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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김반장

천천히 해도 괜찮습니다

김선주

2017-09-19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인문을 통해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얘기하면서 삶의 질을 도모할 수 있겠죠. 삶의 수준이 높고 낮은 건 마음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밥을 많이 먹고 좋은 집에 살아도 마음이 불편하면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없어요. 결국 인문이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방향이 잘못 됐을 때 힘만 들고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운 시대이다 보니 인문학이 더 관심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적인 부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정신적인 부분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머리로만 하게 되는데, 인문이라는 건 학문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필요에 의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내 삶에 더 이득이고 돈을 많이 벌거나 좋은 밥 먹는 것보다 훨씬 좋은 가치니까요. 많이 배우신 분들이 인문에 대해서 훌륭하게 말씀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많이 배우지도 않아서 오히려 현실에 부딪히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권위나 명예에 얽매이는 자리에 있지 않다 보니까 인문을 더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 뮤지션 김반장

Q. 도심 속 자연에서 소박한 삶을 사는 모습이 알려졌는데, 지금과 같은 삶을 추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내 속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여기로 이사 온 뒤로 생활방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너무 빨라서 느낄 것과 즐길 거리가 증발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삶의 박자와 방식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살면 병 나겠다 싶었어요. 그럴 바엔 내 속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저는 공연이나 일정이 없으면 잘 안 나가요. 혼자 있는 시간, 여자친구와 둘이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거든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많은데 공허해요. 정신이 없는 상태로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뭘 한 건지 모르겠어요. 시간을 소모적으로 보내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제 시간을 갖는 게 좋아요.
산책을 좋아해서 저녁에 산책을 나가서 걷기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악기를 두드리면서 놀다 보면 게임 하는 것처럼 시간이 빨리 가요. 좋아하는 판소리를 듣기도 하고 산에 약수도 뜨러 가요. 높이 올라가서 약수를 뜨고 산에서 도시도 바라보고. 그런 일상을 오래 했어요. 그런 것들이 제가 하고 싶은 일상이어서 자연이 가까운 곳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 뮤지션 김반장

Q.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음악은 ‘놀고 싶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음악에 영향을 준 놀이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A. “박자를 맞춰가면서 하모니를 이루는 것, 그게 음악의 재미거든요.”
멤버들과 만나서 즉흥적으로 했는데 음악이 근사하게 나올 때, 무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이 잘 전달돼서 관객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럴 때 정말 신나죠.
사실 음악은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박자를 맞춰가면서 하모니를 이루는 것, 그게 음악의 재미거든요. 요즘의 음악은 어딘가에 도달해야 하고, 발전해야 하고, 심사위원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게 많은데 제가 생각하는 음악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저렇게 음악을 한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요. 외국에 나가서 견문도 넓어지고 나이도 먹다 보며 든 생각은, 음악은 재밌고, 밥 먹기 전에도 가족끼리 할 수도 있고, 그냥 일상에 녹아있는 건데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음악을 한다고 하면 특별하게 생각하곤 하는데, 전 음악이 어떤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공간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음악을 만들다 보니 좀 더 즐겁고 춤추기 좋은 긍정적이고 활기찬 음악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또, 하는 사람이 즐거우면 음악도 그렇게 나와요. 그래서 제 모토는 ‘음악 만들 때 머리를 너무 쓰지 말자’예요. 머리를 아주 안 쓸 수는 없지만, 머리로 음악을 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니까요. 몸으로, 마음으로 하자는 거죠.

Q. 놀거리는 점점 늘어남에도 정작 어떻게 놀아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잘 논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A. “ 잘 놀면 다음날 힘들지 않아요. 활기차고 생기 있어지죠.”
잘 논다는 게 단순히 술 마시고 춤추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잘 놀면 다음날 힘들지 않아요. 활기차고 생기 있어지죠. 논 다는 것 마음을 논다는 의미래요. ‘마음 놓고 놀자’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곧 노는 일 같아요. 조급하지 않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면 그게 노는 거죠.
논 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가만히 앉아도 노는 사람이 있고, 제 경우에는 같이 모여서 놀 때 그 놀이 자체가 생산적인 어떤 것이 될 때 재밌게 놀았다는 생각도 들고 보람도 있어요.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강하게 받아서 뭔가를 있는 그대로 느끼거나 보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더욱 자신이 어떤 토양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자신이 느끼는 문화의 질과 삶의 질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을 내 삶으로 가져오는 것도 놀이라고 할 수 있겠죠.

 
  • 뮤지션 김반장

Q. 음악을 통해 그려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해요.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삶이 불만족스러우면 남 탓을 하게 되지만, 자기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면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테니까요. 음악이 그런 것들을 조금 이끌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제가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저도 연주하면서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공연할 때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보지만 저도 객석을 보거든요. 서로 보는 관계잖아요. 관객들을 유심히 보는데, 관객들이 무대만 보는 게 아니라 서로 인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무대만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서로 인사도 하고 얼굴도 보면서 서로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좋겠어요. 음악이 좋으면 그 자리에서 마음이 같이 통하기도 하거든요. 단순히 음악이 소비되고 그 소비를 통해서 돈을 벌기만 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 아닐까요? 예술은 화합하고 만나는 장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열심히 노력해야죠.
기성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헤어지고, 슬픈 얘기가 많아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그런 노래를 듣는 것만큼 부자연스러운 게 또 있을까 싶고, 왜 이 순간의 즐거움에 대해 노래하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해요. 아무래도 대기업 논리에 따라 음악이 생산되고 사람들은 그걸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아서 아쉽죠. 유행하기 때문에 좋다는 것보다는 비판적인 자기 관점을 통해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있지도 않은 슬픔을 쥐어짜내기보다 즐겁고 창의적인 음악을 들으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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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그건 자기 속도대로 삶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거든요.”
바쁜 와중에서 방향을 꼭 확인해봤으면 해요. 사람들이 다 뛰어간다고 같은 라인으로 뛰다 보면 그 끝은 낭떠러지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바쁜 건 좋지만, 뭔가를 해야 해서 조급하고 바쁘다면 단 한 시간만이라도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일이 바쁘다고 해서 마음까지 바쁜 건 아니에요. 거기에만 매진하느라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일에 매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만 해도 살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서 속도와 방향을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여유가 되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문화적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자기 삶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몰랐던 것을 보게 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천천하다는 건 나태한 게 아니에요. 그건 자기 속도대로 삶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거든요.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하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야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갖고 있는 재료는 평생 가도 다 몰라요. 자기가 갖고 있는 재료만 가지고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즐겁고 바쁜데 밖에서 따고 거둬들이려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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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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