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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모두가 다른 그래서 아름다운

김선주

2018-04-11

Q. 아름다운 몸의 기준에서 벗어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살면서 주인공으로 살아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하는 생각에 잘하든 못하든 그냥 해보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에 신청했어요.”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는데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꿈이 확실한 사람이어서 회사에서 잘릴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최선은 있어도 차선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그 회사는 차선의 차선이었는데도 실패했다는 게 큰 충격이었어요. 그때 <도전 슈퍼모델코리아> 참가자 모집 광고를 우연히 클릭했다가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카피를 본 거죠. 모델은 해본 적도 없지만 살면서 주인공으로 살아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하는 생각에 잘하든 못하든 그냥 해보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에 신청했어요. 그렇게 1차에서 합격이 되고 2차에서 떨어졌는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기회를 노리다 미국 풀 피겨 패션위크에서 캐스팅한다는 걸 알고 바로 지원했어요. 저는 서양 모델에 비해 체구도 작았고 모델 경험도 적은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한 달간 개인 교습으로 워킹도 따로 배웠어요. 그렇게 처음 워킹을 하고 나왔는데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간절했던 거죠. 

 

모델 김지양
▲ photo ⓒ 아메리칸어패럴

 

Q. 『66100』은 어떤 잡지인가요?

A. “기존의 패션지가 마른 모델만 나온다면 ‘66100’은 플러스사이즈를 모델로 해서 다양한 패션을 다루고자 한 거죠.”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찾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직접 만들고자 플러스사이즈를 위한 잡지를 만들게 됐어요. ‘66100’은 여성 66사이즈, 남성 100사이즈 이상을 위한 잡지라는 뜻이에요. 기존의 패션지가 마른 모델만 나온다면 ‘66100’은 플러스사이즈를 모델로 해서 다양한 패션을 다루고자 한 거죠. 7호까지 찍고 지금은 잠정 휴간 중인데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사회운동가가 되어있더라고요.(웃음)


Q. 잡지를 휴간하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A. “외모 다양성과 패션이 충돌하는 지점이 생겨요. 결국 화보 속의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거죠.”


힘들고 돈이 없는 것도 있지만, 사실 패션지를 만들다 보면 외모 다양성과 패션이 충돌하는 지점이 생겨요. 화보를 찍을 때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어요. 화장이나 헤어 등 꾸밈 자체가 있기 때문에 이미 실제와 다르거든요. 화보 찍을 때 입는 옷도 평생 입어볼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화보적인 삶은 불가능해요. 결국 화보 속의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거죠. 그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존에 차용했던 패션지 형태로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어요. 물론 관통하는 주제나 핵심은 변하지 않지만 그동안 패션이슈에 좀 더 치중했다면 이제는 거기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처음 시작할 땐 인식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외모나 체형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취지로 100명의 사람을 인터뷰해서 책으로 펴내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50명 정도 인터뷰했는데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체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모델 김지양모델 김지양

▲ 왼) photo ⓒ vogue


Q. 유독 우리나라는 날씬하고 마른 몸매를 아름답다고 하는 인식이 커요. 아름다움을 규정하는 사회가 행하는 숨은 폭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지금 당장 판매되는 아동 도서만 봐도 못생기거나 폭력적인 캐릭터는 뚱뚱하게 그려지고, 그런 아이들은 비난받아도 되거나 괴롭혀도 되는 것처럼 묘사돼요.”


드러나지 않는 폭력이야 너무 많지만 특히 아동 도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지금 당장 판매되는 아동 도서만 봐도 못생기거나 폭력적인 캐릭터는 뚱뚱하게 그려지고, 그런 아이들은 비난받아도 되거나 괴롭혀도 되는 것처럼 묘사돼요. 뚱뚱했던 친구가 살을 빼고 날씬해져서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요. 소아비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런 동화가 폭발적으로 생산됐는데, 그 이후로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어린이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요. 살을 어떻게 뺄 수 있는지, 체중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초등학생에게 가르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아름다움을 규정하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존재해요. 제가 인터뷰를 해보면 살을 빼라고 하는 등 부모의 언어폭력에 시달렸다는 사람들이 열에 여덟이에요. 그런데 그걸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해요.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 하니까 해결이 안 되는 거죠.



Q. 날씬함이 곧 아름다운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모두 다르고 그래서 좋아요’라는 구호가 있어요. 그 말처럼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개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람들의 몸은 다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표준은 없는 것 같아요.

 

모델 김지양

 

Q. 자기 몸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려 해도 끊임없이 사회의 편견과 시선에 가로막히게 돼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할 수 있을까요?

A. “문제 상황을 참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 같이 행동해 나간다면 변화할 수 있겠죠.”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문제 상황을 참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나를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 나의 몸이나 체형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해야죠.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요. 잘못된 건 사람들의 시선이나 의식이죠.

이상적인 몸무게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중요한 걸 못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 넘어서서 ‘정상’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날씬한 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우상화하고, 날씬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굉장히 큰 차이고 큰 문제예요.

물론 문제라고 지적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혼자라면 더더욱 힘들거고요. 하지만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 같이 행동해 나간다면 변화할 수 있겠죠.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저를 몰라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저는 원래 유명해지려는 욕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분이 제 덕분에 자기 몸을 더 이상 혐오하지 않게 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거꾸로 생각하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몸을 혐오하고 있겠다 싶더라고요. 저를 몰라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더 알리려고 다큐멘터리도 찍고 올해는 세미나도 많이 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실제로 모여서 이야기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자리를 앞으로 많이 마련하고 싶어요. 

  •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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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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