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모험
늘 새롭게 도전하고 모험하는 삶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모험’이라는 단어에 묻은 위험과 공포를 이겨내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험조차 상품화된 세상에서는 가짜 도전, 유사 체험, 가상의 모험이 판을 치고 있기도 하다. 짜릿한 모험의 즐거움을 강조하며 각종 새로운 체험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들 속에서 사람들은 모험의 진정한 의미보다는 말초적 쾌락을 상상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 게임 광고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오락으로서의 게임은 우리를 어느 정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만, 게임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거나 삶을 바꾸는 진지한 모험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전문적인 게이머들에게는 얼마든지 도전과 모험이 될 수 있지만,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그 자체로 도전의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게임의 스토리 안에 들어 있는 ‘모험’과 ‘도전’의 자극에 매료된다. 게임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도전의 성취감을 느끼고, 새로운 미션에 도전할 때마다 모험의 쾌락을 느낀다. 멀티미디어 산업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이렇게 ‘유사 도전’, ‘가상의 모험’에 매혹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떻게 하면 삶을 바꾸는 진정한 모험을 시작할 수 있을까.
진정한 모험은 거창하고 위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삶 속의 작은 순간들에 존재한다.
우리가 진정한 모험을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모험을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험(冒險)이라는 단어에는 ‘위험을 무릅쓰다’라는 뜻이 들어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아프리카 오지 탐험을 하고, 온갖 두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험의 이미지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이렇게 거창한 모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바꾸는 진정한 모험은 아주 작은 도전 속에도 수없이 존재한다. 운동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 하루에 만 보씩 걷는다든지,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가족에게 매일 전화를 한다든지, 거절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 삶의 모험이다.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대세나 유행이 ‘멋지다’고 말하는 것들 속에 진짜 모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하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또 미뤄온 것들’이야말로 진짜 모험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맞는 모험을 기획하고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길
나는 몇 번의 도전과 실패 끝에 ‘이건 내 길이 아니로구나’라고 깨달은 적이 있다. 작가로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좀 더 안정된 길을 찾고 싶었다. 취직을 위해 몇 번 지원했지만, 그때마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때 면접에서 하나같이 받았던 질문은 이런 내용이었다. “이미 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왜 굳이 취직을 하려고 하시지요?” “책도 많이 내셨는데, 직장을 가지시면 기존의 일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면접관의 눈에도 내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나 보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작가’로 보였지 ‘직장에 충실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도전에 실패했다는 생각과 안정된 길을 가긴 틀렸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지만, 몇 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직장인의 길을 걸어가겠다’라는 생각 자체가 방향이 틀린 모험이었음을 알 것 같았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계속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필요했던 것이지 직장이나 조직 생활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직장을 구하려 했던 것 자체가 ‘글을 계속 쓰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알게 되자, 신기하게도 마음속의 폭풍이 가라앉았다. 내가 마음 깊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helloquence
나는 내 마음을 눈부신 열정으로 꽉 채우는 글, 그 마음이 흘러넘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그 빛과 온기가 전해지는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었다. ‘직장을 가진다’는 새로운 모험에는 실패했지만, 그로 인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슴 아프게 깨달았다. 그때부터 ‘더 좋은 글을, 더 깊은 집중력으로 쓰기’라는 진짜 모험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문학평론가’가 아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비평을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나다운 글, 더 진정한 나 자신에 가까운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은 예전보다 더 소중하고, 간절하며, ‘진짜 나 자신이 되는 내면의 길’에 가까운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아가는 길
때로는 자신의 직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도, 꼭 해내고 싶은 ‘내면의 부름’이 들려올 때가 있다. 나에게는 첼로 연주가 그랬다. 첼로는 나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그 따스한 첼로 소리가 정말 좋긴 했지만, 내가 직접 첼로를 연주한다는 열망은 요원한 꿈이기만 했다. 그런데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박사 논문을 다 쓰고 나자 그제야 나에게 또 다른 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바로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통해 직접 연주하는 기쁨을 배웠지만, 이제는 또 다른 악기 첼로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서른이 넘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늘 강연과 글쓰기 일정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신세였지만, 미루기만 하면 나중에는 정말 ‘도전’ 자체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시간이었지만, 첼로교습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 첼로를 연주하여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었고 내가 엄청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첼로를 연주하는 시간만은 글쓰기의 긴장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첼로를 연주하게 되자 누군가에게 이 아름다운 첼로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쭉 무대 공포증을 앓는 나로서는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내 책을 읽어주신 고마운 독자분들을 내가 준비한 소박한 북 콘서트에 초대하고 싶다’라는 모험의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가장 가슴 떨리는 모험은 내 강의를 들으러 오신 청중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연주 때는 너무 떨어서 입술이 터지고 눈 다래끼가 나고 온몸이 고열에 들뜨도록 아파 다시는 첼로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달 뒤에는 나도 모르게 새로운 곡을 준비하며 가슴 설렜다. 내 전공도 재능도 아니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최고의 도전이었다. 전문적인 연주는 아니지만, ‘저는 아마추어입니다’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시작하는 연주는 내게 또 다른 희열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 연주 때는 너무 두려워서 온몸을 떠느라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연주 때는 내가 활을 움직여 현을 하나하나 건드리는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청중에게 실수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내 진심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주하니 ‘나는 실수투성이’라는 자기인식을 뛰어넘을 수가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음악을 연주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함으로써 더없이 행복하다’라는 생각 속에서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듯 도전이란 꼭 에베레스트에 오르거나 업계 1위에 도전하는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곳을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일상의 용기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모험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꿈을 깨닫는 것, 내 안의 깊은 열망과 마주하는 것이며, 환경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닐까. 누구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지 않는 것, 다만 나 자신의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에 따르는 소박한 도전이야말로 나를 바꾸는 힘이다.
[모험]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음의 기적
내면의 길을 찾아가는 모험
정여울
2017-11-30
모험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모험
늘 새롭게 도전하고 모험하는 삶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모험’이라는 단어에 묻은 위험과 공포를 이겨내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험조차 상품화된 세상에서는 가짜 도전, 유사 체험, 가상의 모험이 판을 치고 있기도 하다. 짜릿한 모험의 즐거움을 강조하며 각종 새로운 체험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들 속에서 사람들은 모험의 진정한 의미보다는 말초적 쾌락을 상상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 게임 광고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오락으로서의 게임은 우리를 어느 정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만, 게임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거나 삶을 바꾸는 진지한 모험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전문적인 게이머들에게는 얼마든지 도전과 모험이 될 수 있지만,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그 자체로 도전의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게임의 스토리 안에 들어 있는 ‘모험’과 ‘도전’의 자극에 매료된다. 게임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도전의 성취감을 느끼고, 새로운 미션에 도전할 때마다 모험의 쾌락을 느낀다. 멀티미디어 산업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이렇게 ‘유사 도전’, ‘가상의 모험’에 매혹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떻게 하면 삶을 바꾸는 진정한 모험을 시작할 수 있을까.
진정한 모험은 거창하고 위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삶 속의 작은 순간들에 존재한다.
우리가 진정한 모험을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모험을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험(冒險)이라는 단어에는 ‘위험을 무릅쓰다’라는 뜻이 들어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아프리카 오지 탐험을 하고, 온갖 두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험의 이미지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이렇게 거창한 모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바꾸는 진정한 모험은 아주 작은 도전 속에도 수없이 존재한다. 운동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 하루에 만 보씩 걷는다든지,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가족에게 매일 전화를 한다든지, 거절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 삶의 모험이다.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대세나 유행이 ‘멋지다’고 말하는 것들 속에 진짜 모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하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또 미뤄온 것들’이야말로 진짜 모험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맞는 모험을 기획하고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길
나는 몇 번의 도전과 실패 끝에 ‘이건 내 길이 아니로구나’라고 깨달은 적이 있다. 작가로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좀 더 안정된 길을 찾고 싶었다. 취직을 위해 몇 번 지원했지만, 그때마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때 면접에서 하나같이 받았던 질문은 이런 내용이었다. “이미 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왜 굳이 취직을 하려고 하시지요?” “책도 많이 내셨는데, 직장을 가지시면 기존의 일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면접관의 눈에도 내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나 보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작가’로 보였지 ‘직장에 충실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도전에 실패했다는 생각과 안정된 길을 가긴 틀렸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지만, 몇 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직장인의 길을 걸어가겠다’라는 생각 자체가 방향이 틀린 모험이었음을 알 것 같았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계속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필요했던 것이지 직장이나 조직 생활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직장을 구하려 했던 것 자체가 ‘글을 계속 쓰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알게 되자, 신기하게도 마음속의 폭풍이 가라앉았다. 내가 마음 깊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마음을 눈부신 열정으로 꽉 채우는 글, 그 마음이 흘러넘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그 빛과 온기가 전해지는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었다. ‘직장을 가진다’는 새로운 모험에는 실패했지만, 그로 인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슴 아프게 깨달았다. 그때부터 ‘더 좋은 글을, 더 깊은 집중력으로 쓰기’라는 진짜 모험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문학평론가’가 아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비평을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나다운 글, 더 진정한 나 자신에 가까운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은 예전보다 더 소중하고, 간절하며, ‘진짜 나 자신이 되는 내면의 길’에 가까운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아가는 길
때로는 자신의 직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도, 꼭 해내고 싶은 ‘내면의 부름’이 들려올 때가 있다. 나에게는 첼로 연주가 그랬다. 첼로는 나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그 따스한 첼로 소리가 정말 좋긴 했지만, 내가 직접 첼로를 연주한다는 열망은 요원한 꿈이기만 했다. 그런데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박사 논문을 다 쓰고 나자 그제야 나에게 또 다른 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바로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통해 직접 연주하는 기쁨을 배웠지만, 이제는 또 다른 악기 첼로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서른이 넘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늘 강연과 글쓰기 일정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신세였지만, 미루기만 하면 나중에는 정말 ‘도전’ 자체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시간이었지만, 첼로교습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 첼로를 연주하여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었고 내가 엄청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첼로를 연주하는 시간만은 글쓰기의 긴장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첼로를 연주하게 되자 누군가에게 이 아름다운 첼로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쭉 무대 공포증을 앓는 나로서는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내 책을 읽어주신 고마운 독자분들을 내가 준비한 소박한 북 콘서트에 초대하고 싶다’라는 모험의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가장 가슴 떨리는 모험은 내 강의를 들으러 오신 청중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연주 때는 너무 떨어서 입술이 터지고 눈 다래끼가 나고 온몸이 고열에 들뜨도록 아파 다시는 첼로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달 뒤에는 나도 모르게 새로운 곡을 준비하며 가슴 설렜다. 내 전공도 재능도 아니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최고의 도전이었다. 전문적인 연주는 아니지만, ‘저는 아마추어입니다’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시작하는 연주는 내게 또 다른 희열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 연주 때는 너무 두려워서 온몸을 떠느라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연주 때는 내가 활을 움직여 현을 하나하나 건드리는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청중에게 실수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내 진심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주하니 ‘나는 실수투성이’라는 자기인식을 뛰어넘을 수가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음악을 연주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함으로써 더없이 행복하다’라는 생각 속에서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듯 도전이란 꼭 에베레스트에 오르거나 업계 1위에 도전하는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곳을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일상의 용기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모험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꿈을 깨닫는 것, 내 안의 깊은 열망과 마주하는 것이며, 환경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닐까. 누구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지 않는 것, 다만 나 자신의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에 따르는 소박한 도전이야말로 나를 바꾸는 힘이다.
작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저서로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월간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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