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를 만들고 계신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연애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긍정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잡지로 만들어 담론을 형성해보기로 한 거죠.”
여자가 25세까지 연애를 안 하면 학이 된다는 도시괴담이 있었어요. 제가 25세까지 연애경험이 없었는데 세상은 연애 여부로 사람의 정상성을 판단하더라고요. 하루는 솔로를 위한 페이지를 눌러봤는데 커플 매칭 사이트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면서, 왜 항상 비연애 상태를 상비군 혹은 언젠가 연애할 대상으로만 보는 걸까 싶었어요. 솔로인 그대로 존재할 수 없는 일련의 경험들을 하면서 연애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긍정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잡지로 만들어 담론을 형성해보기로 한 거죠. 제가 경험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보고 싶었고요. 마침 그 당시가 독립잡지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하는 경험담을 보고 저도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계간홀로』를 창간하게 됐어요. 목소리의 가시화가 목표였죠.
Q. 연애를 통해 자존감을 확인할 때가 있는데요. 자존감과 연애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A.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 하면 ‘내가 매력이 없나’ 하는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감에 타격을 받죠.”
자존감은 요즘 연애에 대한 열망 중에서 중요한 핵이기도 해요. 예전에는 태어나자마자 공동체에 소속됐지만 이제는 개인이 원자화되면서 자기 존재에 의미 부여를 해줄 사람을 찾게 되는데 그 관계의 하나가 연애인 거죠. 위험 부담이 큰 사회인 만큼 흔들리지 않는 깊고 내밀한 관계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게 연애가 된 거예요. 그래서 연인한테 많이 의탁하게 되고, 연애를 못 하면 자기편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연애와 자존감은 성과주의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데, 매력이 일종의 자본이자 성적표가 되면서 이성에게 매력이 없다는 건 시장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는 거예요. 이런 흐름이 2000년대부터 가속화됐는데, 이전에는 연애가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애가 하나의 유행이 됐어요. 그래서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 하면 ‘내가 매력이 없나’ 하는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감에 타격을 받죠. 남자의 경우, 아무리 돈이 많고 조건이 좋아도 연애를 못 한다고 하면 연애하는 남자보다 남성성이 열등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여자의 경우 시장가치 문제로 가죠. 사랑 받을 수 있는 여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불가능한 표본이 있잖아요. 흔한 ‘여자친구’의 이미지같은. 그렇게 되지 못하면 자존감이 깎일 수밖에 없죠.
Q. 타인의 시선과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어려운 세상인데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를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일단 자기를 잘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일종의 매뉴얼을 만드는 거죠.”
타인에게 의존하면 연애하면서 상대를 착취하게 돼요. 연인을 감정휴지통으로 쓰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피하고 자기를 잘 꾸리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일단 자기를 잘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일종의 매뉴얼을 만드는 거죠. 우울할 땐 이렇게 하니까 괜찮아지더라, 예민해져서 생각해 보니 공복이더라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자기를 잘 돌보지 않으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꾸 의탁하게 돼요.
사실 외로움은 연애나 결혼을 한다고 해소되지 않아요. 개인으로서 갖고 있는 외로움에 더해 친밀한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 크죠.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 감정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분명 서운함도 생겨요. 그걸 연애와 결혼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의존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연애와 결혼으로 채우려 하면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무너졌을 때 정말 위험에 처할 수 있거든요. 한 가지로만 자존감을 채우려 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을 잘 경영해야 해요. 연애와 결혼을 떠나서 어떤 것을 억지로 완벽하게 만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워지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는 거죠.
Q. 연애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계간홀로』 편집장님이 말하고 싶은 연애정상성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연애 여부와 상관이 없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해요.”
어느덧 연애가 정상의 범주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하면 무슨 하자가 있는지 찾아내려고 해요. 그런데 하자는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왜 전 애인이 있고 망한 연애스토리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 대해서 끊임없이 해명을 들으려고 해요. 사실 그 사람들이 해명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자격도 없고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연애 여부와 상관이 없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해요.
결국에는 연애를 정상으로 규정해서 추구하는 게 결혼과 출산이에요. 여기엔 생각보다 국가가 많이 개입하고, 미디어의 영향도 커요. 커플이 정말 많이 나오고, 연애 상담 프로그램도 나오다 보니 사람들은 연애를 일상적인 것으로 느끼게 돼요. 그리고 그것을 욕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자기들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기한테 중요한 것인데 무시당하면 자기의 삶이 부정당한다고 느끼는 거예요. 이건 자존감도 관련이 있어요.
저는 그런 연애정상성의 프레임을 타파하고 싶어요. 연애 여부로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려고 하고 그 안에 차별과 배제, 폭력이 내재해있는데 그런 것들을 연애라는 낭만으로 덮어버리잖아요. 진정하고 순수한 사랑이 있다고 믿고, 그런 것을 상대에게서 찾으려 할수록 비극적인 결과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계간홀로』를 통해서 그런 판타지를 깨주고 싶은 거죠.
Q.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문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인문학은 어떻게 타인을 윤리적으로 대하고 생각하는지, 어떤 관계를 통해 세계를 확장시켜나가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기도 해요.”
사람에 대해 고민 한다는 건 인문학적 성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인문학이라는 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라고 했을 때, 사랑도 인간의 중요한 감정이고 철학자들이 많이 다루고 오랫동안 유통되어 온 것이잖아요. 연애가 앞으로 훨씬 더 다양화되고 일상화되고 수많은 관계에 영향을 미칠 텐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랑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관계가 그 사람을 증명하는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는지가 그 사람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즉, 인문학은 어떻게 타인을 윤리적으로 대하고 생각하는지, 어떤 관계를 통해 세계를 확장시켜나가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기도 해요. 인문이라는 것도 사람에 대한 성찰이자 공부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사랑 문제와 긴밀하게 관련 있다고 봐요.
『계간홀로』 편집장 이진송
비정상의 정상화
김선주
2017-12-19
Q.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를 만들고 계신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연애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긍정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잡지로 만들어 담론을 형성해보기로 한 거죠.”
여자가 25세까지 연애를 안 하면 학이 된다는 도시괴담이 있었어요. 제가 25세까지 연애경험이 없었는데 세상은 연애 여부로 사람의 정상성을 판단하더라고요. 하루는 솔로를 위한 페이지를 눌러봤는데 커플 매칭 사이트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면서, 왜 항상 비연애 상태를 상비군 혹은 언젠가 연애할 대상으로만 보는 걸까 싶었어요. 솔로인 그대로 존재할 수 없는 일련의 경험들을 하면서 연애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긍정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잡지로 만들어 담론을 형성해보기로 한 거죠. 제가 경험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보고 싶었고요. 마침 그 당시가 독립잡지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하는 경험담을 보고 저도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계간홀로』를 창간하게 됐어요. 목소리의 가시화가 목표였죠.
Q. 연애를 통해 자존감을 확인할 때가 있는데요. 자존감과 연애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A.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 하면 ‘내가 매력이 없나’ 하는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감에 타격을 받죠.”
자존감은 요즘 연애에 대한 열망 중에서 중요한 핵이기도 해요. 예전에는 태어나자마자 공동체에 소속됐지만 이제는 개인이 원자화되면서 자기 존재에 의미 부여를 해줄 사람을 찾게 되는데 그 관계의 하나가 연애인 거죠. 위험 부담이 큰 사회인 만큼 흔들리지 않는 깊고 내밀한 관계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게 연애가 된 거예요. 그래서 연인한테 많이 의탁하게 되고, 연애를 못 하면 자기편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연애와 자존감은 성과주의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데, 매력이 일종의 자본이자 성적표가 되면서 이성에게 매력이 없다는 건 시장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는 거예요. 이런 흐름이 2000년대부터 가속화됐는데, 이전에는 연애가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애가 하나의 유행이 됐어요. 그래서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 하면 ‘내가 매력이 없나’ 하는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감에 타격을 받죠. 남자의 경우, 아무리 돈이 많고 조건이 좋아도 연애를 못 한다고 하면 연애하는 남자보다 남성성이 열등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여자의 경우 시장가치 문제로 가죠. 사랑 받을 수 있는 여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불가능한 표본이 있잖아요. 흔한 ‘여자친구’의 이미지같은. 그렇게 되지 못하면 자존감이 깎일 수밖에 없죠.
Q. 타인의 시선과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어려운 세상인데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를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일단 자기를 잘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일종의 매뉴얼을 만드는 거죠.”
타인에게 의존하면 연애하면서 상대를 착취하게 돼요. 연인을 감정휴지통으로 쓰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피하고 자기를 잘 꾸리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일단 자기를 잘 파악해야 해요. 그리고 일종의 매뉴얼을 만드는 거죠. 우울할 땐 이렇게 하니까 괜찮아지더라, 예민해져서 생각해 보니 공복이더라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자기를 잘 돌보지 않으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꾸 의탁하게 돼요.
사실 외로움은 연애나 결혼을 한다고 해소되지 않아요. 개인으로서 갖고 있는 외로움에 더해 친밀한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 크죠.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 감정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분명 서운함도 생겨요. 그걸 연애와 결혼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의존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연애와 결혼으로 채우려 하면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무너졌을 때 정말 위험에 처할 수 있거든요. 한 가지로만 자존감을 채우려 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을 잘 경영해야 해요. 연애와 결혼을 떠나서 어떤 것을 억지로 완벽하게 만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워지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는 거죠.
Q. 연애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계간홀로』 편집장님이 말하고 싶은 연애정상성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연애 여부와 상관이 없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해요.”
어느덧 연애가 정상의 범주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하면 무슨 하자가 있는지 찾아내려고 해요. 그런데 하자는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왜 전 애인이 있고 망한 연애스토리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 대해서 끊임없이 해명을 들으려고 해요. 사실 그 사람들이 해명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자격도 없고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연애 여부와 상관이 없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해요.
결국에는 연애를 정상으로 규정해서 추구하는 게 결혼과 출산이에요. 여기엔 생각보다 국가가 많이 개입하고, 미디어의 영향도 커요. 커플이 정말 많이 나오고, 연애 상담 프로그램도 나오다 보니 사람들은 연애를 일상적인 것으로 느끼게 돼요. 그리고 그것을 욕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자기들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기한테 중요한 것인데 무시당하면 자기의 삶이 부정당한다고 느끼는 거예요. 이건 자존감도 관련이 있어요.
저는 그런 연애정상성의 프레임을 타파하고 싶어요. 연애 여부로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려고 하고 그 안에 차별과 배제, 폭력이 내재해있는데 그런 것들을 연애라는 낭만으로 덮어버리잖아요. 진정하고 순수한 사랑이 있다고 믿고, 그런 것을 상대에게서 찾으려 할수록 비극적인 결과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계간홀로』를 통해서 그런 판타지를 깨주고 싶은 거죠.
Q.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문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인문학은 어떻게 타인을 윤리적으로 대하고 생각하는지, 어떤 관계를 통해 세계를 확장시켜나가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기도 해요.”
사람에 대해 고민 한다는 건 인문학적 성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인문학이라는 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라고 했을 때, 사랑도 인간의 중요한 감정이고 철학자들이 많이 다루고 오랫동안 유통되어 온 것이잖아요. 연애가 앞으로 훨씬 더 다양화되고 일상화되고 수많은 관계에 영향을 미칠 텐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랑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관계가 그 사람을 증명하는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는지가 그 사람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즉, 인문학은 어떻게 타인을 윤리적으로 대하고 생각하는지, 어떤 관계를 통해 세계를 확장시켜나가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기도 해요. 인문이라는 것도 사람에 대한 성찰이자 공부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사랑 문제와 긴밀하게 관련 있다고 봐요.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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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김남희
김선주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
김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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