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청년들은 더 개성을 원하고,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욕구일까? 사회적 요구일까?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의 인생까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태어나고, 자라서, 죽는다. 인간의 생에 개별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들은 존재했었겠지만,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죽기 전에 삶을 고민하고,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아마도 인류의 근대(近代)는 이런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잠시나마 접게 해주었던 것 같다. 급속한 발전에 따른, 삶의 질의 성장은 인간이 살아가야할 방향을 정해주었다. 모두가 성장과 효율의 깃발 아래에서, 발전의 영광을 누리며 인간임을 감사히 여기고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같은 인문학적 물음은 잠시 접어도 좋았다. 더 이상 인간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지 않으며, 성장과 소비의 기쁨 속에서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現代)에 성장과 효율이란 깃발은 더 이상 인간 삶의 방향을 알려주지 못하는 듯하다. 실업률은 높아가고, 사회 안전망에는 계속해서 의문만 커져가고 있다. 가족과 삶을 지켜준다던 기업들은 도리어 생존을 이유로 직원들을 잘라낸다. 산업화 이후로 정착되었던 삶의 안정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현재 20대의 청년들은 요즘 말로 ‘멘붕’의 연속이다. 교육 받는 내내, 근대적 인간으로써 ‘대학-취직-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길에 적합한 인간으로 키워져 왔는데 취직부터 막혀 어찌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게다가 저임금 아르바이트, 높은 등록금, 열악한 주거 등 인생의 길 앞에 희생되어왔던 많은 것들이 취직이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문제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혹은 새로운 삶을 구축해가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바로 여기, ‘동네백수’ 팀도 있다. 동네백수는 ‘자발적 백수들의 같이 잘 먹고 잘 살기. 실험실’ 이란 기치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안에서 동네백수 팀원인 권은지씨는 인문학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에 맞는 길을 찾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했던 일련의 과정을 프로그램화 하여 ‘모두의 발견’이란 이름으로 다른 청년들이 함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산 내에서 삶을 개척 중인 청년들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권은지씨를 만나 ‘동네백수’의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듣고, 왜 인문학인지, 삶 속에서 인문학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모두의 발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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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동네백수’ 권은지 팀원
문_모두의 발견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답_‘내 안으로 들어가 잊고 지내는 나를 발견하는 법, 주체적인 자아 발견 프로그램’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요. 매주 읽어야 하는 선정 도서, 매주 주어지는 발견과제와 발견액션, 매일 작성해야 하는 발견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적인 활동들을 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_책과 발견미션,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구성이 되나요?
답_감정과 감각, 자존, 가면과 맨얼굴, 용기와 같이 주제를 먼저 정했고, 이와 관련된 책들을 선정했어요.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중점적인 주제를 고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기본 설계를 했었죠.
문_나를 발견해 간다는 게 쉬운 거 같아 보이지만 어려운거 같아요. 과정을 만든 것은 단계에 따라서 배워나간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답_‘배워나간다’ 는 표현은 아닌 것 같고, ‘발견해 나간다’ 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책과 나를 견주어보며 읽고, 활동들을 통해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져요. 또 발견과제나 발견액션, 발견일기를 작성하며 과거의 나, 오늘 하루의 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발견해 나가고 있습니다.
문_프로그램을 참여했던 친구들은 어떤 변화를 느꼈나요?
답_실제로 1기의 경우에는 어떤 분이 프로그램을 참여하시다가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마지막 프로그램 날, ‘저 결국, 퇴사 했습니다.’ 하시고는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최근에 끝난 2기에 참여하셨던 분께서는 주변의 시선,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잊고 지내던 나를 발견하셨고,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미약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이지요.
평소에는 다들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뒤를 돌아보고 생각하기 보다는 대부분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잊고 지내던 과거의 나를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하기 위해 또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본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문_왜 인문학을 바탕으로한 내면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답_대학교 교양 시간에 동양 철학에 관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몇 백 년을 거쳐 온 인문 고전이라면, 그 시대에도 이런 고민을 했었다는 거잖아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문학을 읽으며 현 시대나 현재의 ‘나’에게 적용해서 생각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저자처럼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과 제 경험들이 잘 어우러졌을 때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인문학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문_본인이 생각하는 인문학과 그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답_인문학은 결국 사람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흔히 인문학은 역사, 철학, 문학으로 이야기가 많이 되는데,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앞을 보기 위한 공부였던 것 같아요. 현재의 삶에서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나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결국 과거에 있었던 것을 보고 뭔가 느끼는 지점이 있고, 그것을 통해 본인만의 통찰력이나 내공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현재에도 적용이 되겠지만, 좀 더 앞을 내다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일이 안 풀리거나 삶이 막막할 때, 동양 고전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요.
문_동년배 친구들과 인문학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나요?
답_각자 다른 삶을 살잖아요. 그 속에서도 비슷한 지점이 있기도 하고,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생각을 나누는 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2기 수업에 참여한 분께서 ‘사고가 확장된 것 같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다른 시각에서 본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사고가 확장되지 않나 싶어요.
제가 인문학에 조예가 깊거나 세계관이 뚜렷하다면, 제 주장을 강하게 할 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인문학이란 도구를 통해서 나를 끄집어내는 거 같아요. 제가 ‘청년들에게 인문학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지는 않거든요. 제가 그러했듯, 인문학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요.
▲<지금, 바로 여기> 촬영
문_‘지금 바로 여기’라는 인터뷰 활동도 하시잖아요. 인터뷰를 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답_인터뷰 프로젝트 <지금, 바로 여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결국 한 사람의 삶을 글로 풀고 녹여내는 거잖아요. 청년의 삶과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다른 청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진행할 때, ‘본인만의 삶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녹취를 풀고 원고를 쓰는 일주일 정도는 그 답에 대해 곱씹어 생각해봐요. 그러면서 인터뷰이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제 삶에도 적용해보는 것 같아요. 최근에 댄서 분을 인터뷰했는데요, 그 분의 삶의 철학은 ‘일단 해보자.’였어요. 사실 제가 시작을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망설이는 순간에,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적용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인터뷰 자료를 보는 청년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문_청년들의 삶을 취재하면서 이 속에서 인문학적 의미가 있을까요?
답_하고 싶은 일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본인만의 삶의 철학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의 답에서 인터뷰이의 삶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갈 때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이라는 시가 떠올라요.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하는 구절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책을 열 권 읽는 것보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문_지난 한해를 사자성어로 정리한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답_전인미답(前人未踏 :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뜻)이라 생각해요. 여태껏 이 사자성어가 와 닿지 않았거든요. 삶을 계속 스스로 만들어 갈지라도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의대 편입 공부를 할 때도 공부해야할 과목들이 정해져 있었고, 계획대로 따라가면 됐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따라갈 길이 없어요. 제 삶에서 계속해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전인미답이란 단어가 맞는 것 같아요.
오용택은 강과 바다가 가까운 부산 광안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자립을 꿈꾸다가 2015년 새해 결심으로 부모님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후, 부산 청년주거공동체 잘자리에 기거하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잘 살기 위해 나,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밥벌이를 위해 버둥거리던 중, 원고료가 탐이나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참에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더 자유로워지려고 한다.
yongtaek16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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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백수들의 같이 잘먹고 잘살기 실험실 ‘동네백수’
청년, 다시 내면의 길을 쫓다
인문쟁이 오용택
2016-02-19
왜 다시 인문학인가
지금의 청년들은 더 개성을 원하고,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욕구일까? 사회적 요구일까?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의 인생까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태어나고, 자라서, 죽는다. 인간의 생에 개별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들은 존재했었겠지만,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죽기 전에 삶을 고민하고,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아마도 인류의 근대(近代)는 이런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잠시나마 접게 해주었던 것 같다. 급속한 발전에 따른, 삶의 질의 성장은 인간이 살아가야할 방향을 정해주었다. 모두가 성장과 효율의 깃발 아래에서, 발전의 영광을 누리며 인간임을 감사히 여기고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같은 인문학적 물음은 잠시 접어도 좋았다. 더 이상 인간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지 않으며, 성장과 소비의 기쁨 속에서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現代)에 성장과 효율이란 깃발은 더 이상 인간 삶의 방향을 알려주지 못하는 듯하다. 실업률은 높아가고, 사회 안전망에는 계속해서 의문만 커져가고 있다. 가족과 삶을 지켜준다던 기업들은 도리어 생존을 이유로 직원들을 잘라낸다. 산업화 이후로 정착되었던 삶의 안정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현재 20대의 청년들은 요즘 말로 ‘멘붕’의 연속이다. 교육 받는 내내, 근대적 인간으로써 ‘대학-취직-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길에 적합한 인간으로 키워져 왔는데 취직부터 막혀 어찌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게다가 저임금 아르바이트, 높은 등록금, 열악한 주거 등 인생의 길 앞에 희생되어왔던 많은 것들이 취직이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문제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혹은 새로운 삶을 구축해가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바로 여기, ‘동네백수’ 팀도 있다. 동네백수는 ‘자발적 백수들의 같이 잘 먹고 잘 살기. 실험실’ 이란 기치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안에서 동네백수 팀원인 권은지씨는 인문학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에 맞는 길을 찾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했던 일련의 과정을 프로그램화 하여 ‘모두의 발견’이란 이름으로 다른 청년들이 함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산 내에서 삶을 개척 중인 청년들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권은지씨를 만나 ‘동네백수’의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듣고, 왜 인문학인지, 삶 속에서 인문학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모두의 발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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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동네백수’ 권은지 팀원
문_모두의 발견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답_‘내 안으로 들어가 잊고 지내는 나를 발견하는 법, 주체적인 자아 발견 프로그램’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요. 매주 읽어야 하는 선정 도서, 매주 주어지는 발견과제와 발견액션, 매일 작성해야 하는 발견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적인 활동들을 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_책과 발견미션,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구성이 되나요?
답_감정과 감각, 자존, 가면과 맨얼굴, 용기와 같이 주제를 먼저 정했고, 이와 관련된 책들을 선정했어요.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중점적인 주제를 고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기본 설계를 했었죠.
문_나를 발견해 간다는 게 쉬운 거 같아 보이지만 어려운거 같아요. 과정을 만든 것은 단계에 따라서 배워나간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답_‘배워나간다’ 는 표현은 아닌 것 같고, ‘발견해 나간다’ 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책과 나를 견주어보며 읽고, 활동들을 통해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져요. 또 발견과제나 발견액션, 발견일기를 작성하며 과거의 나, 오늘 하루의 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발견해 나가고 있습니다.
문_프로그램을 참여했던 친구들은 어떤 변화를 느꼈나요?
답_실제로 1기의 경우에는 어떤 분이 프로그램을 참여하시다가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마지막 프로그램 날, ‘저 결국, 퇴사 했습니다.’ 하시고는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최근에 끝난 2기에 참여하셨던 분께서는 주변의 시선,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잊고 지내던 나를 발견하셨고,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미약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이지요.
평소에는 다들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뒤를 돌아보고 생각하기 보다는 대부분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잊고 지내던 과거의 나를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하기 위해 또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본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문_왜 인문학을 바탕으로한 내면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답_대학교 교양 시간에 동양 철학에 관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몇 백 년을 거쳐 온 인문 고전이라면, 그 시대에도 이런 고민을 했었다는 거잖아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문학을 읽으며 현 시대나 현재의 ‘나’에게 적용해서 생각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저자처럼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과 제 경험들이 잘 어우러졌을 때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인문학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문_본인이 생각하는 인문학과 그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답_인문학은 결국 사람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흔히 인문학은 역사, 철학, 문학으로 이야기가 많이 되는데,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앞을 보기 위한 공부였던 것 같아요. 현재의 삶에서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나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결국 과거에 있었던 것을 보고 뭔가 느끼는 지점이 있고, 그것을 통해 본인만의 통찰력이나 내공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현재에도 적용이 되겠지만, 좀 더 앞을 내다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일이 안 풀리거나 삶이 막막할 때, 동양 고전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요.
문_동년배 친구들과 인문학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나요?
답_각자 다른 삶을 살잖아요. 그 속에서도 비슷한 지점이 있기도 하고,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생각을 나누는 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2기 수업에 참여한 분께서 ‘사고가 확장된 것 같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다른 시각에서 본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사고가 확장되지 않나 싶어요.
제가 인문학에 조예가 깊거나 세계관이 뚜렷하다면, 제 주장을 강하게 할 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인문학이란 도구를 통해서 나를 끄집어내는 거 같아요. 제가 ‘청년들에게 인문학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지는 않거든요. 제가 그러했듯, 인문학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요.
▲<지금, 바로 여기> 촬영
문_‘지금 바로 여기’라는 인터뷰 활동도 하시잖아요. 인터뷰를 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답_인터뷰 프로젝트 <지금, 바로 여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결국 한 사람의 삶을 글로 풀고 녹여내는 거잖아요. 청년의 삶과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다른 청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진행할 때, ‘본인만의 삶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녹취를 풀고 원고를 쓰는 일주일 정도는 그 답에 대해 곱씹어 생각해봐요. 그러면서 인터뷰이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제 삶에도 적용해보는 것 같아요. 최근에 댄서 분을 인터뷰했는데요, 그 분의 삶의 철학은 ‘일단 해보자.’였어요. 사실 제가 시작을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망설이는 순간에,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적용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인터뷰 자료를 보는 청년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문_청년들의 삶을 취재하면서 이 속에서 인문학적 의미가 있을까요?
답_하고 싶은 일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본인만의 삶의 철학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의 답에서 인터뷰이의 삶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갈 때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이라는 시가 떠올라요.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하는 구절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책을 열 권 읽는 것보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문_지난 한해를 사자성어로 정리한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답_전인미답(前人未踏 :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뜻)이라 생각해요. 여태껏 이 사자성어가 와 닿지 않았거든요. 삶을 계속 스스로 만들어 갈지라도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의대 편입 공부를 할 때도 공부해야할 과목들이 정해져 있었고, 계획대로 따라가면 됐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따라갈 길이 없어요. 제 삶에서 계속해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전인미답이란 단어가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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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1기]
오용택은 강과 바다가 가까운 부산 광안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자립을 꿈꾸다가 2015년 새해 결심으로 부모님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후, 부산 청년주거공동체 잘자리에 기거하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잘 살기 위해 나,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밥벌이를 위해 버둥거리던 중, 원고료가 탐이나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참에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더 자유로워지려고 한다.yongtaek16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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