 수 있다니, 클래식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키워드 토크를 마치고, 러시아 음악의 정서가 깊이 배어있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을 함께 감상해보았다. 작품을 듣기에 앞서 장일범은 이 음악가들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상황에서 이 작품을 썼는지 소개해 주었다. 악장별로 나누어 들어보면서는 이들이 어떤 악기를 통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에도 접해보았던 곡들이지만, 이렇게 작곡 과정을, 그리고 배경이 되는 정서와 그것이 표현된 기법을 이해하면서 감상하니 너무나 새롭게 들렸다. 그리고 훨씬 진한 감동이 마음 깊은 곳까지 밀려왔다.
이어진 마지막 순서, ‘장일범과 프렌즈’의 연주는 더욱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장일범의 노래와 러시아 연주자들의 아코디언, 바이올린, 피아노, 발랄라이카 선율로 러시아 민요들을 들려주었는데, 연주하는 곡마다 배경이 되는 삶의 모습과 사연들도 함께 소개했다. 러시아의 민속 현악기인 발랄라이카를 자세히 보여주며 악기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다.
성악가 못지않은 장일범의 노래와 여러 악기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진지했던 강연장은 열광적인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앵콜 요청이 계속되어 여러 곡을 더 들을 수 있었다. 손뼉도 치고, 후렴 부분을 함께 부르기도 하면서, 바깥의 한파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모두가 음악을 즐겼다.
감동으로 벅찬 가슴을 안고 돌아오는 길, 이번 토크콘서트의 부제였던 ‘러시아 음악의 신비’가 무엇인지를 문득 깨달았다. 러시아 음악에는, 혹독한 환경에서 이어온 러시아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거대하고 척박한 땅, 힘겨운 삶 속에서 음악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의 작가이기도 한,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시구를 빌리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서 ‘기쁨의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고 삶을 계속해나가게 하는 동력이, 바로 이 음악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 짓눌리고 추위에 움츠러든 겨울밤에 만난 러시아 음악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다시 내일을 준비할 힘을 주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그 음악들이, 지금 여기, 또 다른 힘겨운 삶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도 따뜻한 격려를 전해주고 있다. 인간의 삶을 담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을 살아나갈 용기를 주는 것 - 예술을 만나는 ‘오늘’의 인문학적 의미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엄소연은 경기 고양시에 살고,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한다. 춤과 음악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무대에서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서든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더 많은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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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콘서트 오늘' 장일범 편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삶의 노래
인문쟁이 엄소연
2016-03-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은 강연과 공연을 통해 인문·예술을 풀어보는 토크콘서트로, 지난해 10월부터 예술가의 집에서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다. 1월 14일, 2016년 첫 순서에서는 음악평론가 장일범과 함께 러시아 음악을 만나보았다.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가득 찼고, 시작 전부터 훈훈한 열기가 넘쳤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의 사회로 막이 오르고, ‘클래식, 공연, 음반, 방송, 시대&사람, 트렌드, 현대음악, 한국음악, 성악, 러시아’라는 열 개의 키워드로 대화를 나눠보는 1부가 진행되었다. 짧은 시간동안 한번에 다루기에는 버거운 주제들이었지만, 장일범은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어 객석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KBS 라디오 ‘장일범의 가정음악’을 6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장일범의 쉽고 재미있는 해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토크콘서트에서는 한국외대 재학 당시 음악 동아리에서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을 주제로 발표하던 일화 등 음악의 길에 이르기까지의 사연들도 함께 나누었다. 어린시절부터 팝송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가까이 해왔던 그는, 러시아어를 전공하던 대학시절에 접한 러시아 민요에서 특히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재치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기 쉽게 전해주고 있다.
클래식을 듣는 순서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특정한 순서를 따르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음악 또는 대표적인 명곡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감상의 폭을 넓혀보기를 추천했다. 관심이 가는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그 음악가의 다른 작품들을 들어본 뒤, 그 시대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 그리고 다른 시대의 음악들에까지 차츰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익숙하거나 마음을 끄는 작품이라면 어느 곡이든 출발점이 될 수 있다니, 클래식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키워드 토크를 마치고, 러시아 음악의 정서가 깊이 배어있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을 함께 감상해보았다. 작품을 듣기에 앞서 장일범은 이 음악가들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상황에서 이 작품을 썼는지 소개해 주었다. 악장별로 나누어 들어보면서는 이들이 어떤 악기를 통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에도 접해보았던 곡들이지만, 이렇게 작곡 과정을, 그리고 배경이 되는 정서와 그것이 표현된 기법을 이해하면서 감상하니 너무나 새롭게 들렸다. 그리고 훨씬 진한 감동이 마음 깊은 곳까지 밀려왔다.
이어진 마지막 순서, ‘장일범과 프렌즈’의 연주는 더욱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장일범의 노래와 러시아 연주자들의 아코디언, 바이올린, 피아노, 발랄라이카 선율로 러시아 민요들을 들려주었는데, 연주하는 곡마다 배경이 되는 삶의 모습과 사연들도 함께 소개했다. 러시아의 민속 현악기인 발랄라이카를 자세히 보여주며 악기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다.
성악가 못지않은 장일범의 노래와 여러 악기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진지했던 강연장은 열광적인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앵콜 요청이 계속되어 여러 곡을 더 들을 수 있었다. 손뼉도 치고, 후렴 부분을 함께 부르기도 하면서, 바깥의 한파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모두가 음악을 즐겼다.
감동으로 벅찬 가슴을 안고 돌아오는 길, 이번 토크콘서트의 부제였던 ‘러시아 음악의 신비’가 무엇인지를 문득 깨달았다. 러시아 음악에는, 혹독한 환경에서 이어온 러시아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거대하고 척박한 땅, 힘겨운 삶 속에서 음악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의 작가이기도 한,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시구를 빌리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서 ‘기쁨의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고 삶을 계속해나가게 하는 동력이, 바로 이 음악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 짓눌리고 추위에 움츠러든 겨울밤에 만난 러시아 음악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다시 내일을 준비할 힘을 주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그 음악들이, 지금 여기, 또 다른 힘겨운 삶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도 따뜻한 격려를 전해주고 있다. 인간의 삶을 담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을 살아나갈 용기를 주는 것 - 예술을 만나는 ‘오늘’의 인문학적 의미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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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정보
[인문쟁이 1,2기]
엄소연은 경기 고양시에 살고,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한다. 춤과 음악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무대에서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서든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더 많은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 like_ballet@naver.com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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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뿔처럼 생긴 강이 있는 서울 월계동의 녹천마을 1화
지역N문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 김용걸 편
인문쟁이 전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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