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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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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요리의 연금술과 디자인의 과정이 만났을 때

우리가 매일 먹는 수많은 음식과 요리 대부분은 자연 그대로의 날 것 상태가

by 박찬일 / 2017.07.20

요리의 연금술과 디자인적 과정이 만났을 때
- 요리 과학과 산업 디자인의 조우

 

우리가 매일 먹는 수많은 음식과 요리 대부분은 자연 그대로의 날 것 상태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가공을 거쳐 조리된 것이다. 영양을 보충하기 위하여, 육체적・정신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혹은 저마다 선호하고 추종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선언으로써 우리는 음식을 맛보고 음미하고 삼킨다. 하지만 어떤 음식에 대한 욕구를 느끼고 구매하거나 요리하여 섭취하는 일련의 소비 행위 과정에도 디자인적 측면이 깃들어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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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도그, 콘플레이크 시리얼, 포장 초콜릿 스낵 등은 모두 20세기 이후 간편하고 영양가 있는 먹거리를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로 탄생한 기능적 디자인 식품이다. 20세기 음식 디자인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경제체제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가공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응용해, 소비자가 ‘요리’라는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간편하게 음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둔 산업디자인의 연장선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류나 국수류는 각각이 지닌 재료, 맛, 감촉, 용도에 적합한 모양새로 구워지고 가공·건조된다. 생선이나 육류는 정방형 토막이나 커틀렛 모양 등 먹기 좋은 크기와 모양새로 포장되어 팔린다. 치즈는 한 번에 먹고 버리기 좋은 소시지 모양으로 포장되거나 간편히 소스처럼 부어 먹을 수 있도록 병 용기에 담겨 판매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매번 사냥이나 도살을 하거나 과일과 채소를 따러 들과 밭으로 나가지 않고도 이 모든 먹거리를 적절히 결합하고 조화시켜 조리해 먹는다. 그리고 이렇게 간편한 식생활을 누리게 되기까지는 디자인의 공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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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터 브뢰겔(아버지)이 그린 회화 작품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 중에서 와플을 굽는 여인의 모습. 지금도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와플은 이미 북유럽에서 16세기 이전부터 만들어 먹던 요리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달걀과 우유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무쇠 틀에서 구워내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Collection: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요리로 음식을 디자인하는 개념은 어제오늘 사이 등장한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사냥과 수렵 혹은 장터를 통한 교환활동으로 음식 재료를 구하고 주방에서 인간의 손과 노력을 들여 보기 좋고 맛있는 요리로 가공하는 과정(Process)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원초적인 인간 활동이었다. 일찍이 고대 이집트인들은 효모로 부풀린 빵을 만들 줄 알았고, 로마인들은 빵 반죽을 오븐에 구우면 바삭해지는 원리를 발견하여 일찍이 크래커나 비스킷과 유사한 과자를 구워 먹었다. 12세기 중세시대 남부 이탈리아에서는 추수한 곡물을 오래 보관해두고 먹기 위해서 세몰리나 밀과 물을 섞어 만든 반죽으로 갖가지 모양의 파스타 국수를 만들었다. 소금과 설탕은 육류와 과일을 오래 보존해 두고 먹을 수 있는 전통적인 음식 저장법이었으며 그 결과 김치, 젓갈, 포도주, 치즈 같은 발효 식·음료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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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요리된 음식은 맛있고 보기 좋으며 저마다 연루된 스토리나 사회와 문화 속 소통되는 의미와 가치관 - 우정이나 사랑의 징표, 섹스의 교환, 종교적 희생 등 - 을 담고 있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지체 높은 집안의 주방에서 잔치 요리를 준비하는 하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조리 방식과 도구, 음식 준비에 들이는 신체적 노동과 정신적 창의성은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빈첸초 캄피 <주방 풍경> 1580 년경 제작, 캔버스에 유채. 소장: A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

 

요리 - ‘불’을 통한 식재료의 변신 과정

 

인간은 누구나 먹어야 살 수 있다. 요리는 불(Fire)의 발견이라는 획기적인 순간과 함께 탄생한 혁신적 인간활동이자 예술형태다. 요리는 먹는 행위를 즐겁고 유익한 경험으로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요리란 천연 상태나 날 것의 식재료를 더 맛있게, 섭취하기 편리하고 영양가 흡수가 잘 되도록 돕는 물리적・화학적 변형(Transformation) 과정이기 때문이다. 식재료를 어떻게 인식하고 요리하여 먹는가에 따라서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신앙 세계와 세계관을 반영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음식 디자인은 요리를 식탁과 접시 위에 아름답게 펼쳐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Presenstation) 기술이라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요리를 통해 창조된 음식 디자인은 보기 좋게 꾸며서 내보이는 단순한 스타일링(Styling)이 아니다. 디자인은 겉모양과 스타일링이 아니라 자연상태의 식재료에 인간의 사고와 수작업을 기술적・절차적으로 가한 의식적인 개입(Intervention)이자 과정(Process)이다. 요리에 담긴 물리적・화학적 변신(Transformation) 컨셉을 한껏 부각시켜서 첨단 구르메(Gourmet) 트렌드를 선도하는 현대 셰프들은 분자요리학(Molecular Cooking)에 사용되는 갖가지 과학적 재료와 테크닉을 활용해 기존의 요리를 해체하고 또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 요리의 음미는 새롭고 놀라운 오감의 감각세계로의 경험이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요리 철학과 현대 컬리너리 아트를 접목하여 미슐랭 스타 3개를 획득하고 세계 톱 50대 레스토랑의 주인으로 활동하는 이탈리아의 셰프 마씨모 보투라(Masssimo Bottura)의 디저트 요리 <부서진 레몬 타르트Broken Lemon Tart>. 전통 요리를 해체・분석하여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한 그의 대표적 메뉴 중 하나다. Source: pencc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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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 대중을 위한 요리 디자인

 

인간이란 주어진 환경에 인공적인 형태를 부여해(’포름게붕(Formgebung)’ - ‘형태(Form)’와 ‘주다’(Geben)’가 결합된 독일어 어휘로 ‘디자인’을 뜻한다) 변화시키고 개선된 일상환경을 창조할 줄 아는 존재다. 그런 활동을 디자인(Design)이라고 정의한다면, 본격적인 근현대적 개념의 음식 디자인은 1944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음식문화 연구가들은 동의한다. 특히 20세기 산업디자인 분야가 대중의 편의에 봉사하기 위한 산업 분야로 출발했다는 특징 때문에 20세기의 음식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철학과 생산방식을 빌어 대중의 식생활과 영양공급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로 20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의 식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리된 음식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대량생산을 도입한 식료품 가공산업이 큰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1874년 두 화학자 빌헬름 하르만(Wilhelm Haarman)과 페르디난트 티만(Ferdinand Tiemann)이 발견한 인공 바닐라향 바닐린(Vanillin)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전 세계 수많은 대중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꼬불꼬불한 면발의 대명사가 된 인스턴트 컵라면은 1971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라면 발명가 안도 모모후쿠 씨는 가장 많은 분량의 국수를 최소한의 부피로 컵 속에 포장해 넣기 위해서 국수를 곱슬곱슬하게 뽑아 패티 모양으로 만든 후 기름에 튀기는 공법을 써서 국수의 유효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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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시아 시장의 최대 대중 식품 컵 누들 인스턴트 라면. 면과 포장 디자인은 식품 디자인의 역사에서 중요한 혁신으로 꼽힌다. Courtesy: Nission
2.북부 유럽에서 빵과 함께 가장 널리 소비되는 대중식품 가공 슬라이스 소시지 엑스트라부르스트(Extrawurst). Photo right©Hofer.

 

오랜 과거, 육류나 생선 등과 같은 단백질 성분의 요리는 주로 지배계층이 누리는 귀한 영양소였고 대중은 주로 빵이나 곡물로 만든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을 했다. 그러나 근대기 이후부터 농축산 기술과 산업의 발달 덕택에 대중에 대한 단백질의 보급률도 현저히 높아졌다. 서구에서 햄, 소시지 등 가공 육류가 널리 대중화된 것과 유사하게 오늘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즐겨먹는 어묵은 살점을 베어내고 남은 생선 부산물을 탄수화물과 갖가지 양념과 함께 갈아 튀겨낸 생선 소시지다. 그런가 하면 식품 가공업체들은 우유에 각종 첨가물과 화학촉진제를 더해 생산기간이 짧고 유효기간이 긴 우유, 요거트, 크림, 치즈 같은 유제품을 생산해 현대인들에게 단백질원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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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 식품생산업체가 개발한 롱 에그(Long Egg) 가공 달걀. 포장재와 함께 가열한 후 썰면 노른자와 흰자 비율이 동일한 달걀 슬라이스가 만들어진다. 조리사는 경제적으로 달걀을 요리에 활용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는 미적 통일감을 주기 때문에 포장 식품에 활용된다. ⓒ Arne Zacher

 

현대인은 늘 별미를 맛보고 일상에서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영양분을 얻기 위해 각종 ‘기능 식품(Functional Food)’을 찾아 먹는다. 미식가들은 맛집을 발굴하고 맛보고 경험하고 싶어하며, 최신 현대 요리와 구르메 업계는 언론을 통해 ‘분자 요리학(Molecular Gastronomy)’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같은 신조어나 요리 컨셉을 소개하며 과학에 기반한 실험적인 요리 혁신과 맛의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식량 계획 기구 단체와 식료품 업계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인구수로 인한 식량 생산량의 한계에 도달할 것에 대비해 대체 식량 공급에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과학기술을 식품산업과 접목시킨 식용 곤충 사육, 실험실 인공 육류 배양, 도심 농경 재배법 등은 그와 같은 대표적인 예로, 가깝게는 향후 5~10년 안에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디자인이 수행해야 할 혁신적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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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음식 디자인 연금술 산업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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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현재 17년째 미술사가, 디자인 칼럼니스트, 번역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인문과 역사를 거울 삼아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쓴다.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을 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월간미술』의 비엔나 통신원으로 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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