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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의 시선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

김민섭

2020-02-21



경계인의 시선 -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 /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 대학의 민낯을 고발하고 <대리사회>에서 한국 사회의 천박한 욕망을 파헤친 작가가 '느슨한 연결'의 희망을 말하다!

김민섭 지음 / 인물과사상사






"우리는 광장보다는 ‘밀실’에 있다. 은밀하게 작동하는 생체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체와 언어, 나아가 사유(思惟)까지도 스스로 검열하고 통제해나간다. 광장은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주체의 몸에 균열을 내는 공간이다. 광장을 경험하는 것은 그간 익숙해진 ‘순응하는 몸’에서 벗어나는 일이 된다. 2016년 겨울의 그 광장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광장을 경험했다. 그들의 몸에는 크고 작은 균열이 이미 시작되었다. 거기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

_ 「그해 겨울, 우리는 광장에 있었다」 중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과 사회에 물음표를 던지다”


2015년 ‘309동 1201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삶, 대학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당시 ‘309동 1201호’는 현직 대학 시간강사였다. 저자는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하고 우리 시대의 ‘각자도생’의 시간을 보내며 ‘노오력’하는 청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했다. 그 후 대학 바깥으로 나온 저자는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대리사회』를 썼다. 김민섭은 이 책에서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한다. 대리사회에서 우리는 신체와 언어의 주인이 아니고, 사유까지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을의 공간’에서 말과 행동이 통제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는 한국 사회의 천박한 욕망을 대리하고 있었다.김민섭은 자기 자신을 경계인으로 규정한다. 2015년 당시 대학에서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로 있으면서 중심부도 주변부도 아닌 완전한 경계에 자리하고 있었다.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자신을 노동자나 사회인으로 여기기에도 어려웠다. 그런 어중간하고 어정쩡한 자신이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필연적인 물음표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규정을 하며 삶의 의미를 획득해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과 닮은 타인의 삶을 살피고,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시스템이 가진 균열을 목도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 중에서 ‘청년’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장 경계에 자리하는 경계인이다. 청년을 수식하는 단어는 꿈, 미래, 열정과 같은 설레는 것들이지만 동시에 모호하다. 청년은 미래를 선도하는 주체에서 과거에 견인되는 피주체로서 전락하고 말았다. 더구나 ‘N포 세대’가 된 이들의 결혼, 취업, 출산 등의 포기는 개인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저항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들은 개인적 문제에서 구조적 문제로서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김민섭은 『경계인의 시선』에서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을 말한다. 여기에서 연결은 기성세대가 감각하는 ‘연대’와는 결이 다르다. 청년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연대가 아니라, 어느 한 가지를 매개로 이어져 있으면 그만이다. 취향이나 지향이 비슷한 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개인 정보를 묻는 일을 금지한다. 하나의 깃발과 구호 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으로서 자신과 타인을 감각하면서 하나의 실체가 없어 보이는 조직을 움직여나간다. 이것이 최근의 청년들이 보이는 가장 큰 세대적 특성이다. 사실 완벽한 중심도 주변도 없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경계인이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경계인으로서 타인을 감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 자료 제공: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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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민섭
김민섭

작가. 대학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했고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2015)를 쓰고 대학에서 나왔다. 지금은 글을 쓰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하며 <대리사회>(2016)를 썼고, 그 이후의 연작으로 <훈의 시대>(2018)를 썼다. 출판기획자로 활동하며 김동식의 소설집 <회색인간>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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