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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퇴사학교 장수한 대표

나만의 일을 위한 재학습의 장을 만들다.

황효진

2018-10-02


퇴사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지금, 많은 이들이 회사와 개인의 관계 또는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해 고민한다. <퇴사의 추억>과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를 쓰고 <퇴사학교>를 설립한 장수한 대표는 퇴사냐 아니냐, 직장인으로 남느냐 자영업자가 되느냐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과 균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그를 만났다.


퇴사학교 장수한 대표


Q. 처음 퇴사학교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A. 회사를 벗어나 스스로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 고민하고 싶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정도를 백수로 지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고 싶었어요.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이런저런 모임도 나가보니, 그동안 내가 배워온 것이나 쌓아온 능력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지더라고요. 회사에 고용되기 위해서 인턴 경험이나 학위는 쌓아봤지만, 회사를 벗어나 스스로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서는 배운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생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Q. 깨달음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신 거네요.

A. 내가 느낀 문제점들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것임을 깨닫고 고민을 공유하게 된 거죠.


퇴사 후 회사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퇴사의 추억>을 썼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제가 갖고 있던 고민을 글로 승화시킨 동시에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고민을 공유하게 된 거예요. 내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것이었고 일과 회사, 개인의 균형에 대한 솔루션이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한마디로 자아 탐색의 시간을 가진 건데,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미 에너지는 조직 생활에 다 소진됐고, 퇴사라도 하지 않으면 혼자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뭐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보다 2, 3개월 정도 직접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러기가 어렵죠. 어릴 때도 순수하게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과정이 전혀 없고요. 그러니 40대가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라는 혼란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처음 퇴사학교를 만들 때도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자아 탐색 교육이었어요. 저도 저를 전혀 몰랐으니까요. 글을 계속 쓸까? 창업해야 하나? 이런 걸 고민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준도 없었고요.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기준을 가졌는지, 현재까지 쌓아온 자원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배워야 해요.



Q. 퇴사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뜻일까요?

A. 네. 퇴사보다는 재학습이 중요해요.


저는 퇴사를 무조건 권장하지 않아요. 무분별한 퇴사는 위험해요. 퇴사는 나의 커리어를 건강하게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에요. 퇴사해도 되고, 이직해도 되죠. 창업해도 되고요. 혹시 망하면 그 후에 다시 회사에 들어가도 돼요. 나만의 일을 만들어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으므로 반드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재학습을 할 수 있는 역량과 기회에요. 사람들을 만나고, 늘 최신의 무언가를 배우고,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능력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퇴사학교 장수한 대표


Q. 개인이 자기 주도적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조직의 제도도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A. 맞아요. 특히 조직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는, 조직이 업무와 개인의 비전을 최대한 일치시키려고 노력해야 해요. 지금은 그게 안 되잖아요. 기업의 이름 혹은 겉으로 보이는 직무만 내세우다 보니 막상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보면 기대와 어긋나는 거죠. 두 번째로는, 조직과 리더가 개인이 원하는 것들을 100%까지는 해줄 수 없더라도 ‘조금씩 관심을 두겠다'라는 신뢰는 줘야 해요. 예를 들면 ‘70% 정도는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해주면, 30% 정도는 우리가 너의 커리어에 맞춰서 배려해주겠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죠. 그래야 개인도 회사를 신뢰하면서 이탈하지 않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Q.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을 둘러싼 담론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시나요?

A. 시대의 변화로 인해 일의 새로운 사례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모바일 중심으로 환경이 바뀌고, 거대한 조직의 힘보다는 개개인의 개성이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로 점점 변해가고 있어요. 이전까지 사람들은 하나의 세계에서만 살았어요. 좋은 학교와 좋은 회사, 이게 성공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세계요. 그런데 이제는 다른 사례들을 볼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고, 그 때문에 젊은 친구들은 다른 세계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대로 회사에 다니면 10년, 20년 뒤에 부장님처럼 사는 게 명백할 텐데 왜 계속 이걸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생긴 거죠. ‘다른 세계'가 점점 커지고 있고, 그쪽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더 재미있게 일하고 놀 수 있게 되면 좋겠죠.



Q. 어떻게 보면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겠네요.

A. 저는 ‘워라밸' 대신 ‘워레밸', 그러니까 ‘워크 앤 레스트 밸런스'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워라밸'은 일과 삶이 서로 싸우는 거거든요. 일은 일이고 삶은 삶이야. 일을 최대한 줄여야 삶이 풍요로워져. 이런 제로섬 관점인 거예요. 반면 ‘워레밸'은 일과 쉼의 균형을 의미합니다. 각자 속해 있는 산업이나 업종에 맞게 일과 쉼을 조절하면 되는 거죠. 단, 그게 가능해지려면 자기 스스로 먼저 생산성이나 시간 관리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목표 기반으로 시간 관리를 하고, 목표만 달성하면 나머지 시간은 내 마음대로 쓰는 것. 그게 ‘워레밸'입니다.



Q. 퇴사학교의 슬로건이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뭘까요?

A. ‘내가 생각할 때 행복한 일’입니다.


간단한 건데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꿈이 되어버렸어요. ‘행복한 일? 여기서 가능해? 누가 그렇게 살아? 다 그냥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 거지. 누가 일을 진지하게, 이상적으로 생각해?’ 사회와 어른들이 이렇게 얘기해왔죠. 이런 말대로라면, 우리는 그냥 이렇게 대충 살다가 죽으면 끝인 거예요. 그건 싫거든요. 반대로 무조건 도전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 워낙 퍽퍽하다는 걸 아니까요. 그래서 현실은 인정하되 조금씩 내 꿈을 찾고 싶은 거죠.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한 일, 지금보다 나에게 좀 더 잘 맞는 옷을 찾자는 거예요. 나한테 맞는 커리어를 발견하고, 1%씩이라도 내가 원하는 쪽으로 커리어를 가져가는 것이 행복이고, 꿈이겠죠.


퇴사학교 장수한 대표


Q. 대표님은 자아실현을 잘해나가고 계신 거로 보이는데, 지금 행복하신가요?

A. 네, 행복합니다(웃음).


스트레스가 없을 순 없겠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판에 서 있거든요. 추구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고요. 만약 계속 회사에 다녔다면 무탈한 하루하루를 보냈겠지만 판 자체가 제 마음에 안 들었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이 방향으로 계속 가면 장기적으로는 점점 좋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어요. 거기서 행복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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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황효진
황효진

웹매거진 <ize>에서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글을 기획하고 쓰거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긴다. 읽고 듣고 쓰고 말하는 일 전부를 좋아한다. 인터뷰집 <일하는 여자들>과 에세이집 <아무튼, 잡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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