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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사진작가 윤광준

“여러분, 촘촘해집시다.”

김연수

2019-01-30


우리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즐길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부터 배운다. 전시회에서 접하는 유명작가의 작품, 수십만 원의 티켓을 주고 입장해야 들을 수 있는 공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가 늘 접하지만 알지 못하고 스쳐가는 것들이라 말하는 이가 있다. 사진작가이자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아트 워커라 불리는 사람. 바로 윤광준이다. 윤광준 작가는 최근 <심미안 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눈에 대해 말하고 심미안을 기르면 삶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을 느끼고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왜 필요할까.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펜 한 자루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그를 만나 비법을 들어 보았다.


사진작가 윤광준


Q. 작가님께서 이야기하는 심미안은 어떤 것인가요?

A. 아름다움을 읽어 내는 것입니다. 촘촘하게 사물을 들여다보세요.


심미안은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입니다. 사진, 여행, 일상용품 등 모든 것이 심미안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촘촘하게 일상의 사물을 들여다 보세요. 작은 차이를 알아내는 힘에서 감탄이 나오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작은 차이를 보는 능력은 개인의 취향과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항상 어느 소속으로 살았지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주장하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삶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다른 사람들이 다 이것이 좋다고 해도 나는 나의 것을 찾아보겠다고 나서는 삶이 멋진 삶이라고 봅니다.



Q. 세상과 사물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시력을 잃을 뻔하면서 제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비엔나에서 지내던 중 갑자기 오른쪽 눈이 침침해졌습니다. 검은 커튼이 가려지듯이 서서히 앞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죠. 빨리 한국에 가려고 했지만 비행기 표가 없어 며칠을 지체하고, 겨우 한국에 도착했더니 추석 연휴 기간이라 병원에 늦게 가게 됐죠. 의사가 눈이 멀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시력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지만, 그때 그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살아왔던 시간과 제가 했던 주장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크게 아쉽지 않더라고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아름다운 것도 실컷 보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것도 이 부분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심미안 수업>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되었죠.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애호가로서 아름다움을 즐기는 풍요로운 삶에 대해서 알려주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었어요. 그 마음이 책을 쓰는 데 중요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Q. 심미안을 개발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A. 개인에게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사회적으로는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 보다 매끄러운 사회가 될 수 있죠.


대한민국 사회는 지식은 뛰어나지만 교양은 부족한 사회인 것 같아요. 학교 공부를 할 때도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른 채, 외우기만 하죠. 여행을 갈 때도 나에게 좋은 선택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좋다는 곳에 가기 바쁘잖아요.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대답은 부족하죠. 교양이란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보편적인 지식과 태도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부분이 부족하니까 우리 사회가 참 거칠어져요. 길을 가다 어깨를 툭 부딪치면 사과를 해야 하는게 당연한데 할 필요를 못 느끼고 그냥 가는 사람도 많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심미안을 생각하고 이를 통해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매끄러워질 수 있다고 봐요.


또, 아름다운 것을 판별하는 필터라 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져야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요. 심미안을 기른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결정하는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심미안이 촘촘하게 발달해 있을수록 취향이 분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요.


사진작가 윤광준


Q. 작가님은 심미안을 어떻게 키우셨나요? 방법이 궁금합니다.

A. 경험이 중요해요. 경험을 통해 확장되거든요. 일상을 즐겨보세요.


미술 시간에 배우는 지식으로는 저 그림이 왜 좋은 것인지 느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다가 갑자기 그림이 엄청난 힘으로 압도하는 경험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그림이 누구의 작품인지, 어떤 배경에서 그려진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하겠죠. 그렇게 하나, 둘씩 알아가다 보면 점점 관심사가 넓어지고, 그 분야에 대한 안목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을 잘하려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잖아요. 심미안이라는 감각도 마찬가지로 계속 반복하다 보면 키워지고 길러지죠. 저는 스스로를 ‘딜레탕트’라고 생각해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다 즐기는 애호가이기를 원하거든요.



Q. 일상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내가 정말 좋아하는 10%에 과감히 투자해 보세요!


많은 분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 일에 돈을 쓰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아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위해 쓴다면 낭비가 아니라, 투자가 되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일상의 90%는 아끼며 살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10%에는 과감히 투자하세요.


저는 생활용품을 엄선해서 골라요. 매일 써야 하는 물건들은 특히 더 꼼꼼하게, 좋은 것을 고릅니다. 인생의 99%가 일상이기 때문이죠. 일상의 물건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잖아요. 이 생각으로 물건을 고르고, 사고, 바라보면 모든 게 의미 있고 다르게 보여요. 감각적인 디자인 용품으로 제 삶의 욕망을 잘게 해소하는 거죠. 모든 출발은 아름다움을 보는 눈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 촘촘해 집시다.” 일상이 아름다운 것으로 채워질 때 내 삶이 바뀝니다.



Q. 최근 많이 쓰이는 단어 ‘소확행’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요.

A. 맞습니다. 취향이 명확해지고, 그것이 삶에서 충족될 때 우리는 행복해집니다.


저는 책에 “취향이 단단해질수록 삶은 구체성을 띤다.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디테일을 채우는 방법이다.”라는 문장을 썼는데요. 취향이 분명하면 선택이 명확해지고 삶이 구체적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내 선택을 통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내가 선택한 것이 특별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내 삶에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삶 자체가 특별해지기도 합니다.


소확행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감각할 수 있는 즐거움, 만질 수 있는 행복을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행복이 와도 잘 느끼지를 못해요. 하지만 우리는 생각할 수 있죠. 추운 날씨에 “온천에 가서 몸 담그고 싶다.”, “바깥에 눈이 내리면 더 좋겠다.”고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구체적이지요. 이것이 실행되면 그 사람은 행복할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내 관점을 가지고, 내 느낌을 좇는 일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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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연수
김연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잡지 편집자 및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매거진 K-arts’의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연극in’, ‘PIL-ZINE’ 등의 문화예술잡지에 글을 기고하였다.
ysinj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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