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미투’ 물결은 미국에서 ‘취소 문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낳았습니다. 성폭력과 성희롱 등으로 공분의 대상이 된 이의 작품과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는 것입니다. 소설가 필립 로스의 전기를 출간해 호평을 받았던 블레이크 베일리의 과거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는 바람에 노턴 출판사가 책을 회수하고 출판권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생긴 새로운 흐름인 취소 문화(Cancel Culture)
한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 이광수는 우리 문학사의 ‘뜨거운 감자’로 일컬어집니다. 그의 친일 행적 때문입니다. 이광수만이 아닙니다. 전통 서정의 정점을 구가한 미당 서정주, ‘동인문학상’으로 기려지는 김동인, 「민족의 죄인」이라는 자전적 단편으로 친일을 둘러싼 다층적 맥락을 부각시킨 채만식까지, 한국 문학사의 전반부에는 친일의 우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미당은 친일 시를 썼을 뿐만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을 죽이고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써서 다시금 독자를 실망시켰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어느 소설가는 수구적 언행과 작품들로 독자들의 분노를 산 끝에 ‘책 장례식’이라는 미증유의 봉변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한때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던 유명 시인은 지난 시절의 성추문과 폭력이 문제가 되어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은 지 벌써 오래입니다.
전 세계적인 ‘미투’ 물결은 미국에서 ‘취소 문화(Cancel Culture)’라는 새로운 흐름을 낳았습니다. 성폭력과 성희롱, 각종 차별과 혐오적 언행으로 공분의 대상이 된 이의 작품과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소설가 필립 로스의 전기를 출간해 호평을 받았던 미국의 전기 작가 블레이크 베일리의 과거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는 바람에 노턴 출판사(W. W. Norton & Company)가 책을 회수하고 출판권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정홍수 선생님, 이쯤에서 제가 궁금해하는 ‘이달의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달의 질문] ‘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 질문자 - 최재봉(한겨레신문 기자)
Q. 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말을 바꿔 보자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거나 필요한 일일까요?
한겨레신문 기자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88년 공채 1기로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1992년부터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문화생활부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거울나라의 작가들』, 『그 작가, 그 공간』 등이 있고, 번역서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악평』, 『프로이트의 카우치, 스콧의 엉덩이, 브론테의 무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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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 이달의 질문 -
최재봉
2021-08-02
전 세계적인 ‘미투’ 물결은 미국에서 ‘취소 문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낳았습니다. 성폭력과 성희롱 등으로 공분의 대상이 된 이의 작품과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는 것입니다. 소설가 필립 로스의 전기를 출간해 호평을 받았던 블레이크 베일리의 과거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는 바람에 노턴 출판사가 책을 회수하고 출판권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생긴 새로운 흐름인 취소 문화(Cancel Culture)
한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 이광수는 우리 문학사의 ‘뜨거운 감자’로 일컬어집니다. 그의 친일 행적 때문입니다. 이광수만이 아닙니다. 전통 서정의 정점을 구가한 미당 서정주, ‘동인문학상’으로 기려지는 김동인, 「민족의 죄인」이라는 자전적 단편으로 친일을 둘러싼 다층적 맥락을 부각시킨 채만식까지, 한국 문학사의 전반부에는 친일의 우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미당은 친일 시를 썼을 뿐만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을 죽이고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써서 다시금 독자를 실망시켰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어느 소설가는 수구적 언행과 작품들로 독자들의 분노를 산 끝에 ‘책 장례식’이라는 미증유의 봉변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한때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던 유명 시인은 지난 시절의 성추문과 폭력이 문제가 되어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은 지 벌써 오래입니다.
전 세계적인 ‘미투’ 물결은 미국에서 ‘취소 문화(Cancel Culture)’라는 새로운 흐름을 낳았습니다. 성폭력과 성희롱, 각종 차별과 혐오적 언행으로 공분의 대상이 된 이의 작품과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소설가 필립 로스의 전기를 출간해 호평을 받았던 미국의 전기 작가 블레이크 베일리의 과거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는 바람에 노턴 출판사(W. W. Norton & Company)가 책을 회수하고 출판권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정홍수 선생님, 이쯤에서 제가 궁금해하는 ‘이달의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달의 질문] ‘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 질문자 - 최재봉(한겨레신문 기자)
Q. 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말을 바꿔 보자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거나 필요한 일일까요?
8월 [이달의 질문] ‘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 지난 글: 7월 [이달의 답변] 균형 감각, 시스템 개선, 연대 의식 통해 당장의 불공평 해소부터
- 다음 글: 8월 [이달의 답변] 작가와 작품은 한 몸, 그래도 상상력이라는 분리 가능한 공간이
한겨레신문 기자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88년 공채 1기로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1992년부터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문화생활부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거울나라의 작가들』, 『그 작가, 그 공간』 등이 있고, 번역서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악평』, 『프로이트의 카우치, 스콧의 엉덩이, 브론테의 무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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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나쁜’ 작가의 ‘좋은’ 작품은 성립하는 것일까요?'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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