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소에 ‘나’라는 주어로 시작되는 수많은 일에 집중한다. 나의 꿈, 나의 계획, 나의 사랑, 나의 일. 수많은 것이 ‘나’로 시작하여 ‘나’로 끝난다. 여행의 진정한 자유는 이런 ‘나’라는 중심을 탈피할 때 시작된다. 특히 작가나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그렇다. 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한 작가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여행이 단순한 휴식을 위해 떠나는 여행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탄생지 칼프에서 그의 묘지가 있는 몬타뇰라에 이르기까지 독일과 스위스 일대를 여행하고, 고흐의 탄생지 준데르트에서 고흐가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예술가에 대한 사랑과 이해의 깊이가 심화하는 과정이 그대로 여행의 루트가 된다. 역사 속 인물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인문학적 여행. 그것은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물한다. 항상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서 끝나는 하루를, ‘타인에 대한 무한한 관심’으로 바꾸게 한다.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 1887
고흐가 태어나서 자란 네덜란드의 준데르트,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린 누에넨, 광부들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되고 화가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 벨기에의 몽스, 고갱과 함께 살며 수많은 걸작을 쏟아낸 아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생레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흐 투어의 장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고흐의 흔적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이곳은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작은 다락방, 고흐를 치료하며 수많은 교감을 나누었던 가셰 박사의 정원,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장소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기에, 고흐의 팬들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을이다. 게다가 파리에서 차를 타고 30~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장소다. 고흐의 삶과 그림을 떠올리며 마을과 고흐의 무덤을 둘러본 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원작을 감상한다면, 고흐의 그림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이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오베르에 묻힌 고흐와 동생 테오도르
고흐가 살았던 방만큼이나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곳이 바로 가셰 박사의 정원이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셰 박사의 집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의 집은 고물상처럼 늘 대단치 않은 것들로 넘쳐. 끔찍할 지경일 때도 있지. 하지만 항상 꽃이나 정물 같은 것이 빠지지 않아 좋았어.” 고흐의 묘사 그대로, 가셰 박사네 집은 꽃과 정물들, 신기한 수집품들로 넘쳐난다. 엄청난 수집가였지만, 늘 가난했기에 자신의 소장품을 집에 모아둘 수 없었던 고흐와 달리, 가셰 박사는 자신이 사랑한 모든 것을 차곡차곡 집에 모아두고 웬만하면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흐는 좁고 허름한 자신의 방에서보다 가셰 박사의 집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가셰는 늘 모델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고흐에게 초상화에 대한 화가의 열정을 마음껏 불태울 수 있도록 아낌없이 포즈를 취해주었고, 자신뿐 아니라 딸 마르그리트를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고흐는 그의 정원에서 매주 여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고흐는 가셰 박사를 ‘완벽한 친구’라고 말했다. 가셰 박사는 고흐의 그림을 진심으로 아껴주었고, 때로는 고흐에게 지나친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항상 외로움에 지쳐 있던 고흐에게 마지막 우정을 선물해준 사람이었다.
▲<가셰 박사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1890
▲<오베르에 있는 가셰 박사의 정원>, 빈센트 반 고흐, 1890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은 예술의 위대함을 생각하는 시간이자 동시에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흐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가셰 박사의 초상을 감상할 일도, 가셰 박사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살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고흐로 시작된 마음의 여정은 고흐가 사랑했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고흐가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화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다. 그중에는 모네가 있다. 파리 근교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은 수많은 여행자를 유혹한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의 영혼과 만난 여행자들이라면, 지베르니에 있는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을 시작으로 또 다른 ‘인상파 투어’를 계획해볼 수도 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은 예술의 위대함을 생각하는 시간이자 동시에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흐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가셰 박사의 초상을 감상할 일도, 가셰 박사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살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고흐로 시작된 마음의 여정은 고흐가 사랑했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고흐가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화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다. 그중에는 모네가 있다. 파리 근교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은 수많은 여행자를 유혹한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의 영혼과 만난 여행자들이라면, 지베르니에 있는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을 시작으로 또 다른 ‘인상파 투어’를 계획해볼 수도 있다.
▲모네의 정원 ⓒ Michael Scaduto
이렇듯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부른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세상의 많은 것을 공부한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을까’ ‘나는 왜 좀 더 잘할 수 없을까’ 같은 소모적인 질문에 시달리던 자기중심적 일상을 벗어나, ‘그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는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그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를 고민하는 타인의 삶을 향한 여행을 떠나는 것. 그것은 여행이라는 놀이가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관심과 겹치는 지점이고, 나아가 ‘나’로부터 벗어나 결국 ‘더 확장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여정이다.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의 삶에 대한 끝없는 관심의 시선을 회복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더 깊고 더 커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평소의 나를 뛰어넘어, ‘나’의 울타리가 타인을 향해 활짝 열려 비로소 더 크고 깊어진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저서로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월간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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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방랑자 : ‘나’의 세계를 넘어 ‘타인’의 세계로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고흐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가다
정여울
2016-08-10
‘나’의 세계를 넘어 ‘타인’의 세계로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고흐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가다
우리는 평소에 ‘나’라는 주어로 시작되는 수많은 일에 집중한다. 나의 꿈, 나의 계획, 나의 사랑, 나의 일. 수많은 것이 ‘나’로 시작하여 ‘나’로 끝난다. 여행의 진정한 자유는 이런 ‘나’라는 중심을 탈피할 때 시작된다. 특히 작가나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그렇다. 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한 작가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여행이 단순한 휴식을 위해 떠나는 여행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탄생지 칼프에서 그의 묘지가 있는 몬타뇰라에 이르기까지 독일과 스위스 일대를 여행하고, 고흐의 탄생지 준데르트에서 고흐가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예술가에 대한 사랑과 이해의 깊이가 심화하는 과정이 그대로 여행의 루트가 된다. 역사 속 인물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인문학적 여행. 그것은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물한다. 항상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서 끝나는 하루를, ‘타인에 대한 무한한 관심’으로 바꾸게 한다.
▲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 1887
고흐가 태어나서 자란 네덜란드의 준데르트,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린 누에넨, 광부들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되고 화가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 벨기에의 몽스, 고갱과 함께 살며 수많은 걸작을 쏟아낸 아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생레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흐 투어의 장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고흐의 흔적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이곳은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작은 다락방, 고흐를 치료하며 수많은 교감을 나누었던 가셰 박사의 정원,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장소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기에, 고흐의 팬들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을이다. 게다가 파리에서 차를 타고 30~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장소다. 고흐의 삶과 그림을 떠올리며 마을과 고흐의 무덤을 둘러본 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원작을 감상한다면, 고흐의 그림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이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 오베르에 묻힌 고흐와 동생 테오도르
고흐가 살았던 방만큼이나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곳이 바로 가셰 박사의 정원이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셰 박사의 집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의 집은 고물상처럼 늘 대단치 않은 것들로 넘쳐. 끔찍할 지경일 때도 있지. 하지만 항상 꽃이나 정물 같은 것이 빠지지 않아 좋았어.” 고흐의 묘사 그대로, 가셰 박사네 집은 꽃과 정물들, 신기한 수집품들로 넘쳐난다. 엄청난 수집가였지만, 늘 가난했기에 자신의 소장품을 집에 모아둘 수 없었던 고흐와 달리, 가셰 박사는 자신이 사랑한 모든 것을 차곡차곡 집에 모아두고 웬만하면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흐는 좁고 허름한 자신의 방에서보다 가셰 박사의 집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가셰는 늘 모델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고흐에게 초상화에 대한 화가의 열정을 마음껏 불태울 수 있도록 아낌없이 포즈를 취해주었고, 자신뿐 아니라 딸 마르그리트를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고흐는 그의 정원에서 매주 여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고흐는 가셰 박사를 ‘완벽한 친구’라고 말했다. 가셰 박사는 고흐의 그림을 진심으로 아껴주었고, 때로는 고흐에게 지나친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항상 외로움에 지쳐 있던 고흐에게 마지막 우정을 선물해준 사람이었다.
▲ <가셰 박사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1890
▲ <오베르에 있는 가셰 박사의 정원>, 빈센트 반 고흐, 1890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은 예술의 위대함을 생각하는 시간이자 동시에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흐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가셰 박사의 초상을 감상할 일도, 가셰 박사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살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고흐로 시작된 마음의 여정은 고흐가 사랑했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고흐가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화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다. 그중에는 모네가 있다. 파리 근교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은 수많은 여행자를 유혹한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의 영혼과 만난 여행자들이라면, 지베르니에 있는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을 시작으로 또 다른 ‘인상파 투어’를 계획해볼 수도 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은 예술의 위대함을 생각하는 시간이자 동시에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흐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가셰 박사의 초상을 감상할 일도, 가셰 박사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살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고흐로 시작된 마음의 여정은 고흐가 사랑했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고흐가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화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다. 그중에는 모네가 있다. 파리 근교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은 수많은 여행자를 유혹한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의 영혼과 만난 여행자들이라면, 지베르니에 있는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을 시작으로 또 다른 ‘인상파 투어’를 계획해볼 수도 있다.
▲ 모네의 정원 ⓒ Michael Scaduto
이렇듯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부른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세상의 많은 것을 공부한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을까’ ‘나는 왜 좀 더 잘할 수 없을까’ 같은 소모적인 질문에 시달리던 자기중심적 일상을 벗어나, ‘그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는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그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를 고민하는 타인의 삶을 향한 여행을 떠나는 것. 그것은 여행이라는 놀이가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관심과 겹치는 지점이고, 나아가 ‘나’로부터 벗어나 결국 ‘더 확장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여정이다.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의 삶에 대한 끝없는 관심의 시선을 회복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더 깊고 더 커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평소의 나를 뛰어넘어, ‘나’의 울타리가 타인을 향해 활짝 열려 비로소 더 크고 깊어진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저서로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월간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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